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녀는 살아남길 원한다.
W. Flower_화령
깨어난 후로 뷔는 지나치게 카르시아의 몸을 살폈다. 의원을 불러 진맥하는 것은 물론, 온갖 건강식을 만들어 갖다 받치기도했다.과한거 같다며 조금만 거절하려는 기색을 보이면 금방이라도 비 맞은 강아지꼴을 하고 눈가를 적셔대니 어쩔 수 없이 그의 간호를 받아들인지 벌써 나흘 째. 몸도 멀쩡해졌다. 다만, 문제라하면 그녀의 배에 남은 흉터였다. 몸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는 없었지만, 바뀐 몸에서도 뚜렷히 나타나는 흉터. 카르시아는 배 언저리를 문질렀다.
“…절대로 잊지말란 이야긴가.”
아이린이 마지막에 했던 말을 머릿속에서 떠올렸다. ‘…우린 널 진심으로 아끼고 있어. 그러니, 이번만큼은 제발……’ 뒷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대체 뭐였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생각하려고 해봐도 텅텅빈 머리에 갑자기 떠오르는 단어들은 없었다.
“미치겠네…”
“카르시아ㄴ, 카르시아님!!. 제가 일어서 계시라 말라했죠!!…”
점심을 들고 방 안을 들어온 뷔는 일어서 있는 그녀를 보고 잽싸게 다시 끌어와 침대 맡에 앉혔다. 아주 중증 환자 취급을 하는게 마음에 안들어 눈을 가늘게 뜨니, 뷔는 그런 눈빛에도 상관없다는 듯이 가져온 스프를 직접 식혀주며 입에 가져와주었다.
“자, 어서드세요.”
“…나 이제 멀쩡하거든?. 이제 좀 그만 해줄래?.”
“안돼요. 죽었다 살아오셨으면서, 왜 이렇게 말이 많으세요?.”
“의원도 몸이 멀쩡하다고 했잖아!!…”
의원은 건강하다못해 몸이 튼튼하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고 얘기까지 해주었는데, 왜 지가 더 난리냐고.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하니 뷔는 금세 축- 쳐진 얼굴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걱정되서 그래요. 그때처럼, 갑자기 제 곁을 떠나실까봐.”
또,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기세였다. 하긴, 이렇게 나와도 뭐라할 수 없는 처지긴 했다. 그가 북부 마물 토벌하러 간 사이에 죽어왔으니. 얼마나 놀랬을까… 이해가 되긴 하면서도 이건 아니잖아. 아무말 없이 등을 토닥여 주니 승낙의 뜻으로 알아차렸는지 다시 한 번 숟가락을 들어 가져왔다.
“그럼, 우선 이것 부ㅌ…”
“그만. 이 정도면 됐다.”
그래도, 아닌건 아니지. 딱 잘라 거절하니 다시 한 번 축- 쳐져선 숟가락을 내려놨다. 이러다가는 정말 복수를 시작하기도 전에 나태해져버리고 말 것이였다. 우선 뷔에게 제 몸에 대해 먼저 물었다. 원래 몸은 어디로 갔으며, 현재의 몸은 누구인지 알아봐달라고 할 참이였는데. 뷔의 안색이 어딘가 좋지 않았다. 뭔가 사고를 친 것 같기도하고, 어딘가 아파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이마에 손을 올려다보니 세상에… 열이 펄펄 끓고 있었다.
“너!!…”
“아니에요!. 저 진짜 괜찮아ㅇ,”
“허튼 소리하지마. 지금 네가 날 돌볼 입장이야?!!.”
그의 멱살을 끌어다가 침대에 눕혀놓자, 자기도 잘못한 것을 알긴 아는건지 가만히 누워있었다. 하도 어이가없어서 팔짱을 낀채 노려보니, 뷔가 갑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하며 허리를 굽혀왔다. 머리를 감싸는 듯 해서, 혹시 감기라도 걸렸나 그를 돌아눕히는데 카르시아는 그 모습을 보고 멈칫- 했다. 그는 머리를 짚고 있던것이 아니였다. 그러니까… 얼굴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왼쪽 눈을 짚고 있었다.
“너… 내가 죽어있던 동안,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하하, 별거 아니에ㅇ, 윽!!…”
별 거 아니라기엔 손과 이마에 핏줄까지 세워가며 아파하기 시작했다. 카르시아는 저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안다. 그래서, 저 아이만은 이런 고통을 겪지 않겠노라 했는데… 뭐?, 이 아이는 벌써 그런 고통을 겪고 있었다. 재빨리 손을 뻗어 뷔의 눈에 치유 마법을 썼다. 그런데…
“뭐야?, 왜 안 먹히지?…”
마력이 빠져나갔다면 자신이 눈치 못 챘을리가 없다. 그런데도 치유 마법이 안써지는 건… 설마,
“다시 돌아가면 몸이 예전과는 다를거야.
그건 깨어나고서야 알 수 있겠지.”
힘의 일부가 봉인되었나?… 놀라는것도 잠시, 고통에 신음하는 뷔에 카르시아는 일단 통감 마법을 썼다. 통감 마법은 일명 진통제 같은 개념이였다. 통증을 줄여주는 역활을 하는. 왼쪽 눈에 마법을 덧씌우자, 그제서야 통증이 사그라든건지 천천히 숨을 쉬는 뷔에 카르시아는 화난 음성으로 말했다.
“뷔, 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그게 별거 아ㄴ,”
“별 거 아니라고 하지마.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 이렇게 거짓말을 하겠다고?. 내 옆에 더이상 있기 싫은거냐?.”
아니에요!!… 상체를 벌떡- 하고 일으킨 뷔는 다급하게 카르시아의 슬립 끝자락을 부여잡았다. 이건 카르시아만의 뷔 다루기 였다. 그가 제일 무서워 하는 ‘옆에 있기 싫어?.’ 라는 말을 하면 금세 말을 잘 들었다. 이번에도 이변은 없었다. 말해보라는 듯 턱 끝을 끄덕이니 금세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카르시아가 의식 없던 그 짧은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은 가히 충격적이였다.
“너 계약을 하게 미쳤어?!!.”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기가 차서, 카르시아는 온 몸에 열이 올라 머리를 쓸어올리며 손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계약이란, 말 그대로 물물교환이였다. 신이 원하는 것과, 계약자가 원하는 것을 서로 내어주는 것이였다. 불 보듯 뻔했다. 신은 그의 눈을 원했을테고, 뷔는 카르시아의 부활을 원했을테니. 어이가 없었다. 신도 자신이 살려주는 것처럼 말하더니, 결국엔 계약을 한 거였어?.
“하지만… 전 같은 선택을 했을거에요!!. 카르시아님을 잃는 건 정말 제 목숨을 잃는 것과 같았다구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네 눈을 내어줄 생각을 해?!!.”
보기에 멀쩡해보인다고해서 다가 아니였다. 뷔의 말로는 왼쪽 눈이 아예 암흑처럼 보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나부터 빠짐없이 말하라고 하니, 신이 눈의 통증은 며칠 갈 것이라 했고. 가끔가다가 아플 수도 있다고 했단다. 그래서, 혹시나 바뀐 몸에 대해서도 알까 싶어 물으니 뷔는 조심히 입을 열었다.
“…몸의 주인은 에덴베르 공작가의 공녀입니다. 카르시아님을 모시고 저택에 왔던 그때 때마침, 에덴베르 공작가의 마차가 뒤집혀 일족이 모두 사망해있었어요. 그래서, 막 죽은 공녀의 시신을 데려와 그 몸에 카르시아님의 영혼을…”
하… 살아남은 방법도 참 가관이다. 죽은 사람 몸을 점거한 것이라니. 화를 억누느려고 애썼다. 정말 화나는 것 투성이지만, 아픈 애를 두고 화를 낼 수 없는 노릇이니 참으려고 하는데. 그게 어디 쉽나?. 눈치를 살살- 보며 ‘카르시아니임…’ 하며 손을 붙잡아오는 참다참다 결국 분노를 터트렸다.
“너 진짜 제 정신이니?!?. 그래, 몸은 그렇다 쳐, 죽은 몸이니까. 하지만, 계약을 하다니 진짜 미쳤어?!. 내가 분명히 몸을 소중히 하라고 했을텐ㄷ,”

“…그건 카르시아님도 마찬가지잖습니까. 마물 토벌하고 돌아왔을 때, 잘 하고 왔다고 환영해주리라 믿었던 카르시아님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왔을 때. 제 심정이 어땠을 것 같습니까?…”
할 말이 없었다. 당시에 자신은 이미 죽은 뒤 였으니까. 당사자가 아닌데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이건 아니지… 카르시아는 이마에 손을 올리고는 입술을 짓씹었다. 슬퍼하리란 건 알았지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살리는 걸 바라지 않았다. 고마움 보다는 오히려 더 가슴 아팠다. 저 때문에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느끼는 것 같아
“……하아, 일단 나중에 이야기 하자. 너 몸부터 회복해.”
“카르시ㅇ,”
“씁. 가만히 있어. 침대 밖으로 나오면 그땐 너 진짜 안 봐.”
당부를 하고서 침실 밖으로 나온 카르시아는 일단 우선순위 부터 정했다. 복수를 하려면 지위가 필요했고, 때마침 이 몸은 공작가의 공녀라 했으니… 우선, 공작가를 집어삼키는 것 부터.
천천히 해도 늦지않았다. 차라리 그게 나을테지. 천천히 숨통을 조여줄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