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 공식
W. 망개찐떡
숨 죽이며 울고있는 머리 위로 작은 손이 다가왔다. 정작 힘들 때 잡아주지 못했던 손이, 지금은 내게 한 줄기의 희망처럼 느껴졌다. 작은 손을 보물인 것 마냥 두 손으로 붙잡고는 뺨에 가져다 댔다. 분명 술에 취해서, 분위기에 취해서 내게 손을 뻗은 것이란 걸 알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흐윽… 끕, 말해줘. 내가 너한테 방해물이야?…”
“…니야.”
술에 쩌들어 갈라진 목소리가 입을 비집고 나왔다. 목소리가 작아 완전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이것만은 알 수있었다. 적어도 네게 내 미련이 폭력은 아니라는 것. 나는 충동적으로 누워서 반쯤 풀린 눈으로 날 바라보는 얼굴 옆에 손을 짚고서 다가갔다.
“…키스, 해도 돼?.”
맨 정신이였다면 두드려 맞을 행동이였지만, 확신이있었다. 술을 마신 넌 나를 거부하지 않을거라는 확신. 넌 술을 마실 때가 유일하게 마음을 솔직히 들어내는 시간이니까.
얼마안가 허락을 구하는 입술에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내가 먼저 다가서기도 전에 다가오는 너에, 나 또한 죄책감 가지지않고 입술을 맞부딪혔다. 입술 사이 사이로 들어오는 따뜻한 숨결에, 입술만 부딪힐 계획이였던 키스는 더욱 농밀해지고, 짙어졌으며, 야해져갔다.

“정국아… 나 하고싶어.”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성을 제대로 찾지 못한건지, 여주는 나의 셔츠 자락을 붙잡으며 말했다. 마음같아선 자신도 그러고는 싶었지만, 분명히 내일 아침이면 후회할 여주를 위해서는 그만해야했다. ‘…안 돼.’ 단호히 말하고 떨어지려는데, 다시 한 번 말랑한 입술이 다가왔다.
어느샌가 위에 올라타 키스를 퍼붓고 있는 여주에, 팔을 붙잡아 말릴까 하다가 손을 차마 대지 못 했다. 그동안 그렇게 바라고 바랬던 일인데, 막상 닥쳐오니까 못 밀어내겠더라.
결국에는 이성을 잃어버려 셔츠를 벗어 침대 아래 던져두고 올라탔다. 분명 내일 후회할지도 모를 행동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더 후회할 것 같았기에 손길을 뻗고, 손길을 받아들였다. 오랜만에 함께 지낸 밤은 너무나도 짧았고, 달콤했다.

그런 어제의 상황을 모르는 여주는 눈동자를 또르륵- 굴렸다. 술만 먹었다하면 이 집에 찾아오는 자신의 술 버릇에, 천장을 발로 까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정국이도 깰테니… 조심스레 침대 아래 내려가려던 그때. 조심스러운 손길이 손목에 닿았다.
“…갈거야?.”
“어?…”
잠에서 깬 정국이 내 손목을 잡고 있었다. 며칠 전만에도 거칠던 손길이, 이번에는 아기를 만지듯 조심스러웠다. 이런 손길이 익숙하지도 않은 것과 동시에, 이상한 감정이 동시에 휩싸였다. 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거둔 네가 말했다.
“…그렇구나. 알았어.”
마음이 무거웠다. 끝을 내자고 말 할때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너무나도 쉽게 손을 놓아버리는 너에 가슴이 찢기는 듯 했다. 그렇게 놓으라고 놓으라고 얘기를 했는데, 막상 원하는대로 되어버리고나서 느껴지는 이 고통을 뭘까.
도망치듯 정국의 집에서 나온 나는 오피스텔 벽에 머리를 기댔다. 대체 나는 뭐를 원하는거지…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쩌면 나, 당연하게 생각하는게 아닐까. 정국이가 내 옆을 멤도는 걸. 그렇게 깊은 상념에 빠졌을 때, 손에 들고있던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여주씨, 어제 즐거웠어요.]
“…주혁씨.”
진짜 못 할짓이네. 마음에도 없는 사람한테 희망고문 하는거. 나는 손가락을 움직여 문자를 보냈다. [미안해요. 우리 어제 소개팅 없던걸로 해요. 선배한테는 제가 잘 말해 둘게요.] 전송 버튼을 누르자 얼마안가, 이번에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래… 당황스럽고, 어이없겠지. 통화 버튼을 누른 나는 휴대폰을 귓가에 가져갔다. 문자보다는 통화로 끝내는게 예의니까…
“…여보세요?.”
“여주씨…”
‘주혁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나는 번지르르한 백마디 말보다 이 말 한마디가 낫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라서, 내가 만나기엔 너무 과분해. 속으로 말을 삼키면서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 …”
“얼척없고, 어이없는 건 알겠지만… 내가 아직 누굴 만날 준비가 안 되었나봐요.”
“…전 남친 때문에 그래요?.”
순간적으로 흠칫- 한 나는 귓가에 댄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너무 놀라서 입만 뻥끗거리고 있자, 핸드폰에서는 다시 한껏 낮아진 음성이 흘러나왔다.
“여주씨 데려다주다가, 앞에 나온 그 남자 봤어.”
정국이를 봤다고?… 데려다줘?, 내가 정국이 집으로 찾아간게 아니라?. 나는 손톱으로 살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그러더라구요. 이 세상에서 차여주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자기라고.”
“… …”
“솔직히 처음에는 부정했어요. 그냥 전남친이 짓껄이는 헛소리겠거니 하고. 한편으로는 또 불안했어요. 진짜 여주씨가 전남친한테 마음이 있는거면 어떡하지, 하고.”
“…주, 주혁씨,”
“알아요. 우린 어제 처음 만났잖아요. 그런데… 전 여주씨가 정말로 좋거든요…”
내가 좋다고?, 우린 해봐야 몇 시간 만난게 전부인데?. 숨을 멈춘 나는 핸드폰 너머의 음성에 집중했다. ‘근데요. 저는 기다릴 수 있어요. 여주씨.’ 그게 가능한가?, 싶으면서도 나는 7년 전 그 녀석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전정국이야. 내 이름.”
“… …”
나는 숨을 내뱉었다. 그렇지… 나도 그랬었다. 주혁씨가 내게 느낀 감정을, 전정국을 처음 만났을 때 느꼈다. 다시 한번 새삼 느꼈다. 나 정말 쓰레기구나. 상대방의 감정을 묵살하고,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
“기다릴게요.”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해주지 못한 채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여전히 내 마음속에는 그 녀석이 자리잡았고, 여전히 나는 겁쟁이였으니까. 이제는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다시는 겪고싶지 않을 일인데, 만약에 다시 내가 그 녀석과 손을 잡는다면… 가슴을 억누르는 이 통증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고.
다시… 그런 일을 겪으면, 난 견뎌낼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너 없이 살 수 있을까.”
[찐떡의 사담]
이번 편은 졸면서 써서 글 상태가 뒤죽박죽 엉망이네요. 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ㅎㅎ….
댓 20개 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