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
- 승아 씨..? 괜찮아요? 승아 씨.
- ….
승아는 실성한 듯 웃으며 대답했다.
- 하하, 괜찮아요… 그저 머리를 좀 부딪혔을 뿐인 걸요…

- 뭐가 괜찮아요. 아프겠다.. 아침부터 전화해서 놀랐죠. 미안해요.
하, 이 다정한 남자… 날티 나고 무서웠으면서 왜 나한테만 이렇게 다정하냐고. 몰라, 나 이제 날티 사랑해. 날티 완전 개좋아. 날티가 최고야!! 승아는 광대를 주체하지 못하며 어느새 아픔을 잊고 양손으로 휴대폰을 꼭 붙들고 있었다.
- 아니에요, 저 모닝콜 완전 사랑해요, 너무 좋아요, 진짜 처음이에요!

- 그래요?
윤기는 여전히 놀란 토끼 같은 승아가 사랑스러워 낮게 웃으며 대꾸했다. 예고도 없이 전화를 걸어 잠을 깨우는 게 걱정스럽긴 했지만 예의상의 고민이 의미없어질 만큼 윤기는 한시라도 빨리 승아가 보고 싶었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저 때문에 떨려 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 예쁜 눈에 가득 담긴 제 모습을 봐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저 때문에 놀라 다칠 줄 알았다면 꾹 참았을 텐데. 승아의 격한 반응으로 미루어 보아 크게 다친 건 아닌 모양이었지만 윤기는 회사 탕비실에서 승아의 상태를 체크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윤기의 마음을 알 턱이 없는 승아는 언제 들떴었냐는 듯 금새 시무룩해져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 왜, 왜 웃어요… 남친 모닝콜이 처음일 수도 있죠..
- 절대 비웃은 거 아니예요. 승아 씨가 귀여운 걸 어떡해요.
- 엇, 아, 그.. 그럼 회사에서 봐요, 윤기 씨..!
- 또 말 돌린다. 이거 봐, 귀엽잖아요.
- 그, 저 이러다 지각하겠어요…
- 아직 7시 반인데… 이대로 끊어버리는 거예요?
- 어.. 네.. 회사에서 봐요…

- 그래요, 그럼.
귀엽다는 말 한마디에 쩔쩔매는 승아 때문에 윤기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본인도 정작 전화를 끊기는 아쉬우면서 부끄러운 마음에 얼른 전화를 마무리하려 했던 승아는 휴대폰 너머로 끊임없이 웃어대는 윤기가 은근 얄미워 투정을 부렸다. 자꾸 저만 놀림 받는 느낌이었다.
- 아, 그만 웃어요…
- 알겠어요. 그만 웃을게요.
- 거짓말하지 말구요…
- 회사에서 봐요, 승아 씨.
- 저 따라서 지금 말 돌리는 거예요?
- 네. 승아 씨가 귀여워서 자꾸 웃음이 나는 걸 어떡해요.
- 아, 진짜… 나 이제 정말 챙길 거예요…
- 그래요. 좀 이따 봐요, 승아 씨. 끊을게요.
- 네..
휴….. 승아는 전화가 끊기는 걸 확인하고는 긴장이 풀려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치겠네… 아침부터 심장이 심상치 않게 쿵쿵거리고 있었다. 으아아악- 승아는 전화를 끊고도 몇 분을 수치심 반 설렘 반의 이유로 침대에서 이불킥을 시전했다. 겨우 진정하고 윤기를 볼 생각에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챙겨 지하철로 향한 승아는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고새를 못 참고 윤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들린지 얼마나 지났다고 곧바로 전화가 연결되었다.

- 나 보고 싶어서 전화한 거예요? 나도 마침 딱 그랬는데.
- 엇.. 네… 회사 근처까지 왔는데 윤기 씨는 지금 어디예요?
-승아 씨가 잘 보이는 회사 근처 카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