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장미의 여인
5 | 🥀

•햇살•
2021.09.09조회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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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는 냉기가 세자의 눈 앞에서 느껴진다. 세자가 강제로 뒤를 돌자 보인건 자신과 또래인 것 처럼 보이는 어떤 여자가 자신의 눈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여자는 잠시동안 그러고 있다가 세자를 잡고 있던 손을 다급히 때어버리고 경계하는 말투로 세자에게 말을 건다.
"...누구시죠?"
"ㄴ, 나는 이 나라의 ㅅ세자다 어서 예를 갖추지 못할까!"
너무나도 차가운 말투에 당황한 세자는 말을 더듬어버렸다. 그렇게 말을 한 후 자신이 여자에게 겁을 먹었다는 사실에 세자는 귀가 빨개졌다. 여자는 경계를 풀 생각이 없는 듯 세자를 노려보며 물러났다. 그리고는 장미가 무성한 곳으로 가서 물을 뿌린다. 이 곳을 관리하는 것 같았다. 조용히 그녀가 하는 일을 바라보고 있을 때 여자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 것인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맑고 청량한 콧노래는 듣기 편안했다. 세자가 지금까지 들었던 노래 중에 가장 아름다웠다.
아무생각 없이 여자를 바라보고 있던 중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이곳저곳 다니던 여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게 되었다. 6년 전 세자가 본 그 아이의 눈동자와 유사했다. 깊고 어두운 검정색을 가지고 있는, 마치 흑장미 같은 눈동자. 6년 전 세자가 사랑에 빠졌던 그 눈동자였다. 세자는 순간적으로 여자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더욱 가까이에서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세자의 눈을 피했다. 무언갈 들켜선 안 된다는 사람마냥.
"...뭐하는 거죠?"
"나는 너를 알고 있다. 그리고 너도 나를 안다. 그런데 왜 나를 피하고, 내 눈을 맞추려 하지 않는 것이냐?"
"
"여주, 이여주. 내 분명 네 이름을 기억하고 있거늘...혹여 알아보지 못 하는 것인가?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사람을 잘못..."
"6년 전 떡을 훔쳐먹으려던 사내아이를 도와주지 않았느냐?"
순간적으로 여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세자는 이를 놓치지 않았고, 끝까지 여자를 추궁했다.
"너는 그 사내아이가 궁을 나온 세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 그리고 그 세자가 궁을 돌아가기 전 네게 청혼을 했던 것도 기억을 하고 있을 터...왜 입을 열지 않는 것인가?"
"전 세자를 잊었습니다. 부디 이곳을 나가주시지요."
"내가 어떻게 그러겠는가..! 너로 인해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세자저하가 이러시면 저만 곤란해집니다. 어서...제발...나가셔야 합니다 저하..."
여주가 말을 마친 순간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며 눈동자의 색이 변하였다. 지금까지 세자가 사랑하던 까만 눈동자에서 새빨간, 매혹적인 색으로 바뀌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그녀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세자는 느끼고 있었다. 세자는 필시 도망을 쳐야 한다는 것 직감적으로 알았지만 그러지 않았다. 6년 만에 만난 자신의 첫사랑을 두고 갈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세자는 그곳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의가 아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어떤 남자가 세자를 이끌고 통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온 뒤 사라졌다. 세자가 빠져나온 뒤 통로는 순식간에 무너져내렸고 세자는 그곳을 다신 갈 수 없게 되었다. 6년 만에 만났던 첫사랑을 놓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