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스친 바람엔 꽃향기가 실려 있다. [BL]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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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몇년이 흘렀다.

승철 형님의 죽음에도 무덤덤해져만 갔지.

나는 이런 나에게 겁이 나더구나.



그 아이는 나의 몇가지 조언 외에

다른 이의 가르침 없이 혼자 훈련을 하며

몇번의 봄을 더 넘겼지.





그리고 어느 봄날,

문득 그 아이의 속내가 궁금하더구나.



주변이 그토록 위험한 나에게

어찌하여 이리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지.



그날, 햇살이 집 마당을 비추던 시간에

나는 정자에 앉아 독서를 하였고

그 아이이는 나의 옆에서 낮잠을 청하였지.











"찬아, 이제 일어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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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 조금만 더 자면 안됩니까~..."





"그리 게을러서

나를 지킬 수야 있겠는지 나원..."





"아잇.. 나리도 참, 당연하지요...!

알겠습니다... 일어나겠습미다..."





"햇살이 좋으니 나와 이야기 하자꾸나."





"좋습니다~"










그리고 찬이에게 물었지.










"너는 어찌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나의 곁에 남아있느냐?



아버지와 어머님을 여의고, 승철 형님을 여의고,

이렇게 나의 주변은 위험하다.

이미 나를 떠난 하인이 많지 않느냐.



그런데 너는 어째서

나의 곁에 남아있는 것이냐?"










나도 모르게 어린 찬이에게

나의 속내를 모두 털어 놓았다지.



그 아이는 영문도 모른채

한심한 나의 호소를 당황한 눈으로 바라보더구나.

후회되던 찰라,










"괜한 말을 하였구나."





"나리를 연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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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저갓은 천놈이 연모라는 것을

어찌 아는가 싶으시겠지만...

스승님께 연모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스승님께서 떠나기전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연모란,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그 자와 함께 하고 싶고,

그 자만을 지키고 싶고,

그 자에게 편안함을 느끼는 것임을요...



제가 배운 바로는 이러합니다.

혹여나 배움이 틀리더라도 스승님을 믿습니다.

저는 나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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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모하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이 아이와 함께 있을 때면

울기도 하였지만 자꾸만 미소가 나왔다.

항상 함께 하고 싶었고

나도 그 아이를 지키고 싶었지.



양반인 나도 연모라는 것을 배워 본 적이 없다.

아마 사랑을 받지 못해서일테지.



하지만 그 아이의 말이 맞는 것 같더구나.

나도 그 아이를



연모하고 있었던 것 같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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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다 찬아."










나에게 따뜻함을 알려준 그 아이를

나 또한 사랑한다 생각했다.



서로의 마음을 알게된 그 날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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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날..."





"한 밤중에 습격을 당하였다.

나는 찬이, 그 아이와 함께 있었지.



그 아이는 나를 지키겠다 칼을 휘둘렀지만,

제대로된 가르침을 다 받지 못한 칼

어느 누가 해를 입겠느냐.



그때 또한 야속하게

나의 목숨만 이 세상에 남았다.



그리고 나는 찬이를 가르치길 거부했던

서명호를 원망하여, 눈 밑에 상처를 내었다.



그로 인해 너를 가르치라 하였을 때

나의 명을 거절한 서명호의 뜻을 꺾은 것이다.

이렇게라도 위에 있는 찬이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리지 않을까 싶어.

하지만 내 욕심이었을테지."





"저는... 저를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네가 그런 오해를 했을까 두려워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네..? 그렇다는 건..."





"이곳이 어디일 것 같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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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모르겠습니다..."





"그래, 나의 이야기 만으로도 아는 것이

더욱 신기할테지.



이곳은 내가 처음으로 통곡하였던

찬이의 집이다, 찬이가 어머니를 여윈."





"...



끝까지 들어 드렸습니다.

이제 제 이야기에 대답해 주세요."





"흠. 그래."





"그렇다면 저는,

그 아이, 이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그저 이찬과 닮은 점이 많은 천놈일 뿐입니까?"










천놈이 감이 좋구나.



어찌 이 말이, 너를 막 대하려는 나의 생각이

마음에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것이냐.










"제발... 제발 그 입을 열어 주십시오 나리.

나리께서 저를 특별하다 생각하는 착각...

제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부디..."





"내가 너를 어찌할 줄 알고."





"버리실 것... 같습니다..."





"어찌 그리 눈치가 빠르더냐."





"나리...!"










더는 이 얼굴을 못 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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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우는 모습도.










"네가 찬이와 겹쳐보였기에 품었었다.

하지만 이또한 너에게는 죄가 되겠구나."





"아닙니다... 아닙니다 나리...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던

저를 그냥 곁에 두기만 해주신다면...

제발..."









나는 너의 우는 모습에 약하지만,

너 또한 나를 떠나는 것이 더욱 두렵구나.










"따라오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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