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0장
범을 잡는 무당
윤조1682년년,창귀가 판을 치던 조선 땅.

하루가 멀다하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라지는 사람들. 매 밤낮 들려오는 사람들의 곡소리까지.
궁 안이고 밖이고 들어가는 범의 수하, ‘창귀’는 늘어가고 있었어.
창귀를 만드는 범은100년은 족히 산 악령으로 사람을 잡아 자신의 발 아래 두는 파렴치한이었어. 그들은 범과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본 모습을 볼 수 있는 무당이 아닌 이상 그들을 쉽게 알아차릴수 없었어.

게다가 범들은 첫 사냥 때만 나서고 후에 모든 창귀는 발 아래에 둔 잡것들이 하고 있었으니까.그렇게 매일 밤 고을의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게 되었어.
*
조선 팔도 각지에 있는 ‘매.난.국.죽’의 큰어르신들이 모여 창귀를 막을 비책을 논의했어.

우선 ‘난’ 댁 어르신인 홍씨가 말했어.
“창귀가 조선땅을 휘어잡고 범이 모두 먹으려하니 나라가 망할 징조가 보인게지요. 쯧쯧.. 우리가 방도를 보이지 않으면 이 악귀를 치우기 힘들겁니다.”

그러자 ‘죽’ 댁의 어르신인 염씨가 말했지.
“맞습니다. 이리 사군자의 이름을 탄 댁의 큰무당들이 모였으니 큰 방도가 나올 것입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다합니까?”

‘국’ 댁의 장씨도 한 말을 거들었어.
“보통 매실은 창귀가 좋아하는 음식이 됩니다. 이를 통해 창귀를 꾀어내어 범을 잡기만 한다면..”
“그것이 말 처럼 쉬웠다면 이렇게 판을 치지 않았을 겁니다. 어려우니 무당들이 이리 용을 써도 잡히지 않는 게지요.”
“말처럼 쉽지 않으니 무당인 우리가 하자는 것 아닙니까.”
장씨의 말을 들은 홍씨가 말했어. 두 사람의 다툴 기미가 보였지.

그때 사군자 중 제일 오래되고 제일 유서깊은 ‘매’댁의 송씨가 헛기침을 두어번 하더니 말했어.
“싸움은 그만하세요. 환란을 막고자 모인 이들끼리 입씨름 해봤자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그 말에 장씨와 홍씨는 고개를 숙였어.
“허나 어르신. 큰 방도가 없지 않습니까. 범을 잡고자 달려들었다가 창귀에게 물려가기라도 한다면..”
“방도는 간단합니다. 범의 눈을 가진 자들을 모아 ‘범의 춤’을 알려주고 뜻을 모으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면 매실로 창귀를 꾀어 악한 범들을 잡는 것은 쉬울테니 말입니다.”
“허나 범의 춤은 깨어난 무당들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군자를 대표하는 저희도 수십년을 배워 춘 춤이온데 빠른 시일 내에 불가합니다. 또한 이 춤은 검을 다룰 줄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이온데 어찌 아이들이 할 수 있단 말입니까.”

“범의 춤을 출 수 있는 아이는 분명 있습니다. 우선 하늘의 뜻을 기다리세요. 기도하며 빌고 우리끼리 서신을 주고받으면서 기다리는 겁니다. 뜻이 먼저 온 이가 범의 눈을 가진 자에게 그 춤을 먼저 알려주세요.”
*
사군자의 무당들의 서신 내용은 이러했어.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세 사람과는 다르게 ‘매’댁의 송씨는 굳건했지.

[아직도 신의 뜻이 없어 어찌 범을 잡을 수 있단 말입니까. 뜻을 기다리는 동안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방법이 필요합니다.-대나무(죽)]
[신의 뜻이 그리 빨리 올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직 열흘도 지나지 않았거늘 이리 마음이 급해서야 하늘이 노하겠습니다. -국화(국)]
[기질이 뛰어난 아이에게 춤을 알려보았는데 춤은 커녕 들던 칼에 베어져 다치기만 하였습니다. 이가 방법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초(난) ]
[신의 뜻을 받으셨습니까? 그런 소식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뜻이 내린 아이도 아닌 자에게 춤을 알리려 하니 다치기 마련이지요. 다섯날만 더 기다려보고 뜻이 없다면 다시 봅시다. -자두(매)]

그렇게 보름 뒤 ‘매’ 댁의 송씨는 산 아래에서 신의 뜻을 받았어. ‘하얀 부채를 드는 아이에게 춤을 알리니 세상의 편안이 하나 찾아온다.’ 라는 신의 목소리를 들었다 했지.
‘매’댁을 시작으로 다른 사군자 댁에도 하늘의 뜻이 내려졌어. 그렇게 ‘범을 잡는 무당'이 생겨났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름의 아이들은 춤과 검술을 금방 익혀냈지. 모든 이들이 범을 베어내지 못했지만 그들에게 방법은 이것 하나 뿐이었어.
“창귀는 물건으로 쓸 뿐이다. 범을 찾아 베거라.”

창귀가 매실에 혼이 팔리면 범의 위치를 알아내고 이를 이용해 범의 목을 베면 그를 붙잡은 창귀들은 사라졌어.
지금의 조선은
그런 시대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