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6장. 동창회 (2) >
계속되는 친구들의 엮음에 도망치듯 나왔다. 아 물론 화장실 간다고 구라까고.식당 근처에 쪼그리고 앉았다. 잠시만 이거 어디서 봤던 장면인데..난 시끌벅적한 곳과 안맞는 듯했다. 이상하게 그런 곳만 가면 피하고 싶달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인데 이렇게 갈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 심호흡을 한다. 머뭇거리며 문고리를 잡고 밀었다. 잔이 부딪히는 소리. 여러 목소리가 섞인 소리들이 내 귀를 타고 들어왔다.그 가운데 정국선배는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날 응시했다.

그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나와 그 단둘이 있는 것같았다. 나 그의 눈을 정확하게 쳐다봤다. 깊게 들어가있는 쌍커플, 소녀스러운 눈매에 강인한 눈썹. 처음이였다. 그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본것이.그때 내귀에 때려박듯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이지은 쟤는 고등학교때랑 변하질 않냐?남자 꼬시는건 재주 있네."
"ㅅ발ㅋㅋㅋㅋ근데 저 선배라는 분 너무 아깝다. 이지은이랑 ㅈ나 차이나넼ㅋㅋ남자가 너무 아까움"
"냅둬.남자가 저리도 좋으면 저런 남자를 힘들게 꼬신거같은데 박수쳐줘야지"
"걸레ㄴ"
또다. 이런 취급받는거. 다 잊고 동창회때는 안그럴줄 알았다.20살 되면 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반친구들은 아니였나보다. 괜히 나 혼자 신이 났던 걸까.가방을 부랴부랴 챙기고 또 다시 자리를 피했다.유리창안으로 보이는 정국 선배는 서빙하랴 주문 받으랴 바빠보였다.
그를 한번 보고 유리창에 비치는 초라한 내 모습이 보였다.동창회라고 이딴 옷사입는거 한심해보였다.어찌보면 아까나와 그를 두고 수근됐던 이야기는 그냥 가십거리들로 가득한 말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 손은 미친듯이 떨렸다. 그와 난 대조되는 느낌이였다.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유명한 선배들과 난 왜 아무렇지 않은듯이 지냈을까. 언제부터. 내가 뭐라고 지민선배한테 고백을 받고, 내가뭐라고 날 그리 챙기시는지.그래 알고보면 이미 난 대학교에서 가십거리였을지도 모른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은 난 발이 닫는 곳으로 뛰어갔다. 턱끝까지 가빠오는 숨이여도 발을 멈추지 않았다. 구두 때문에 뒷꿈치는 까질대로 다 까졌다. 앞도 보지 않고 뛰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등과 내가 부딪혔다.숨을 헐떡이며 이마를 붙잡았다.나와 부딪힌 사람은 뒤돌아봤고,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 지은이다"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는지 제대로 서지도 못한 그가 비틀비틀 되며 날 가리켰다. 방학된지 2일밖에 안됬는데 원래 말랐던 그가 더 말라 보였다.눈밑은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고, 피부는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선배?" 지은
"안녕~~" 지민
말 끝을 늘리며 나에게 인사를 건넨 선배는 내 왼쪽어깨에 머리를 언지며 쓰러졌다.난 놀란 나머지 몸이 경직되었다
습관적으로 그의 머리를 조심히 어루만지려다 손을 황급히 때고 그를 깨웠다.그는 깊이 자는듯했다.일단 길바닥에 그를 두고 갈순 없으니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갔다. 꽤나 가벼웠던 그를 쉽게 우리집까지 데리고 갈수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그가 안쓰럽게 보였다.그를 눕히고 대충 뒤꿈치에 데일밴드를 붙이고 쇼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
<제 37장. 집착이라는 꽃은 언젠간 피어나는 법>
창문으로 따스한 햇살이 날 비춰옴에 난 눈을 떴다. 언제부턴지 모르게 지민 선배는 거실 바닥에 앉아 날 쳐다보고 있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자신이 왜 여기있는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이였다. 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 선배 어제 술먹고 쓰러져서 어쩔수없이 데리고 왔어요 " 그는 수긍이라도 한듯 뒷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해보였다.그러곤 자신의 손을 내 머리에 가져다됐다.
"고마워" 지민
난 그의 손을 쳐냈다. 더이상 그들과 어울려 다니지않기를 결심했거든.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날 쳐다봤고, 난 칼같이 그에게 손을 그으며 말했다.
"있잖아요..선배, 저번에 하셨던 말..날 좋아하는건 하겠다고 했던거." 지은
"그말 기각할께요. 부탁입니다. 더이상 아는척 하지 말아주세요." 지은
"뭐..?왜? 내가 뭐 잘못했어?사과할께. 제발 그러지마" 지민
"선배 잘못없어요.그냥 제가 그러고 싶어서 그래요.선배뿐만 아니라 나머지3명 모두 말할려고요." 지은
"왜..왜그러는데. 절대 그렇게 못해. 아니 안해.아는척을 넘어서 널 좋아하는 티낼거야." 지민
"...선배 나가주세요" 지은
내 말에 그는 화가난 표정에 눈물이 맺힌 얼굴로 내 두어깨를 잡고 눈을 마주쳤다.
"날 밀어내지마. 지은아.응?제발..제발!" 지민
그는 날 향해 소리쳤다.난 또한 그를 향해 소리쳤다.
"나가!나가라고" 지은
그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날 내려다봤고,

"너가 그래도 넌 날 벗어날 수 없고,
나 또한 너한테서 벗어날수없어."
라는 말을 남기고 문을 벅차고 나갔다.그가 나가자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 주저앉았다.내 어깨는 지끈거리는 듯했다. 그래도 이게 최선이었다. 더이상 예전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거든.윤기, 정국, 태형 선배에게도 문자를 남겼다. 더이상 아는척 하지말자고.정국선배는 연락을 받자마자 우리집을 찾아왔고, 윤기선배는 싫다며 계속된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도 태형선배는 알겠다는 문자를 하곤 문자가 두절됐다.
그후 지민선배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에게 연락을 했다. 계속된 연락이 그저 귀찮았다.그래서 가끔 무시하고 차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민선배는 전화를 받지 않으면 집앞으로 찾아왔고, 나머지 선배들 모두 안하던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밖에서 남자와 이야기하는걸 목격하면 그자리에서 날 끌고가 입을 맞추려고 하거나, 심하면 그 남성에게폭력을 하려고 했다.심지어 그 남성은 그냥 알바생이거나 도움이 필요한 분이여도. 그냥 남자라면 말도 못 섞게 했다.이보다 더 심한일이 있었지만...
그들은 나에게 더이상 친절한 선배들이 아닌 무섭고, 두려운 존재들이 되었다.고작 그런걸로 무서워하냐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단단히 미쳤다.더이상 예전에 알던 모습이 아니다.
<제 38장. 소용돌이 같은 감정>
여름방학이 끝나기 까지 1주일이 남았다.1주일 뒤면 그들의 얼굴을 마주봐야한다. 그들 때문에 조용했던 내 핸드폰은 미친듯이 알림이 울렸고, 전화는 몇백통이 와있는 폰이 되었다.이제 알림 소리만 들어도 난 몸을 움츠리며, 소름이 돋았다.내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이젠 밖에 나가는 것도 두렵게 됬다. 그냥 집밖은 줄곧 나에게 감옥이였다.
'쾅쾅쾅 '
누군가 왔다. 우리집을 아는건 정국선배와 지민선배. 분명 둘중 한명이다.난 최대한 집에 없는 척했다.
"지은아. 나야.전정국" 정국
전정국. 이름만 들어도 이젠 소름돋는 선배이다.도대체 그는 어떻게 자신의 성격을 죽였는지.그는 내가 집에 있는 거 안다는 듯이 문밖에서 말했다.어차피 대학교 가면 봐야하는 선배이다. 그러니 일단 밀고 보자라는 생각에 난 문을 열었다.

"지은아.왜 전화 안받아?"
그는 날 보자마자 대뜸 안았다. 아주 세게.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하였지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왜이렇게 말랐어" 정국
"선배들이 이런식으로 행동 하시니ㄲ..." 지은
"우리가 이렇게 된건 너 때문이야.너가 아는척 하지 말자는 문자만 안보냈어도 안그랬을거야." 정국
그는 아까보다 더 세게 꽉 껴안았다.난 그의 어깨를 치며 놔라고 난리쳤고,그는 옆집 눈치를 보고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들어 오자마자 날 놓아주었다.
"차라리 태형선배가 나았어..." 지은
난 그가 들으라는 식으로 중얼 거렸다. 그는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고 날 내려다 봤다.
"그자식 이름 부르지마.나 질투나" 정국
"선배 저 좋아해요? 좋아하는 것도 아니시면서 왜그래요"지은
"어 너 좋아해. 나뿐만 아니라 나머지 3명다 너 좋아해.아니지 사랑하지" 정국
"...선배 그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에요." 지은
"이게 집착이야?그냥 널 순수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러는건데." 정국
그말에 난 굳어졌다.이게 사랑이라고? 어이도 없었지만 무섭기도 했다.예전 그들의 행동에 잠시나마 설레어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그들의 뒷모습을 모른체 그냥 손바닥안에서 놀아난것이니.남자랑 말만 섞어도 살인을 저지를것 같은 인간들의 행동이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행동이였다니.
난 그를 밀어서라도 우리집에서 내보냈다. 그를 강제로 내보내고, 난 벽에 기대어 앉았다. 어둡고 침침한 집이 오늘따라 넓게 느껴졌다.하필 지금 태형선배가 생각났다.내 문자 이후 그와는 한번도 연락을 안했다. 다른 선배들과 달리 나를 위해주었다. 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고 긴 신호음 끝에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_"...여보세요?" 태형
_"선배...저 너무 힘들어요" 지은
그말과 함께 내 눈앞이 눈물로 가려졌다.그는 놀란 목소리로 어디라며 물었고, 난 그에게 **놀이터에서 보자고 말했다.눈물을 머금고 놀이터로 터덜터덜 걸어갔다.그는 날보자 마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부드럽게 날 안았다.그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넘겨주며 나에게 말했다.
"아는 척하지 말라며" 태형
"지금은 아는척 해주세요.." 지은
"더 말랐어?지은아" 태형
"선배. 원래 지민선배, 정국선배, 윤기선배가 무서운 분들이였나요...?" 지은

"그게 무슨소리야.개네들이 너한테 뭔짓했어?"

15화까진 사실 프롤로그였어요🤭
지금부터 진짜 이야기 시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