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 이게 누구람?”
끔찍, 최고로 끔찍하다. 이 새X를 여기서 만나다니. 그것도 같은 살 집에서 말이다.
이름은 박지민. 어릴 때부터 가는 족족 만났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전부. 그래서 애들끼리 서로 사귀나는 질문을 받았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의 사이는 매우, 매우 좋지 않았다.
예를 들면, 급식실에서 급식을 받을 때 서로 앞을 보지 않고 친구와 대화를 하며 걷다가 부딪혀 넘어졌었다. 그로 인해 우리의 급식판은 엎어졌다.
당연히 우리는 ‘너가 앞을 잘 보면 되는 거 아니냐’, ‘너가 먼저 부딪혔잖아’ 등 서로에게 남 탓을 하였다. 둘 다 잘못한 거지만 인정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뭐래? 부딪힌 건 너잖아!!”
그 이후론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애들에게 들은 바로는 서로 치고받고 싸웠다나 뭐라나. 기억하기도 싫은 기억이다.
우당탕 하숙생들—박지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 걸”
“가출이라도 했냐?”
나와는 다르게 꽤 잘사는 박지민. 하지만 부모님의 억압이 심했었다. 박지민의 형이 엄청 유명한 대학에 들어갔기에 박지민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줄곧 언젠가는 가출을 할 거라는 식으로 말을 했었다.
“응, 가출 좀 했어”
“이게 너가 원하던 답변이지?”
말 하나하나가 날카롭다. 공학이지만 남녀 분반이 된 우리 학교에서는 볼 일이 별로 없어 거의 1년 만에 대화한 것이다. 대화...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기...싸우지 말,”
아무튼 김태형은 나와 박지민 사이에서 나오는 차가운 공기를 정면으로 맞아야 했었다. 김태형은 눈치를 살피며 살기가 느껴지는 우리를 말렸다.
“당연하지! 드디어 하루종일 박지민을 괴롭힐 수 있어!!”
나는 박지민의 마지막 말에 답했다. 이렇게나 행복할 수가. 저 얼굴을 매일 보는 건 눈에 안 좋지만 매일 괴롭힐 수 있다니...
“응...?”
김태형은 어리둥절한 눈과 말투로 쳐다보았다. 김태형 쪽을 바라보니 내가 잘못 본 건지 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긴 아까까지만 해도 서로 죽이려 들려 했으니 이해는 한다.
“근데 여기엔 언제부터 있었냐?”
박지민 집에 안 가본 지 어언 1년, 그동안 박지민의 부모님께 전화는 왔었지만 얘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못했던지라 최근 근황을 알 수 없었다.
“1년 됐는데”
나는 박지민의 말에 ‘아...그렇구나’라며 생각 없이 답하였다. 잠시만, 1년이라고? 그렇게나 오래된 거야?
내가 얘의 소식을 안 들은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집을 나온 건 그렇다 쳐도 1년이나 지났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이 새X가 집을 나오면 분명 부모님께 연락이 올 텐데.
“한바탕 싸우고 나오니까 찾지도 않더라”
“이런 부모님이 어디 있냐?”
입과 눈은 웃고 있었지만 말끝은 흐렸다. 장난식으로 말한 것으로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 않아 보였다.
“또 왜그래애~”
“겉으론 안 그러는 척 하시면서 속으론 걱정하고 계실걸?”
김태형이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 뒤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무시 당한 것이다.
“이건 여기에, 그건 거기에”
계절에 알맞지 않은 얇은 이불과 여러 옷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 등등 가방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방에 옮기기 시작했다.
“말만 하지 말고 좀 도와...”
나의 새로운 일꾼들과 함께.
여기서 지내온지 벌써 일주일. 내가 언제인가 '여기에는 우리만 사는 거냐'라고 물어봤을 때 우리 말고 4명이 더 산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나머지 4명은 전부 싸돌아댕기는지 일주일 동안 한 명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한가지 큰 시련이 생겼다.
“그래서, 너가 왜 내 방에 들어와 있는 건데?”
X됐다. 궁금한 나머지 그 4명 중 한명의 방에 들어와 봤다. 하지만 내가 방심하고 구경하던 사이 눈대중으로만 봐도 키가 커 보이는 한 명이 들어왔다.
“저...그게 있잖아요...”
나는 눈을 뺑글뺑글 돌렸다. 어떡하면 좋을까. 솔직하게 말할까? 아냐, 이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내 방인 줄 알고 들어왔다? 이것도 아냐, 내 방은 1층이지만 여긴 2층이다. 거짓말을 하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것이다.
“뭔가 이끌렸달까...?”
이새X가 뭐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