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으........."
영민이는 머리를 감싸며 일어났다
"천국은....... 아닌가 보군.........."
영민이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말했다
"황태자 궁.......?"
그곳은 다름 아닌 자신이 황태자 시절 지내던
황태자 궁이었다.
겨울이 되면 에스탈제국에서만 핀다는 그 에스탈레니아가 가장 많이 만개하는 그곳.......
가장 그리워 했던 그곳.........
모든 행복한 추억이 가득 담긴 이곳.......
영민이는 황급히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말도 안돼........"
영민이는 거울 속에 비친 옛된 얼굴의 소년을 보며 말했다
"설마......... 에스탈레니아의 전설이 사실.....이야?"
에스탈레니아의 전설이란 에스탈제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와 같은 이야기다.
물론 지역마다 이 전설에는 차이가 있지만
사랑하는 이에게 에스탈레니아를 건낸 후 그 사람과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면 신 레니아가 이를 가엽게 여겨 기회를 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꽃을 신의 꽃이라고 부르고 신과 제국의 이름을 따서 에스탈레니아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말도 안돼........."
영민이는 연거푸 자신의 얼굴을 만졌다.
그때
드르륵-
문이 열리고 선황.....아니 황제 즉 영민이의 아빠가 들어왔다. 그는 슬픈 눈을 하고 미소를 지으며 영민이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아가........"
황제는 거울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영민이에게 다가가 꼭 안아주며 말했다
"내가 널 잃어버리는 줄 알았다.........
그 차디찬 연못이 널 앗아가는 줄만 알았어........"
툭-
영민이의 눈에서는 그리움과 재회의 기쁨이 뒤섞인 눈물이 나왔고 이상한 소리로 '아빠.....아빠.......'하며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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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벌써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아픈 곳은? 있어?"
영민이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목소리를 내었다가는 이상한 소리가 나올거 같아서 나온 행동이다
오랜시간 황제로 지내는 동안 영민이는 자기 자신을 마음 속 어딘가에 꼭꼭 잠가두었다
그러나 아빠를 보자 그 상자가 툭 풀려버린 것이다
'여기서는....... 살아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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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제국력으로 1011년이다
다시 말하자면 영민이는 10년 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영민이는 거울 앞에 앉아 낯설지만 익숙한 17살 소년의 얼굴을 뚫어져라 처다보았다
무표정이었던 27살 청년과 다르게 거울 속 소년은 다양한 표정이 담겨있었다
"내가....... 이랬었나?"
그 소년은 청년처럼 표정을 숨기지도 않았고 누구에게나 따스하게 웃어주었다
마치 오랫동안 청년이 찾아해맸던 '영민'처럼 말이다
"그래....... 이게 나였지"
소년은...... 아니 영민이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를 끝으로 자신 안에 남아있던 청년의 모습을지웠다
"수고했어. 영민아"
그리고 영민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10년 전으로 돌아온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야........ 그가 그토록 원하던 시간으로 다시 돌아왔으니 이 사실을 더 쉽게 받아들였다
"이곳에 다시 돌아온 이유가........
내 소중한 이들을 내 손으로 지킬 수 있게 레니아님께서 기회를 주신거 아닐까........?"
그때 문 너머에서 신하의 소리가 들려왔다
"황태자 전하, 식사를 하러가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