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길들이다

20. 여전히 우린

W. 말랑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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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는지 빨리 말 해."


왜 이렇게 잔뜩..화가 난 거야. 이대로 내 입에서
이나은이 그랬어! 라고 말 하면 범규는 진짜 지 앞날이고 미래고 뭐고 다 좆까고 뚜들겨 패러 갈 것 같은 느낌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일단 쟤 진정 좀 시켜야지


"일단 앉아. 앉아서 물 좀 마셔"

"아니 누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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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지마 여주 놀래"


연준이가 내 손을 조물거리며 말 했다. 사실..
안 괜찮다면 거짓말이다. 벌써 두 번째 폭력을 당했고
몸도 아직 아프다.


"나 집에 갈래.."

"괜찮겠어? 좀 더 쉬다 가도 돼. 나 어차피 계속 옆에 있을거야"

"아니 집에 갈래. 집 가고 싶어"


가만히 내 말을 듣던 태현이가 내 짐을 챙겼다.
 뭐 짐이랄 것도 없지만.. 
몸을 천천히 일으키니 범규랑 연준이가 곧바로 나를 부축 해줬다. 아 복부가 존나 아프네


"하..시바 왜 배만 존나 때린거지? 좀 골고루 때려줄 순 없었던 건가?"

"..자기야 나 화날려고 해. 그게 말이야?"

"..치, 아니 맞잖아! 왜 한 곳만 때려"

"일단 나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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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괜찮아졌어?"

"응! 아 역시 집이 제일 편하다니까?"

"몸은 어때"

"괜찮아 범규야 이 누나는 튼튼해서 금방 금방 회복해"

"그럼 이제 말 해 누가 그랬는지"


..아이씨. 범규의 말에 다들 날 보며 집중했다.
연준이는 애초에 나갈 준비 중이였다. 얘네 진짜 고삐 풀리면 어쩌지


"...하아-. 이나은이 그랬어"

"그 시발년 내가 그럴줄 알았ㅇ.."


범규가 내 말을 듣자마자 폰을 챙기고 벌떡 일어섰다.
 야야야야!!! 야 멈춰봐. 내 말에 연준이와 범규가 뒤 돌아 나를 쳐다봤다.


"너네.. 대학 가야돼. 알지?"

"아이씨 김여주 이 상황에서 그 말이 나와?"

"위험한 짓 하지마..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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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귀여워. 우리 위험한 짓 안 해"


내 이마에 짧게 입 맞춰주는 연준이를 불안한 눈으로 쳐다봤다. 니네 기준에서 안 위험한 짓이 뭔데!.....
나랑 태현이는 집에서 쉬고 있으라는 말을 한 뒤 범규랑 연준이는 집을 나갔다.


"야 태현아.. 애들..진짜 별 일 없겠지?"

"걱정 노노. 뭐 주먹 몇 번 휘두르고 말겠지"

"야이씨 그게 별 일이지!!"

"그럼 너가 쳐맞은 건 별 일이 아니고?!"

"...아 왜 그 얘기가 여기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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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쟤네 눈 돌아갈 만했어"

"..."

"너 진짜 걱정 좀 끼치지 마라 좀"

"내가 뭐 이럴줄 알았나.."


잔소리 하지마 강태현! 그 말을 한 뒤 눈을 감았다.
피곤함이 몰려왔다. 곧 있으면 애들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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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아아아아아ㅏ!!!!!! 김여주 일어나"

"...무ㅡ야"

"연준이가 피자 삼"

"언제 왔어?.. 나 얼마나 잤어?"

"몰라 우리 방금 왔는데?"


범규의 말에 아픈 배를 부여잡고 일어나자 황급히 내 허리를 받치고 일으켜줬다.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거실에 나가보니 태현이와 연준이가 피자와 음료를 예쁘게 셋팅 해놓고 있었다. 그 옆에 자리 잡고 앉으니 연준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티비를 틀었다. 어쭈.. 이젠 그냥 지들 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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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앉아. 배는 어때?"

"..아파"

"야 연준아 네 여친 배 아프댄다"

태현이의 말에 연준이가 내 배를 몇 번 문질러주더니 통통 토닥였다. 아 이거 좀 수치스러운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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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살이 많으신가봐요?"

"저 저 미친놈이 당연히 배에 살이 있지 없는 사람이 어디있어"

"봄규는 배가 딱딱한뎅!!"


최범규의 말에 슬쩍 시선을 내려 배를 보니 얼핏봐도 존나 말라보였다. 이 참에 다이어트나 할까 하던 찰나에 연준이가 범규의 배를 두어번 때렸다.


"아 왜 때려!"

"복근 훈련 이 새끼야"


복근 훈련이랍시고 배를 주먹으로 치니 범규가 항복! 항복! 하며 연준이를 밀쳤다. 아 존나 귀여워 최연준.
연준이가 나를 보며 '잘 했지 나 칭찬해줘' 하는 눈빛이 보이길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 맞다. 너네 어떻게 했어? 사고 친 거 아니지?"

"그냥 살짝 혼내줬어"

"주먹으로?"

"에이 자기야.. 우리는 안 때렸지!"

"뭔 소리야 그럼 다른 사람이 때렸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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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당연하지 우리가 때리면 걔 날라가"


풉- 뭐래.. 어쨌든 일은 해결됐고 애들은 사고 안 쳤다니 그걸로 됐다. 더이상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이렇게 편한 사람들끼리 붙어 있고 싶었다.



***


시간은 흐르고 흘러 겨울방학이 끝나갔다.
곧 있음 고3이네. 존나 에바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야지.. 잠이나 실컷 자ㅈ..


카톡! 카톡!


"아이쒸.. 누구야"


[자기야 밖에 눈 온다]

[빨리 나와 빨리 빨리 빨리]


"..."


시발!.. 뭐야 집 앞인거야? 카톡을 보자마자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급하게 거울을 보며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고 싶어 괜히 머리를 빗고 틴트도 바르고 예쁘게 웃는 연습도 했다.


그치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문을 여니 바로 앞에 연준이가 서 있었다. 밖에 눈이 오는 걸 보자마자 뛰어왔는지 조금은 부시시해 보이지만 그게 또 엄청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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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첫 눈이야 첫 눈"

"으이그 그거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거야?"

"첫 눈을 사랑하는 사람이랑 맞으면 결혼까지 한데"

"..진짜?"

"아니? 방금 지어낸 말"



아 뭐야 최연준-. 연준이가 헤헤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
아니야 손으로는 부족해. 얇게 입은 탓에 추운 몸을 연준이의 품에 안겼다. 어느 순간부터 좋아 죽을 것 같은 느낌에 내가 먼저 불쑥 불쑥 스킨쉽을 하고는 했다. 연준이는 그럴때마다


"..나 지금 진짜 설레"


연준이의 귀와 목덜미가 그 말에 증명이라도 하듯이 빨개진게 보였다. 연준이도 얇게 입었지만 품 안은 따뜻했다.


"으으 따뜻해"

"나 심장 터져서 죽어버리면 어쩔려고 이렇게 예고도 없이 안기면 어떡해-"

"최연준이 먼저 꼬셨어요 판사님 저는 아무 잘못 안 했어요"

"쪽- 맞아. 내 인생 역대급으로 잘 한 일이야 그거"



아. 달달해. 달달해서 죽을 것 같아
이렇게 연애를 해 본 적도 없었고 이만큼 사랑을 주던 남자친구도 없었다. 난 이제까지 연준이를 길들였다고 생각 했는데 아닌 것 같다. 얘가 날 길들였다.


누가 나를 본다면 주인이 너어무 좋아서 엄청나게 들이대는 강아지처럼 볼거다. 그나저나..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은 고3 생활이 슬슬 걱정은 되었다.


"좀 있으면 우리가 고3이야"

"그게 걱정돼? 난 여주랑 같은 반 안되면 어쩌나 그게 걱정이야.."

"나랑 뭐 하루종일 붙어있게? 다른 반일수도 있지"

"아니? 나 그러면 주저 앉을거야. 존나 울거야"

"아니 연준아 그 많고 많은 반에서 어떻게 같은 반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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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다 진짜 같은 반이다. 심지어 최범규는 내 짝꿍
강태현은 우리 반 반장.. 담임은 작년에 담배로 말썽을 부린 연준이를 엄청 혼내셨던 학년부장 선생님이셨다.


그치만 지금은 연준이를 엄청 엄청 예뻐해 주신다.
볼때마다 뿌듯 하다니까.. 안 예뻐 할 수가 없다니까 최연준?..


"여주야 나 교무실 다녀올게 위험하니까 태현이랑 범규랑 꼭 붙어다녀서 점심 먼저 먹고 있어"

"응"


들었지? 가자. 태현이와 범규 사이에 껴서 복도를 걸으니 학생들의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이젠 뭐이런 시선도 익숙해


"야! 3학년 선배중에 최연준 알아?"

"그 선배 모르면 간첩이야.. 우리 중학교 나왔었는데 진짜 쌉양아치였어"


.. 저거 연준이 얘기인가? 조잘조잘 얘기하는 아이들의 명찰을 보니 1학년이였다. 범규가 귓속말로 "혼내줄까?"
라고 했지만 고개를 존나 저었다.


"아 뭘 혼내 사실이였잖아"


맞는 말이긴 하지..연준이가 중학교 3학년이면.. 한참 질 안 좋았던 시기니까 그건 뭐! 하고 지나가려던 찰나


"연준오빠 개스윗할 것 같은데..번호 따볼까?"

"개소리야! 그 오빠 존나 무섭다니까? 마음에 안 들면 정색하고 잘못 걸리면 패고.. 쌤들한테 대들고 그ㄹ..!"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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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아아아!!!"


연준이가 교무실에서 뛰쳐나오다가 연준이 얘기를 실컷 하던 여자애들과 어깨를 부딪혔다. 어!.. 미아내! 진짜 미안해 괜찮아? (웅냥냥) 눈이 땡그랗게 커진 연준이가 그 여자애들한테 사과를 하자 여자애들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미안.. 어 여주야 왜 밥 안 먹고 있었어? 배 안 고파? 얼른 가자"

"너가 사과를 먼저 다 하고. 착하네"

"뭘 그런걸 가지고.. 얼른 가자"


내 허리에 손을 두르던 연준이를 툭 치니 입술을 삐죽 내밀며 허리에 손을 풀고 내 손을 잡았다. 이 짜식이 또 어디에 손을!.. 라는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데 뒤에 있던 1학년 여자애들이 말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야 씨, 내 말이 맞았잖아 존나 스윗하다고"

"진짜 뭐지?.. 안 그랬는데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수가 있나.."


연준이의 손을 어루만지며 급식실로 향했다. 물론 기분은 존나 좋았다. 옆에 있던 태현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니 연준이가 급하게 내 손을 가져와 지 품에 가뒀다.


"..왜"

"안 돼 여주 팔 내 거임"

"웃겨 진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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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둘이 염장 지르는건 봐도 봐도 개빡친다"


..크흠, 고3이라 더 예민해진 태현이를 조심 해야겠다.
범규는 그런 태현이를 비웃더니 괜히 투덜거렸다.


"나도 잘생겼는데 왜 최연준만 인기 많냐.."

".. 밥이나 먹고. 나중에 시간 있으면 주위 좀 둘러보고 살아"


정말이다. 지들 인기 많은 거 지들만 모르는 거다.
항상 여자애들이 번호만 따려고 하면 범규는 그것도 모르고 걸그룹 직캠을 보다 "와 씨 존나 예뻐!!!"
이 말에 애들이 놀라서 도망갔다.


태현이는 애초에 공부만 하던 아이라 주변에 관심이 없었다. 학원에서도 인기 많다고 들었는데 지가 여지를 안 주는 거겠지.. 으이그 이런 연애 초보 띨띨이들


"아 맞다 자기야 수업 끝나고 독서실에서 공부할까?"


우리 연준이는 철이 들었다. 공부도 매번 열심히 하고
독서실에서 같이 공부를 하면 옆에서 못된 손으로 날 괴롭히긴 하지만 그냥 붙어 있는게 좋았다.


"그래 그러자"


***


"아 하지 말라고-!.."

"어어 누가 듣겠다"

"아이씨.."


지금 시간 9시 40분...여기는 독서실... 우리 둘 밖에 없음... 어김없이 공부를 하다가 연준이가 힘들다며 내 어깨에 기대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입을 맞췄다. 그래 여기까진 괜찮아.


점점 길어지던 입맞춤에 숨이 차 연준이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러자 연준이가 입술을 떼나 싶더니 내 볼과 목,쇄골까지 선을 이어 입을 맞춰왔다.


"야 최연준-.."


얘가 또 못된 손을 들어 날 괴롭힐 줄 알고 식겁하던 그때,
그대로 내 품에 안기며 허리를 감싸안았다.
..엥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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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행복해서 불안해"

".. 뭐가 불안해"

"지금 이렇게까지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야"

"어. 너 그만큼 행복해도 돼"

"..."

"내가 싫어질 날이 올 것 같아?"

"아니 전혀 절대"

"그럼 헤어질 이유도 없어"


연준아 난 너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널 좋아하거든. 연준이의 등을 토닥이자 날 끌어안은 팔에 힘을 조금 주더니 내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 뗐다.


"사랑해 여주야"

"..나도 사랑해"


여전히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아, 물론 미래에도 예외는 없다.




_____________끝.


외전으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