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제발 이번에는 좀 떨어지자 ”
“ 무슨 수를 써서든 떨어질테니까 걱정 마 ”
2학년이 되고 처음 맞는 자리 바꾸기 시간이다. 처음 반에 왔을 땐 그냥 앉았지만 자리를 바꾸기 위해 마련한 시간인 만큼 이번엔 꼭 자리를 바꿔야겠다.
잠시 후,
” 자 다들 자리 바꿨지? “
” .. 진짜 비리 맞다니까? “
” 하.. “
모든 우주가 나와 최수빈을 붙여놓으려 수를 쓰는 것 같다. 아니 일부러 떨어지려고 내가 최수빈 바로 다음에 뽑았는데
나란히 5,6번이 나오는 게 말이 돼? 그냥 뒤에서 앞으로 당겨진거잖아!
결국 난 치트키를 발동했다.
쉬는 시간,
“ 저기.. ”
“ 어..? ”
“ 그.. 너 눈 좋아? ”
“ 어? 아니..? ”
“ 그치?! 아니.. 그 내가 앞 자린데 너가 내 자리에 앉는 게 나을 것 같아서 ”
“ 아 짝꿍이 혹시..? ”
“ 최수빈놈이긴 하지만 나쁜 얘는 아니야 ”
“ 수빈이..?! ”
“ 어어.. 왜? 너무 나빠서 혹시 바꾸기 싫은거니..? ”
“ ㅇ..아니! 그게 아니라.. ”
“ 그럼 바꿔주는거야?! ”
“ 아 어.. 고마워! ”
“ 응..? 아니야! 내가 더 고마워 ”
뒤에 앉은 안경 쓴 여자애에게 자리바꾸기를 제안했다. 아니 뭐 못된 짓도 아니고 오히려 배려하는거지
물론 안 친한 얘랑 앉아야해서 불편하지만 최수빈이랑 붙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
그렇게 쉬는 시간이 끝나 난 바뀐 자리에 가 앉았고 앞에 앉은 최수빈을 보니 꽤나 당황한 듯 싶었다.
쟤도 저렇게 좀 친화력을 길러야 해
물론 나도..
그때,
“ 안녕? ”
“ ㅇ..어? ”
“ 너랑 짝은 처음 해보는 것 같아. 작년에도 못 해본 것 같은데 “
” 아.. 작년에 나랑 같은 반이었어? ”
” 기억 안 나? “
” ..? “
처음 보는 남자가 내게 아는 척을 하며 말을 건다. 아니 이거 유튜브에서만 보던 건데 아니 친구도 두 명 밖에 없는 내가 뭘 기억할 게 있어..?
“ 괜찮아. 말 해본 건 그때 한 번이었으니까 ”
“ 아.. 미안 ”
“ 내 이름은.. ”
“ … ”

“ 최범규. 너는 여주지? 김여주 “
” 어..? 어 맞아 “
와씨.. 개잘생겼다. 이런 존잘남을 왜 난 기억도 못하고 있지? 반성해라 김여주.
어떨결에 바꾼 내 짝이 존잘남인데 내게 먼저 말을 걸어온다? 이건 신의 계시다. 드디어 내가 연애를 해보는구나
그의 잘생김에 내 낮가림도 자동적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새로 친구가 된 범규와 같이 수업을 들으며 이것 저것 이야기 하였다.
얼굴 때문에 수업에 집중이 안되었지만..
수업이 끝난 후,

” 야 김여주 너 왜 맘대로 자리 바꾸냐? “
” 아 쉬는 시간 끝나기 직전에 바꿔서 말 못했어 “
” .. 그래 “
” ..? “
최수빈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내게 와 자리를 바꾼것에 따지 듯 말하는 것 같더니 그냥 순순히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뭐야..?
” 쟤가 수빈이구나 “
” 최수빈 알아? “
”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잖아 “
” 아.. 그치. 근데 넌 남자잖아 “
” ㅎ.. 아니 남자애들도 다 알만큼 인기가 많다는거지~ “
” .. 쟤가 뭐가 잘생겼다는건지 난 통 모르겠다 “
” 그래? 키도 크고 잘생긴 것 같은데 “
” 에이 잘생긴 얼굴은 자고로.. “
스윽,

” 응? ”
“ ..!! ㅇ..아니야 “
내가 말하려는 잘생긴 얼굴이 너무 대놓고 내 옆에 있어 좀 놀랐다. 아니 많이 놀랐다. 나는 놀란 심장을 간신히 부여잡고 진정했다.
“ 잘생긴..! 얼굴은.. 아무튼 쟤는 아니야 ”
“ 여주 너 생각보다 눈 높구나? “
” 뭐.. 아니 그건 또 아닌데 “
” 에이 수빈이가 못생기게 느껴지면 눈 높은거지 “
” 그건 진짜 아니다.. “
” 푸흐.. 그래그래 “
어쩜 저리 웃는 것도 예쁠까.. 범규야 난 아무래도 네게 첫 눈에 반한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점심시간이 되었다.
” 김여주 밥 먹으러 가자 “
” 오키. 잠깐만 “
” 저 여주야 오늘은 나도 같이 먹어도 돼? “
” 응? 범규 너도? “
나야 당연히 땡큐지. 존잘남과 먹는 점심은 얼마나 맛있을..ㄲ
” .. 안돼 “
” 어? “
” 야 최수빈 범규는 나한테 물었거든? 왜 니가 답해 “
” .. 싫어 “
낮을 많이 가리는 나와 최수빈 특성상 처음 보는 사람과 점심을 먹는 것은 많이 불편하다. 그래 내가 이해해줘야지..
” 에휴.. 범규야 수빈이가 보이는 거랑 똑같이 낮을 많이 가려서 오늘은 좀 힘들 것 같고 다음에 나랑 따로 먹자 “
” 그래그래. 어쩔 수 없지 “
아이고 마음도 착해라.. 우리 범규는 단점이 없어?
나는 왜인지 모르게 범규를 노려보는 최수빈을 끌고 급식실로 내려갔다. 얘가 이렇게 경계심이 많았나
” 너 아까 범규는 왜 째려봤냐? “
” 허.. 너는 언제 또 친해졌길래 벌써 범규라고 부르냐? “
” 뭐야? 김여주가 드디어 남사친이 생긴 거임? ”
“ 남사친? 남친이면 더 좋으련만 “
” 뭐? ”

“ 오호 남친? ”
“ 나 아무래도 범규한테 첫 눈에 반한 것 같다니까 ”
“ 웃기시네. 넌 그냥 잘생긴 사람이면 다 좋아하잖아 ”
“ 이게 진짜 아까부터..! ”
“ 여주 남자친구 후보면 또 내가 만나봐야지 ”
“ 진짜 잘생겼다니까 멀리서 봐도 막 후광..ㅇ ”
그때,
스윽,
” 여주야 혹시 초코우유 좋아해? “
” ..!! ㅇ..어? ”
“ 점심 먹고 늘 초코우유 마시길래 ”
“ ㄴ..나? 어.. 맞아! 나 환장.. 하지!! ”
“ 그래? 다행이다. 매점 갔는데 초코 밖에 없더라고 ”
“ 아.. 고마워! 진짜 고마워 ”

“ 맛있게 먹고 이따가 반에서 보자 ”
“ ㅇ..어! 그래! “
깜짝 놀랐다. 혹시 내 주접을 그대로 들은 건 아닐까..? 아니 그렇게 막 큰소리로 떠든 건 아니였던 것 같은데
아니 이 콩닥콩닥하고 폴짝폴짝 뛰는 느낌.. 처음은 아니지만 처음인 것 마냥 설레고 나쁘지 않다.
그리고 너무 깜찍하게 초코우유를 가져다줬잖아.. 세상에서 저렇게 귀엽게 초코우유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건 아마 쟤가 유일할거야..
“ 이야.. 벌써 김여주 취향까지 파악했어? “
” 쟤 작년에 나랑 같은 반이었데! 근데 난 왜 머저리 같이 모르고 있냐고! “
” 후식 취향까지 파악하고 있는 거 보면.. “
” ..? “

“ 이건 500% 쌍방이다. 내 촉이 그래 ”
“ 그렇습니까 연준님..?! ”
“ 그럼그럼 ”
우리 셋 중 유일하게 연애를 해본 최연준은 지금 내게 선생님과 다름이 없다. 나의 첫 연애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실 연준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그때,
“ 허.. 놀고들 있다. 김여주가 무슨 연애를 해 “
” 뭐 난 하면 안되냐?! “
” 나중에 또 혼자 김칫국 마신 거 창피해서 울고 불고 난리칠 게 뻔히 보인다, 보여 ”
“ 아니 근데 최수빈 넌 아까부터 반응이 왜 그러냐? ”

“ 내가 뭐 ”
“ 드디어 여주가 너의 곁에서 떨어지게 생겼는데 행복하지 않아? 옛날부터 누구보다 떨어지길 원하던 애 아니었어? ”
“ 야 쟤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거든? “
” 허? 누가 할 소릴? “
” 아니 그래, 니 그 귀찮은 자리를 우리 저 존잘남께서 채워주실 수 있다니까? “
“ 허.. 저 곱상하게 생긴 얘가 뭘 할 줄 알겠냐? 딱봐도 집에서 설거지 한 번 안 해본 얘 같은데 ”
“ 그런건 여주가 잘하잖아 ”
“ 아무튼! 김여주 연애는 내가 절대 반대야 “
” 니가 반대한다고 내가 못 할 줄 알아? “
내가 꼭 범규랑 연애하고 만다. 최수빈이 배 아파하는 꼴을 보기 위해서라도 난 연애해야겠어.
진짜 쟤는 우리 엄마,아빠도 아니고 왜 저렇게 내 연애를 간섭해? 심지어 우리 엄마,아빠는 나보고 연애 좀 하라고 난리를 치는데
내가 못하는 건 다 쟤 때문이라니까?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자리바꾸기의 결과가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