[TALK] 누나, 언제 받아줄 건데요?

09. 정한씨는, 애인 있으신가요?





※ 이번 화는 줄글로 연재됩니다.






photo

"...왜요? 뭔데요?"





갑작스런 웃음에 당황한 윤정한이 저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주어 하나 없는 질문이었지만 제 웃음 때문에 질문한 것이 분명했기에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대답 안해주면 쟤는 또 오해할 게 분명하거든.





"아, 그냥 아는 애기인데. 너무 귀여워서"
"...애기요?"





요즘엔 애기도 핸드폰 타자를 치나. 의심쩍은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윤정한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하였다.





"중학생이면 애기지 뭐, 근데 너 MC하러 안가냐?"
"...중학생? 누나, 아니죠?"
"뭐가, 축제 조금 있으면 시작한다던데. 준비나 해"





제 말에 충성하듯 벌떡 일어난 윤정한에 저도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 따라 일어섰다. 이왕 축제 보러왔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되지.





"정한아! 이제 너 올라간대!"
"...성 떼고 부르지마"
"어, 어..."





올라가야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준 여자애한테 뭐가 그리 매정한지 저와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말투에 여자애가 크게 당황했다. 대학교에서는 이런 모습인가. 핸드폰을 쥐고 빤히 바라보다 무대를 가까이서 보려 재빨리 자리를 잡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 나도 자리 잡아야 하나. 무대 준비를 하러 무대 아래로 가는 윤정한 뒤로 사람들을 따라 가장 잘보이는 곳을 찾아 앉았다.





"야야, 오늘 윤정한이 MC래"
"나는 사실 무대 보려고 온게 아니고 윤정한 보려고 온거"
"야 차라리 고백을 해라"
"어차피 차일거 뭣하러?"





그러면 너네는 차일거 알면서 뭣하러 좋아하는지 참. 대학생이라면서 그런 생각 하나 못하다니, 핸드폰을 타자를 치며 생각했다. 하여간 다 얼굴보고 좋아하는 거라니깐?





photo

"정한씨! 오늘 무슨 날인지 아세요?"
"어? 무슨 날인데요 지수씨?"
"오늘 세봉대 축제 하는 날이잖아요-"
"와 진짜요? 누가 나오는데요?"
"정한씨, 모르세요? 지금 무대 아래에 세봉대 여자댄스부가 대기를 하고있는데!"
"너무 기대돼요! 빨리 보고싶어요 지수씨!"
"그럼 세봉대 여자댄스부의 Finess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린아이들같이 어딘가 너무 해맑은 말투와 대본에 보고있는 저가 더 민망했다. 아 뭐 민망하기 보다는 웃기달까. 윤정한의 저런 모습은 많이 본다지만 다른 사람과 저렇게 합이 척척 맞다니.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보고있다는게 특이점이겠지.





'누나, 저 잘했죠?'





무대 위에서 갑자기 저를 바라보며 입모양으로 잘했냐고 묻는 윤정한에 단번에 알아듣는 제가 신기했다. 근데 도대체 나는 어떻게 찾은거야. 위에서 찾기 어려울텐데.






photo

"와 지수씨! 역시 여자댄스부라서 그런지 너무 멋진 무대였어요!"
"맞아요- 어, 그 정한씨. 혹시 애인 있으신가요?"
"네, 네?"





당황하는 윤정한을 뒤로 주변에서 막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었다. 시끄럽게 진짜. 조금 미간을 찌푸리니 언제 그걸 본 것인지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는 손짓을 하며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는 윤정한이었다.





"여러분, 조용히 해주시고요. 정한씨의 답변을 들어봐야겠죠? 정한씨, 애인 있으신가요?"
"음... 애인은 없는데, 좋아하는 사람은 있죠"
"와- 세봉대 인기남이 좋아하는 분이라니! 정말 영광이시겠어요"
"1년동안 쫓아다녔는데도 잘 안받아줘요, 그래도 저는 계속 따라다닐겁니다. 사랑해요 누나!"
"오- 연상인가봐요! 어, 정한씨! 근데 그 다음 무대가 뭔지 아시나요?"
"음... 보컬부?"
"맞습니다, 세봉대의 보컬부가! 여러분들의 마음을 녹이는 달달한 노래를 준비해왔는데요. 세봉대 보컬부의 사랑쪽지 입니다!"





photo

사랑해요 누나를 외치며 윙크를 하는 윤정한에 차갑게 핸드폰으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평범하게 할 것이지. 도대체 왜 저러는거야? 이상하게 여자애들은 꺄악거리며 무슨 아이돌 보듯이 좋아한다. ...난 저런거 안좋아하는데, 내가 저런걸 안좋아하는걸 알면서 저러는거야? 대본에 써져있는건가. 아무튼 너무 싫다.





photo

'쌤! 그 라면 국물 치우다가 쏟았는데 민규 팔에 쏟아서 지금 민규 화상 입었는데 어떡하죠?'





심장이 쿵 하고 떨어졌다. ...화상? 수도 많아서 양도 더 많았을텐데. 보고있던 무대를 제치고 급히 지갑과 핸드폰을 챙겨 대학교를 빠져나왔다. 무대 위에 있다가 대학교를 급히 빠져나오는걸 보았는지 계속 움찔움찔거리는 윤정한이었다. 택시를 잡을 틈도 없이 뛰어가며 핸드폰을 확인했다. 혹시나 메세지가 더 왔을까봐.





'엄마는 지금 석민이 깁스 풀러 가셨는데 핸드폰 놓고 가셔서 지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쌤 밖에 없었어요 죄송해요.'





원장님도 없으시면 당황해서 아무 것도 못한게 뻔한데... 평소 잘 뛰지않는 저였지만 지금만큼은 죽어라 뛰고있다. 발목이 저려올 만큼 뛴 덕에 고아원 앞으로 최대한 빠르게 올 수 있었다. 비밀번호를 치고 빠르게 들어가니 부엌에서 찬물로 화상 입은 부분을 적시고 있는 민규와 옆에서 도와주는 승철이, 그리고 얼음팩을 준비해주는 명호가 보였다.





"민규야, 괜찮아?"
"어, 쌤..."
"뛰어오셨어요?"
"응, 승철아 민규 어,때?"
"따갑대요. 그리고 물집 생겼어요."
"병원... 갈까?"
"아아, 아니에요 쌤! 저 별로 안아파요!"
"안돼, 지금이라도 병원 가자"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급하게 오셨을텐데"
"쌤 괜찮아. 너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오겠다고 했잖아"





제 말에 고개를 숙이며 미안해하는 애들이었다. 미안할 게 뭐가 있다고, 일단 어떤지 좀 보자. 심하면 병원 가게





"심하진 않은데, 일단 얼음팩 대자"
"심한거 아니에요...?"
"응, 붕대 며칠 감으면 가라앉을 것 같아. 근데 흉터는 조금 남겠다."
"
"걱정 말라면서 쌤 걱정이나 시키고 말이야"
"...죄송해요"
"뭘 죄송해, 놀랐지? 괜찮으니까 좀 쉬어. 많이 놀랐을텐데"
"...감사합니다 쌤..."





민규 팔에 붕대를 감아주고, 속상했을 민규를 토닥여주었다. 평소에는 당당하게 올라가있을 어깨였지만 오늘따라 축 처진 어깨가 눈에 띄었다. 민규가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다리의 힘이 풀리며 주저앉았다. 아무리 화상이더라도 심했으면 어쩔뻔했어... 주저앉아서 핸드폰을 확인하자 셀 수 없이 많은 전화와 메세지들이 쌓여져 있었다. 다 윤정한한테 온거네.





'누나, 무슨 일 생겼어요?'
'큰일은 아니죠?'
'뛰어가다가 다치지만 말아요'
'누나 조금 있으면 축제 끝나는데'
'진짜 급한가보네요? 축제 거의 다 끝났는데'





...그래도 답장은 해야겠지. 핸드폰을 가득 채운 메세지와 부재중 목록들을 지운 후 천천히 타자를 치며 답장을 써 내려갔다.
윤정한 엄청 걱정했겠네.





'큰일은 아닌데, 아는동생이 다쳤다해서. 축제 다 못봐서 미안'





답장을 보내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일어서기도 전에 바로 오는 답장에 속도에 감탄함 문자를 확인했다.





'...어떤 동생이길래 다쳤는데 그렇게 달려가는거예요?'
'라면 먹다가 국물 흘려서 화상 입었대'
'근데 그걸 왜 누나한테 말하는거예요?'
'그때 부모님도 어디 나가셨고, 화상 입었는데 어떻게 혼자서 그걸 치워'
'...누나는 제가 다쳐도 그렇게 안 달려와주겠죠?'
'걔는 중학생이잖아'
'중학생이 그거 하나 못한대요? 그리고 집에 아무도 없대요?'
'있어, 근데 걔네들도 다 학생이야'
'학생들이 그거 하나 못하냐구요'
'너 왜그래? 너 나하고 아무 사이 아니잖아.'
'...누나한텐 그렇겠죠.'
'근데 누나, 나는





누나하고 더 특별한 사이로 발전하고 싶어요.
누나가 다른 사람에게 조금 더 특별하게
대하더라도 나는 그 사람보다
누나한테 더더욱 특별한 사람이 되고싶어요.















---
너무 늦었죠 ㅠㅠㅠ 축제...다 보니까? 줄글로 써야할 수 밖에 없었어요 ㅠ 다음편은 진짜 톡빙! 완결은 한 16화 쯤에! 16부작이니까! 그리고 오늘은 고아원 아이들 분량이 꽤 많았네요! 다음편에 지훈이가 등장을 하겠죠? (스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