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아저씨

04











오늘은 날씨가 흐렸다

잿빛 하늘과 습한 공기를 보아하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았다

내 예상대로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다
이내 비바람이 거세졌다

세차게 내리는 빗물에 온몸이 다 젖고
차가운 바람이 불 때마다 오들오들 떨렸다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지나다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에 급하게 집까지 뛰어갔다

후드집업 주머니를 뒤적였다


“ 어..? ”


뛰어오다가 흘린 건지 학교에서 잃어버린 건지
있어야 할 열쇠가 없었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흠뻑 젖은 채 가방을 안고
몇 시간을 현관문 앞에 앉아있었다

비 때문에 급하게 오느라 편의점도 들르지 못해
배는 꼬르륵 소리를 계속했다

덜덜 떨며 배를 감싸 잡고 있다 깜빡 졸았다

누군가 어깨를 톡톡 두드려 올려다보니
고양이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훑어보며 말했다


“ 뭐야 너 왜 여깄어? 꼴은 왜 그래? ”


창백해진 입술로 상황을 설명하니
아저씨는 마른 세수를 하고는
잠시 집으로 들어오라며 손짓했다

대뜸 옆집 도어락을 누르는 아저씨를 빤히 보았다


” 아저씨 거기 살아요? “

” 그럼 뭐 내가 남의 집 도어락을 열겠니 “


열린 문 안으로 보이는 집은 무척 어두웠다

아저씨는 들어오자마자 집안 모든 불을 켰다

들어오라고 열어준 문일텐데
발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았다

축축하게 젖은 양말이 바닥을 더럽힐까 걱정이 됐다


“ 거기서 뭐해 안 들어오고 ”

“ 옷이 다 젖어서 바닥까지 젖을까봐.. ”


내 말을 듣고 아저씨는 불편하면 물기를 닦고 들어오라며
나에게 수건 한 장을 툭 던져주었다

신발장에서 대충 물기를 닦고
양말을 벗은 후 안으로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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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너 밥은 먹었냐? ”


고개를 내저으니 아저씨는 일단 샤워하고 나오라며
새 칫솔과 예쁘게 개어져 있는 옷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