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티 나는 그 남자

16. 어어? 뭐야.. 둘이서 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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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아 씨?
- 헙
- ? 왜 그래요. 괜찮아요? 얼굴이 빨개요.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심장… 심장이 아픕니다…… 승아는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제 옷자락을 움켜쥐고 조용히 심호흡했다. 자꾸만 윤기의 입술에 시선이 쏠려 정신이 혼미해진 승아는 어느새 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고 있었고 윤기는 갑자기 어딘가 고장난 듯한 승아의 모습에 손바닥으로 그녀의 이마를 짚고 온도를 체크했다.



- 아. 미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혹시 몸이 안 좋아서 밥도 혼자 따로 먹은 거였어요..?



 아뇨… 그건 제가 꿈에서 윤기 씨한테 뽀뽀가 너무 좋았다고 또 하고 싶다고 키스는 어떤 건지 궁금하다고 소리 질러서 그런 걸 거예요….. 그리고 밥 먹을 때마저 윤기 씨 입술만 보이면 그땐 정말로 내가 너무 쓰레기 같아서 못 견딜 것 같거든요…? 승아는 아무 말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그저 웃기만 했다. 괜히 둘려대려다 못하는 거짓말까지 하게 되면 결국 저 미친 생각들을 제 입으로 실토하게 될 거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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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요. 승아 싸 컨디션도 못 알아차리고 회사에서 장난쳐서… 아픈 사람을 부담스럽게까지 만들었네요.



??? 아니야 아니예요 젠장 왜 이렇게 시무룩해진 거예요 아니…. 양심.. 내 양심이…! 나 안 아파요 안 아프다구요…!!! 승아는 울고 싶어졌다. 윤기는 금세 풀이 죽어 스스로를 질책하는데 사실을 알게 되면 까무러칠 게 뻔해서 당신이 뭘하든 입술 밖에 안 보이는 바람에 잠시 피했습니다 하고 이실직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설득력이라곤 없는 부정이라도 해야 했다.



- 아니예요 윤기 씨, 저 괜찮아요..!!
- 미열도 있고 얼굴도 계속 빨간데 어떻게 괜찮아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요, 상비약 있을 테니까 해열재라도 가져올게요.



 미치겠네 진짜! 승아는 급한 마음에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윤기의 팔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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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래요. 다른 약도 필요해요? 갖다줄까요?
- 아, 그.. 그게 아니라…
- 어어? 뭐야.. 둘이서 뭐해?



 이런 미친….. 승아는 서둘러 윤기의 팔을 잡았던 손을 거두었다. 하필이면 그렇게나 남녀상열지사에 관심이 넘친다고 소문까지 나 있는 천부장이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에 이 장면을 포착한 탓이었다. 승아는 벌써부터 천부장이 어떤 식으로 사내에 소문을 퍼트려댈지 그림이 그려졌다. 우연의 일치로 현장 사람과 한 사무실에서, 그것도 직속 상사 겸 사수로 일하게 된 주임이 결국 그 사람과 사귄다더라. 그럴 줄 알았다. 현장 사람 처음 왔을 때부터 남주임 눈빛이 심상치 않더라 같이 천부장 본인의 심증으로만 이루어진 헛소문을 보란듯이 떠들고 다니는 장면이 승아의 뇌에서 자동재생되는 중이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 둘이 설마…



 안돼안돼안돼안돼 의심하지 마 제발 남의 일에 신경 좀 꺼 이 대머리야…!!! 속사포 랩이 이어지는 내면과 달리 승아는 당황한 모습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윤기는 눈을 가늘게 뜨는 천부장에게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말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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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