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그와트 고등학교'글쓴이.|7012|

자신의 엄지손톱을 까득까득 씹어대는 윤기였다.
'놔두고 그냥 오는 게 아니었나...'
'꿈속에서 걔가 쓰러져 있던 곳이...'
'나뭇잎 무성한,'
'나뭇잎 무성한...'
'설마 미로는 아니겠지?'
'어쩌면 ‘안전한 숲’이거나, ‘금지된 숲’일지도...'
'아, 신경 쓰이게...'
'귀찮은 건 딱 질색인데...'
'무시하자. 누가 뭐래도 무시하자. '
'남의 인생사 언제부터 신경 썼다고.'
타액으로 뒤덮인 엄지를 네 손가락으로 쓱 닦은 뒤,
석진에게 말을 던졌다.
어딘지 모를 곳에 여전히 시선을 고정한 채로 말이다.

“태형이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끊으려 다짜고짜 입부터
열고 본 것이었지만,
석진은 평소의 친근한 말투로 답해주었다.
“아, 태형이?”
애초에 2학년 수업에서 1학년을 찾는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았거늘.
물음이 의미 없다는 것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석진이었다.
아니면, 애초에 신경이 다른 곳에 쏠려 있었을지도.
예를 들자면, 초록 약물을 다른 컵에
들이붓는 마법의 약 제조 공부 같은 것 말이다.
석진이 지금 하고 있는 그것을 예로 든 것이다.
“아랫마을 유학 갔다가 친해졌다는 애 있잖아.”
“태형이 쪽 가문이 학교에 추천해서 입학서도 따주고. 물론 걔도 기질이 있으니 뽑혔겠지만.”_석진
탁해져 버렸네.
검게 물든 액체를 바라보며
무심히 뒷말을 중얼거리는 석진과,
"아, 그래?"
드문드문 반응을 보이는 윤기.
석진이나, 윤기나, 콩밭에 가있는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물론, 둘이 엄연히 다른 생각에 빠져있다는 것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윤기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던 그 순간.
“김여주랬나?”_석진
그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는 한마디가 뱉어졌다.
한껏 짙어진 두 쌍꺼풀이 그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 했다.
“늦었다면서 걔 만나러 뛰어 가버리던데?”_석진
'김태형이면... 꿈 속에서...'
'무시하자.'
'무시하자...'
주름진 미간을 각진 두 손가락으로
꾹 누르며 눈을 감아버렸다.
'무시하자.'
'무시하자.'
'무시하자.'

“아, 씨발...”
비속어가 천박하다며 치를 떠는 민윤기가 욕을 했으니,
석진이 가만히 있을 리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
순식간에 동작을 멈춘 석진의 눈동자가
천천히 윤기 쪽으로 옮겨졌다.
“야, 민윤기.”_석진
.
.
.

'아, 귀찮은 거 정말 질색인데.'
쾅-
윤기의 두 손바닥이 책상과 맞부딪히며 일어난
큰 마찰음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석진이 말을 잇기도 전에 문밖으로 뛰쳐나가 버린 그.
휑해진 의자 위에는 미세한 온기만이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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