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 다 왔다 ”
시간이 지나 기다리던 주말이 되었고 범규와 영화도 보기로 했다. 당연히 어제 하루종일 설레서 잠을 못잤다.
세상이 막 핑크빛이고 그 꼴보기 싫던 하늘이 너무나도 귀여워보이고 예뻐보인다.
그렇게 영화관 앞으로 갔다.
스윽,
“ 왔어? ”
“설마 일찍 나와있었어? ”
“ 이 근처에 또 볼일이 생겨서 갔다가 바로 왔지 ”
“ 아이.. 좀 일찍 나올 걸 그랬네 ”
“ 아니야. 티켓은 뽑아놨어 ”
“ ..? 내 것도..? ”
“ 오늘은 여주 니가 나 놀아주는 날이니까 ”
“ 아니 그래도..! 그럼 팝콘이랑 콜라는 내가 살게 ”
“ ㅎ 그래그래 ”
아니 누가 누굴 놀아줘.. 니가 나랑 데이트를 해주는거지..! 이런 심성도 착한 아이라니.. 팝콘과 콜라는 내가 책임진다.
그렇게 우린 팝콘과 콜라까지 사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를 다 본 후,
“ 떡볶이 먹기엔.. 혹시 배고파? ”
“ 어..? ”
사실은 영화를 보며 팝콘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배가 불렀다. 떡볶이.. 먹을 수는 있는데
” 저기 오락실에서 좀 놀다가 먹으러 갈까? “
” 헐 좋아좋아! “
범규는 옆 오락실을 가리켰고 그곳엔 나의 성지 인형뽑기 기계가 무려 3대나 있었다. 늘 오면 최수빈이 하나씩 뽑아줬었는데 범규도 잘 뽑나?
잠시 후,
스윽,
“ 너.. 고수구나? ”
“ 아.. 그 내가 아는 애가 인형을 되게 좋아해서 ”
“ 진짜? 나도 엄청 좋아하는데 ”
“ 그래? ”
“ 내가 봐도 좀 심할정도로 좋아해.. ”

“ 여주 너 엄청 귀여운 취향이네 “
어쩜 저리 웃는 모습이 이쁠까.반달로 접혀 살짝 내려가는 눈과 그 사이 살며시 올라가는 입꼬리가 정말 상하공존의 미를 보여주는 얼굴이었다.
최범규 잘생길 때마다 저축하면 억만장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난 갑자기 부끄러워진 마음에 애써 고개를 돌렸고 옆에 있던 펌프가 내 눈에 띄었다.
” 어 나 저거 해볼래! “
” 펌프? 할 줄 알아? “
” 몰랐겠지만 나 여기 단골이야 “
” 오~ “
난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펌프로 향했다. 늘 최수빈이랑 오면 내가 펌프로 그 자식 코를 눌러줬다고.
잠시 후,
“ 와.. 여주야 ”
“ 응? ”
“ 너 진짜 잘한다.. ”
“ 아잇.. 또 뭘 그렇게까지 ”
사실 매우 뿌듯했다. 제 실력을 발휘한 것 같은 느낌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슉 올라갔다.
그때,
“ 어? 여주 아니야? “
” 사장님..?! 이게 얼마만이에요! ”
난 여기 사장님과 짱친이다. 건강상의 문제로 한동안 가게에 나오시지는 않더니 이제 괜찮아지신건가?
“ 몸은 괜찮아지신거에요? ”
“ 그럼~ 이제 아주 멀쩡해 ”
“ 진짜 사장님 없으니까 인형 뽑을 맛이 안 났다구요 “
” 짜식.. 아부는, 어? 근데.. “
” ..? “
” 전에 있던 걔는 어디가고? 헤어졌어? “
” 아 최수빈이요? 걔 제 남자친구 아니라니까요? ”
“ 무슨.. 남자친구보다 더 붙어다녔으면서 ”
“ 아 진짜..! 아니에요! ”
“ 그럼 뭐 저쪽이 남자친구야? ”
“ 그건..! “
아니 저번에 보건쌤도 그렇고 다들 왜 갑자기 내 남자친구의 여부를 물으시는거야.. 내가 뭐라고 답 하냐고
그때,
꼬옥,
” ..!! “

” 네. 제가 여주 남자친구에요 “
어..? 어어어..?! 순간적으로 뇌가 멈췄다. 아니 뇌랑 몸은 다 멈추고 심장만 미친듯이 뛰었다.
저 말 내가 아는 그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거지..? 그런거지..?!
” 어디서 이렇게 잘생긴 애를 또 데리고 왔어? “
” ㅇ..아 그니까요.. 그게 “
” 여주가 성격이 좀 유별난 건 아나? “
” 그게 여주의 매력이죠 “
” 이야 뭘 좀 아네! “
아니 진짜 이게 실화라고..? 누가 내 볼 좀 꼬집어봐. 아야 겁나 아프다. 그렇다는 건 이건 실제상황이라는 거고.. 저 말은..
안되겠다. 우리 엄마 사위해라 범규야
오락실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겠다. 아까 범규가 던지 폭탄발언에 내 모든 멘탈이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진짜 진심으로 한 말인가..? 아님 그냥 사장님 농담 받아준건가
엄마에게 물려받은 것 중 하나가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인데 참 좋은 성격 하나 물려받은 것 같다.
결국 난 걸어가던 것을 멈추고 범규를 불러 세웠다.
“ 저기.. 범규야 ”
“ 응? ”
“ 아까 그 사장님한테 했던 말.. 있잖아 ”
“ ..? 아 남자친구라고 했던 거? “
” 어..? 아 어, 그 농담으로 한 말이지? “
” .. 흠 ”
그때, 갑자기 범규는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 내가 평소에 농담하는 걸 좋아하기는 하는데 ”
“ ..? ”

“ 내 마음 갖고 농담할 정도로 좋아하진 않아 “
” ..!! “
” 갑자기 내가 그런 말해서 불편해졌으면 그건 내가 사과할..ㄱ “
” 아니..! 사과 안해도 돼! “
” 어..? “
“ 그니까.. 그렇게 막 불편했던 건 아니고 그냥 좀 놀라서.. ”
“ .. 진짜? ”
“ 응..! 진심이야 ”
“ ㅎ.. 다행이네 그래도 ”
“ 어..? ”
스윽,
범규는 허리를 숙여 내 눈높이와 자신의 눈높이를 맞추었고 나를 보며 말했다.
“ 솔직히 마냥 가능성 없는 짝사랑이라고 생각했는데 ”
“ … ”

“ 그 가능성이 아주 약간은 생긴 것 같네 “
” ..!! “
두근,
두근,
실시간으로 내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확실히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주말데이트라는 변수가 이 관계에 아주 큰 변화를 갖고 온 것 같다.
“ 지금 대답 안 해줘도 돼 ”
“ … ”
“ 이렇게 안지 별로 안됐으니까 ”
“ … ”
“ 나중에 마음 정해지면 그때, 그때 말해줘도 안 늦어 “
“ .. 고마워 ”
그렇게 떡볶이까지 먹고 범규와 함께 우리 집 사거리까지 갔다. 집 앞까지 갔다가 괜히 엄마에게 걸리면 범규가 취조당할 것이 분명했기에 내가 극구 말렸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집에 최수빈이 있을지 없을지는 나도 장담을 못해서 괜히 마주쳤다가 또 둘이 으르렁대면 난 감당 못한다.
“ 잘 가. 학교에서 보자 ”
“ 응! 범규 너도 조심히 가 ”
범규가 헤어지고 난 혼자서 집까지 걸어갔다. 집가서 최수빈을 놀릴 생각에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나도 드디어 연애를 한단다 친구야
그때,

“ 야! 김여주! ”
“ ..? 최연준? “
” 하.. 이 멍청아! 너 대체 하루종일 어디를 싸돌아 다닌거야? “
“ 나? 영화보고 떡볶이 먹고.. 아니 근데 너 왜 여기있냐? ”
” 최수빈이 너 연락 안된다고 찾으러 다니자고 난리를 쳐가지고 아까부터 계속 찾으러 다녔다!! “
” 에..?! “
” 폰은 장식이야? “
진짜 폰을 꺼내보니 부재중 전화가 매우 많이 찍혀있었다. 아니 영화 보느라 폰도 무음이었고 하루종일 폰을 볼 틈새가 없었어서
최연준은 최수빈에게 연락을 하는 듯 싶었고 졸지에 집에 늦게 들어와 혼나는 입장이 되었다. 아니 지들이 우리 엄마,아빠야..?! 우리 엄마도 뭐라고 안하는데..!
잠시 후,

“ 너 어디갔다 이제 와. “
“ 그때 미뤘던 떡볶이 먹으러.. ”
“ 그럼 떡볶이만 먹고 오면 되는 거 아니야? 근데 왜 시간에 들어오냐고 ”
“ 이왕 나간 김에 영화도 보고.. 오락실도 가고 ”

“ 오 뭐야~ 데이트 하고 온거였어? “
“ 응.. “
“ 연락은? 너 내가 아니라 어머니가 연락하셨던 거였으면 외출 금지 당했어 ”
“ 아침에 엄마한테 늦게 들어올거라고 말해놨어.. 이미 ”
“ 늦게 들어오려고 했네 “
” … “
가만히 듣고 있으니 화가 났다. 우리 엄마도 뭐라고 안 하는데 난 왜 얘한테 이런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해? 자기가 무슨 내 남자친구라도 되는 것 마냥 구냐고
결국 난 최수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 근데 너 진짜 너무 한거 아니냐? “
“ 뭐..? ”
“ 너 우리 엄마도 아니고 아빠도 아니고 내 남자친구도 아니야. 그냥 친구라고 근데 왜 니가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
” 너.. “
” 너 진짜 요즘 이상해. 범규 일이면 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퉁명스럽게 대하고.. “
“ … ”
“ 오늘은 특히 더 미워. 너 ”
화가 난 난 최수빈을 지나쳐 우리 집으로 들어가버렸다. 진짜 쟤 요즘 왜 저러는거야..
“ ? 김여주 표정이 왜 그래? 놀고 온거 아니야? ”
“ .. 몰라. 엄마보다 더 엄마같이 굴잖아 “
” ? 쟤가 뭐래는거야 “
” 씨이.. 아 몰라!! “
여주가 집으로 들어간 후,
“ 하.. ”
“ 쟤 완전 제대로 삐진 것 같은데 ”
“ .. 김여주 진짜 “
” .. 니가 요즘 좀 과한 건 맞아. “
” 뭐? “
” 여주 말대로 넌 지금 그냥 친구잖아. “
” … “
” 오히려 남자친구 자리에 가까운 건 최범규지. 니가 아니라 “
” … “
” 그니까 그런 간섭이던, 좋아하는 거던 당당하게 하고 싶으면 그 자리에서 가만히 있지 말라고 “
” … “

“ 지금 니 자리에선 확실히 과해. “
“ … ”
주말 데이트는 확실한 변수가 되어 다른 관계에도 크나큰 변화를 주고 있었다.
확실히 큰 변화였다. 아주 큰 변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