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얼른 나으라고 하는 키스. 뭐.. 예행연습 겸이기도 하고요.
- 뭐, 그, 그런..! 무슨 예행을…
- 잊었어요? 우리 오늘 키스하기로 했는데. 알면서 모른 척 하는 건가.
신이시여, 이 남자를 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승아는 애인의 다친 무릎에 바람을 불고 뽀뽀를 갈겨놓고 태연자약하게 발칙한 멘트로 심장을 저격하는 제 남친이 정녕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실제 인간인가 의문이 들었다. 공과 사를 그래도 꽤 구분할 것 같았던 윤기는 연인인 걸 티낸 적은 없어도 승아에게 관심 없는 척하거나 일부러 거리를 심하게 두지도 않았다. 오히려 들킬 위험성을 감수하면서도 이런 짓거리를 했다.
- 누,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 부끄러워서 아무 말이나 하지 말고 빨리 말해봐요.
- 뭐, 뭘요…
- 우리 오늘, 키스해요?
- 그런 걸 왜 묻고 그래요…!!
윤기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서는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사랑스러울만큼 화들짝 놀라하는 승아를 보며 웃어댔다. 윤기조차 스스로가 이렇게 짓궂은 사람인지 처음 깨달았다. 끈질긴 구애에 넘어가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첫 연애는 집착과 구속으로 얼룩져 파국으로 끝났었으니까. 그조차도 끝이 아니라 끈질기게 스토커 짓을 당했었으니 윤기는 연애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었다. 승아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윤기는 그래서 더욱 낯선 자신에게 놀라워했다. 이 낯선 느낌은 싫지가 않았다. 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다지 급한 성격이 아닌데 자꾸만 앞서가고 싶어졌다. 그와 동시에 이런 자신 때문에 토끼풀 뜯다 맹수를 만난 토끼 마냥 승아가 놀라 도망가버릴까 두려워서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 물어봐야죠. 무드는 좀 없어도.. 내가 당장 너무 급한데 내 마음이 앞선다고 승아 씨 의견을 무시하면 안되는 거잖아요. 승아 씨는 하나하나 맞춰가야 할 것 같아서.
- 윤기 씨 진짜.. 이상한데서 배려심 발휘하지 마요….
- 그럼 그냥 할까요?
- 아, 진짜…!!
- 오늘 키스를 하고 싶단 거였지 지금 당장 하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생각보다 적극적이었네요, 승아 씨. 물론 저야 좋긴 한데, 저한테 너무 물들까 봐 걱정도 되네요.
- 아 진짜 윤기 씨 저한테 왜 그래요…. 윤기 씨한테 물드는 건 또 왜 걱정되는 건데요..?
- 음. 생각보다 속 시꺼먼 사람이라는 거 알면 놀랄 것도 같고, 나한테 그런 거 옮으면 내가 감당 못 할까 봐. 그래서요.
- 윤기 씨 거짓말쟁이…. 이거 생애 두 번째 연애 아니죠…
- 맞는데요.
-…질투나요.
- 네?
승아는 입술이 삐죽 튀어나와서는 한껏 내려간 눈썹으로 말했다. 자꾸만 장난스럽게 그녀를 몰아붙이던 윤기는 잠시 멍해졌다가 미치도록 달콤한 미소를 머금고 승아에게 말했다.

- 뭐가 질투나요?
- 어리광 부리는 것 같아서 진짜 싫은데… 첫 연애 상대가 그런 스토커라 언급하는 것도 싫을 거 아는데…. 그런데…
- 그런데?
- 윤기 씨 그 사람한테도 이랬을 거 아니예요… 왜 하필 첫 여자친구가 아닌지 서럽고 질투난다구요…
쪽-
- ???
- 미안해요. 승아 씨가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 뭐, 뭐, 무슨…!
- 나 이렇게 조급하고 안달나는 거 처음이에요. 이렇게까지 상대를 내내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한시도 가만히 안 두고 싶을 정도로 좋아 죽겠는 것도 처음이라고. 질투는 좋지만 불안해하지는 말아요. 지금도 참고 참아서 겨우 버드 키슨데.
- 그, 그, 그렇구나…. 저도.. 저도 그래요…
- 뭐라고요? 잘 안 들려요, 승아 씨.
- 아, 저도 그렇다구요…!! 그, 그래서 버드 키스는 또 뭔데요?
윤기는 미소를 그대로 머금은 채 승아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부끄러움에 못견뎌 말을 돌리려고 제 무덤을 파는 승아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정말 자제하기가 힘들었다. 윤기는 자신의 자제력에 대한 평가를 다시 매겼다. 그래도 꽤 괜찮은 자제력을 가진 사람인 줄 알았는데 승아 앞에만 서면 형편없어졌다.
- 버드 키스는 말이죠,
쪽-

- 이렇게 가볍게 하는 키스예요. 입맞춤이라는 말이 가장 알맞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