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빈놈아~ 문 열어라~ “
” 예~ 마마 ”
나와 최수빈네 집은 워낙 어릴 때부터 친했어서 이렇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어머니도 내가 최수빈 잘 놀아준다고 오히려 집에 자주 오라고 말씀하신다. 최수빈이 진짜 나 말고는 친구가 없어서 어머니가 나한테 최수빈 왕따 당하냐고 물어보시기도 했었다.
왕따는 무슨.. 여자애들이 쟤를 보려고 얼마나 기를 쓰는데
뭐 난 이해가 1도 안 가지만~
“ 너네 집에 과일 있냥? ”
“ 이미 과자도 먹고 있으면서 뭘 또 찾아 ”
“ 에잉.. 과자랑 과일은 다르지 ”
“ 엄마가 어제 딸기 사다놓은 것 같던..ㄷ ”
나는 빠르게 뛰어 냉장고를 열었고 중간칸에 아주 빨갛고 탐스러운 딸기가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나 이거 먹어도 돼?! ”
“ 안된다고 해도 먹을 거잖아 ”
“ 소름 돋는 놈.. 정답이야 ”
“ 허.. ”
나는 냉장고에서 딸기를 꺼내 바로 한 입 먹으려 했고 최수빈의 큰 손에 의해 제지당했다.
“ 아 왜?! ”
“ 씻고 먹어야지! 멍청아! “
” 이씨.. 요즘엔 다 씻어서 나오거든? “
” 그래도 한 번 더 씻어. 우리 여사님 스타일이니까 “
” .. 그럼 할 말이 없어지지 “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하듯 이 집에 왔으면 이 집 여사님 스타일을 따라야한다.
최수빈은 그냥 자기가 씻어서 주겠다며 날 주방에서 내쫒았다. 치.. 요리는 내가 더 잘하는데
잠시 후,
스윽,
” 자 먹어 “
” 잘 먹겠습니다~! “
딸기를 한 입 물자 상큼한 과즙이 팍 터져 입안에서 춤을 췄다. 그래 이 맛이야..
” ㅎㅎ 행복해라~ ”
“ 딸기 먹으면서 그렇게 행복해 하는 건 너 한 명 밖에 못 봤어 ”
“ 당연하지. 넌 볼 친구가 몇 명 없잖아 ”
” … “
” 아 미안해.. “
” .. 먹고 가 그냥 “
” 아 진짜 최수빈..! 내가 미안해! “
쾅,
아뿔싸. 최수빈이 삐지고 말았다. 아주 삐진 티를 팍팍 내며 자신의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무슨 고슴도치 마냥 씨익씨익 대면서 들어가냐.. 보통 동물이 주인을 닮는다는데 쟤는 왜 지가 오디를 닮아가냐고
똑똑,
” 수빈! 나랑 같이 스위치 하지 않을래~? “
” … “
” 제발 좀 나와봐~ “
“ … ”
“ 수빈을 만날 수 없어~ 같이 놀자~ 나 혼자 심심해~ ”
“ 저리 가! 여주! ”
“ 오케이 바이.. “
안나식 화해법이 먹히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아주 제대로 삐졌다는 이야기다. 젠장 이렇게 삐졌던 건 중학교 그때 한 번 뿐이었는데
그때 보냈던 그 고통의 3일을 다시 보내게 생겼다니
그 고통의 3일은 정말 끔찍했었다.
첫째날,
” 최수빈.. 아 미안해 진짜로 “
” 몰라! 저리 가! “
둘째날,
” 수빈아 이게 뭘까~? 수빈이 좋아하는 떡볶이잖아! “
” .. 떡볶이만 앞에 놔두고 가 ”
“ 저 놈이..? ”
셋째날,
“ 수빈아~ 진짜 미안해.. “
“ … ”
“ .. 아 진짜 미안하다구 ”
끼익,

“ 어우 이제 좀 니가 뭘 잘못했는지 알겠지? “
“ .. 이 최수빈놈아!! ”
현재,
내가 그 3일을 또 여기로 매일 와서 달래야한다면 난 그냥 여기서 손절을 외치겠다.
아니 근데 그건 또 안되는데.. 쟤 없으면 누굴 놀리고 사나
결국 이번에 난 꽤나 박력넘치는 방법을 선택했다.
쾅,
“ ..!! ”
“ 문 열어!! FBI다!! ”
“ ..? ”
지금 생각해도 내가 좀 멋졌다. ㅋ 나란 녀석. 최수빈도 살짝은 겁을 먹은 것인지 이번엔 순순히 문을 열어주었다.
끼익,
“ 뭐하냐..? ”
“ 고슴도치 마냥 너의 포치에 꽁꽁 숨은 널 빼내기 위한 나의 연극이었다 ”
“ .. 뭐래 ”
탁,
“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
“ ..? ”
“ 미안하다. ”
” .. 허 “
원래 정통공격이 안 통할 땐 먼저 지고 들어가는 법이다. 정통공격보다 정통항복이 상대편의 멘탈을 흔들기엔 더 강력하니까
“ 김여주. 손 떼 ”
“ 어? ”

“ 손 떼보라고. ”
“ … ”
스윽,
“ ..? ”
“ … “
쾅,
“ ..?! ”
생각보다 더 단단히 삐졌다. 아니 내가 더 삐지게 한 건가? 왜지? 내 정통항복법이 먹히지 않은거야?
모르겠다. 우선 딸기부터 다 먹고 생각해봐야지
잠시 후,
“ .. 진짜 어쩌지 ”
딸기를 먹는 동안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달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난 그 최후의 방법을 선택했다.
똑똑,
” 최수빈 문 열어봐 “
” … “
” 나 지금 진지해. 얼른 열어 “
” … “
” 너 나 이제 쭉 안 볼거야? “
” … “
“ 수빈이는 이제 나랑 놀기 싫구나? 알았어. 그럼 ”
“ … ”
그때,
끼익,
“ .. 뭐 ”
“ 나 잠깐 들어간다? ”
다행히 최수빈 방에 들어오는 것까지 성공했다. 이제 진짜 그 방법을 쓸 차례다.
“ 후.. 수빈아 ”
“ .. 왜 ”
“ .. 여주가 미안해~ 응? 한 번만 봐주라~ ”
“ … ”
“ 응? 여주가 이렇게 부탁할게~ 응? ”
“ .. 풉 ”
“ .. 됐지? 화 풀린거지? ”
“ 푸하핰ㅋㅋㅋㅋㅋㅋ ”
“ .. 화 풀린거지? ”
“ 아니 화가 풀리고 말고 할게 없지 ”
“ 어? ”
“ 애초에 화가 난 적이 없는데 ”
“ … ”
그렇다. 남사친이라면 여사친에게 역몰카정도는 일상처럼 해야 남사친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괘씸한 놈 감히 날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해? 그리고 내 필살 애교를 보고 웃어? 넌 죽었다.
” .. 나 갈래 “
” 어? 야 미안해..! “
탁,
“ 이거 놔. 너 진짜 싫어 ”
“ 아 야.. 왜 그러냐 진짜 미안해 ”
“ 이거 놓으라고 ”
“ 미안해.. 난 니가 이렇게 속을 줄 모르고 ”
“ 넌 내가 딸기 먹으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르지? ”
“ 아.. 그게 진짜.. 미안해 ”
“ 됐어. 진짜 갈거야 ”
그때,
탁,
” ..!! “
“ .. 너 “
” ..? “
” 화 안 났지? “
” ㅁ..뭐래! 아니거든? “
” 아니기는.. 너 애초에 울고 시작하잖아 “
” 쳇.. 왜 안 속는거야.. ”
그때,
쓰담,

“ 몰카 당한 게 그렇게 억울했어? ”
“ … ”
또 또 이렇게 사람 놀래킨다. 진짜 요즘 더 자주 이러는 것 같다. 이거 나 놀리려고 일부러 이러는 것이 틀림없다.
“ 아 몰라! 나 진짜 갈거야! ”
“ 엄마가 좀 이따 붕어빵 사온데 ”
큰 손 여사님께서 붕어빵을 사오신다니.. 이건 참을 수 없다. 붕어빵은 내 화를 식히기에 충분하니 이건 먹고 가도 될 것이다.
“ .. 붕어빵 먹고 진짜 갈거라고 ”
“ 치..ㅎ 먹기 전까지 스위치 한 판? ”
“ .. 콜 ”
남사친이라면 삐진 여사친 정도는 쉽게 풀어줄 수 있어야한다. 사실 그 방법은 쉽다. 바로 맛있는 것을 입에 물려주면 된다. 뭐 나는 그렇더라고
그리고 남사친 여사친 사이라면 게임 한 판에 다시 하하호호 웃으며 놀 수 있어야 한다.
“ 야야!! 왼쪽으로 가라고! 왼쪽! ”
“ 아 니가 가면 되잖아!!! ”
그리고 쉽게 다시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제법 주기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