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스친 바람엔 꽃향기가 실려 있다. [BL]

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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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너 또한 잊어가고 있었다.



한동안 집안을 나가지 아니하였다.

혹여나 너를 볼까봐.

민규 너를 보면, 또 내 욕심에

다시 소유하고 싶어질 까봐.



그러던 어느날 명호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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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무슨일이냐."





"요즘 식사는 잘 하고 계신지

궁금하여 왔습니다.

도련님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요."





"네가 나의 끼니까지 챙기는 구나.

살기위해 잘 먹고 있지.



그래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게냐."





"..."










명호는 말없이 원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원우는 놀랐지만 티내지 않았다.










"지금 뭐하는 거지?"





"지난 번, 민규의 다리가 다친 것에 대해

도련님께 예의 없이 굴었던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아니다.

나 또한 잘한 것이 없지.



그 이야기를 하려 온 것이냐?

아닐텐데.





"...

오랜만에, 형님 얘기를 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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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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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의 이야기는 집에선 할 수 없습니다.

조선 최고의 무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한 순간에 죽어버린 형님을

저희 집안에서는 수치로 여기고

언급을 막았죠.

저도 형님을 잊어보리라,

원망하리라 한없이 속으로 되새겼습니다.

그런데 잘 안되더군요.



유일하게 형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도련님이라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항상 여쭤보고 싶었으나,

이제서야 말씀드리네요.



형님에 대해 얘기해 주십시오."





"...

어찌 그의 아우인 너보다

제자인 내가 잘 알겠느냐."





"형님은 저를 그닥 좋아하지 않으셨습니다."





"음..? 왜 그렇게 생각하지?"





"무술과 검술을 가르쳐주긴 하셨으나,

항상 맞아왔죠.



제대로된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는 듯 합니다.

제가 다 커 형님을 이해할 수 있을 때 쯤엔

이 집에서 지내시느라

얼굴도 몇번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거 괜히 미안하게 됐구나."





"아닙니다.

그런 생각 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그분은 다르다."





"뭐가요?"





"내가 기억하는 승철 형님은

동생 얘기 하기를 무척 좋아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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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럴리가요."





"형님의 그날, 우리는 옆동네에 가는 길이었다.

좋은 비단이 있다기에

내가 필요하여 가는 길이었지.



그런데 승철 형님은...

초록 비단을 사고 싶어 하시더구나.

자신의 동생을 줄거라더군."





"...?!"





"말하기 조차 버거우셨을 때,

나에게 부탁하시더구나."










원우는 한 상자 안에서 무언가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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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승철형님의 마지막 부탁이었다.



그치만 난 이 비단을 어렸던 너에게 주면

네가 형을 떠올리며 찾아올 슬픔을 이기지 못할까봐

당시엔 주지 못했구나.

내가 그러고 있으니까.



하지만 넌 이런 나보다 몇배는 강하다, 명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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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원망하되,

이 비단 옷을 보며 승철 형님을 항상 떠올려 줘라."





"도련님..."










고개를 숙인 명호가 소리도 내지 않고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진 모르겠으나.

작은 떨림을 보아,

승철 형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나는 또 나의 욕심 때문에

누군가의 눈물을 보는 구나.



다른 이들이 모두 나보다 슬픔에 강하기를.



김민규, 그 아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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