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녀의 출세

01. 공녀라는 신분으로

본 작품은 고려시대를 기반으로 하나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픽션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원나라의 황좌가 바뀔 쯤이었다.
모두의 예상대로 제 1황자가 아닌 망나니 중에 개망나니라 불리는 2황자가 황제가 되었으니 나라가 뒤집힐 수밖에…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어떻게 황위가 2황자에게 갈 수 있습니까?” 

“1황자가 사라진 걸 보니 손을 쓴 게 틀림없어”

“개망나니가 황위에 올랐으니 이제 나라가 망하는 것도 시간 문제겠네”
      


아무도 그를 황제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어떻게 끌어내릴지 그 생각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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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내가 황제가 된 것이 못마땅한가?”

“크흠…”

 대답해보게. 못마땅하냐고 물었다.”

폐하 어찌 그런 생각을 품겠습니까”

 그런 생각? 거짓만 내뱉는 네 혀를 지금 당장이라도 자르고 싶구나”

 폐하 소인의 뜻은…”

 폐하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오늘은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래. 본왕이 너무 흥분했구나. 물러가거라”

“아. 그 전에 잠깐”

“예. 폐하”

“넓은 경성에 미인 하나 없으니… 고려왕께 전하라. 지금 당장 공녀를 보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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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왕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공녀를 내어 달라는 원나라 황제의 말에 순순히 따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힘 없는 자신이 별수 있겠냐며 세상에 알렸다. 자신의 딸을 공녀로 파는 자에겐 큰 보상금을 하사하겠다고

그리고 그 첫번째 희생자가 바로 가난한 양반집의 외동딸 상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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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비가 엄청 쏟아져요!”

“이만 들어가자꾸나.”


그날의 아버지는 평소와 좀 많이 달랐다. 축 처진 어깨, 쉬지 않는 한숨… 아버지는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아버지 무슨 일 있나요? 엄청 우울해 보이세요…”

“무슨 일이 있긴… 내 기분이 이 날씨를 따라가려 하구나”


거짓말. 나는 아버지의 구슬픈 모습이 싫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불편해지는… 마치 배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 제가 음식이라도 차릴게요. 혹시 먹고 싶은 게 있나요?”

“아니다. 넌 방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어라. 내 급히 다녀올 곳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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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진이나 잠을 잔 건지 해는 벌써 저문지 오래였다. 그런데 이 야밤에 웬 소란인지 밖에선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쩜… 불쌍해서 어떡하니”

“무슨 일 있대요? 웬 병사들이 이리 많아”

이 집 딸이 공녀로 가게 되었다지 뭐야. 쯧쯧… 애비가 얼마나 돈이 급했으면 자기 딸까지 팔아넘기나?”

“…”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대문엔 처음보는 옷차림을 갖춘 병사들이 진열해 있었고 나를 동정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아주머니들 사이 말 문이 막힌 아버지가 보였다.


“아버지…?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자네 딸도 나왔으니, 이제 떠나야겠네.”

 

이내 병사가 나의 팔을 잡아당겼다. 나는 황당한 상황에 아버지를 노려보았으나 여전히 고개만 푹 숙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왜인지 그 팔을 뿌리칠 수 없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


나는 보았다. 푹 숙인 고개 밑 활짝 웃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그리고 그 순간 떠올랐다. 그동안의 아버지의 행동들을…


“아버지…”


일찍이 어미에게 버려져 추운 길바닥에 내던져진 나를 데려다 보살펴 준 것도 나에게 배움의 기회를 준 것도 항상 예쁜 다홍색 치마를 구해다 준 것도 모두 다 아버지였다. 어버지는 결국 이러한 목적으로 나를 길러주신 거였을까?



“듣고 보니 친애비도 아니라더만. 무엇을 기대했나?”

“하지만… 제겐 친애비나 다름없는 분이었습니다”



배신감이 몰려왔지만 아버지가 원망스럽진 않았다. 같은 핏줄이 아닌 나를 여태 보살펴 준 것만으로도 나는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원나라로 가는 거죠? 얼마나 걸립니까?”


 하지만 더이상은 아버지의 모습이 보고 싶지 않았다. 그 마음에 순순히 따라가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어서, 더 빨리 이 곳을 빠져나가길 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고려땅을 벗어난 순간 나는 다짐했다. 죽을 힘을 다해 꼭 살아남을 것. 보란듯이 공녀라는 신분으로 꼭 성공하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