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게임이다

-실수-5

W.Li Tie


















“너, 뭐야?”



“뭐긴? 너야말로 뭐야?”



“네가 어떻게..”



“왜, 전엔 이상한 귀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여서 놀라워? 변장 한 번 해본게 죄도 아니고,”



에나벨은 무덤덤하게 자신의 인형을 만지작 거렸다. 별은 침을 꼴깍 삼켰다. 혜진은 별의 등을 쓸어주었다. 긴장하거나 불안하면 호흡에 장애가 생기는 별을 잘 알듯이,



“우리 소울이가, 문별이를 바라보잖아,”



“…”



“왜, 소울이 마음에 안들어? 잘 나가는 아이란 말야.”



“하.. 그만 해 이제.”



“뭘 그만 하라는거야? 넌 항상 볼때마다 마음에 안들더라?”



“나도야, 우리 오래봤잖아.”



“그러게, 오래봤는데 항상 마음에 안드는 짓만 하더라 넌.”



“…”



“그나저나 이벌, 왜 이런 짓을 꾸민거야?”



“그게, 에나벨 공주님..”



“아-.. 이제 또 인간이 되고 싶었나 봐?”



에나벨은 혜진을 노려보았다. 에나벨은 다시 소울을 바라보았다.



“나는, 사실 이벌이 아니에요.”



“뭐야? 그럼, 이벌 어딨어.”



“이벌은.. 성불 됐습니다..”



“뭐?”



에나벨은 혜진의 쪽으로 걸어왔다. 혜진은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이었고, 에나벨은 그런 혜진의 목을 졸랐다.



“씨발년아, 내가 그토록 만만했어? 이깟 퇴마사 년한테 당하는 너는, 나를 신뢰하지 않았던거야?”



“아-..아닙니다..”



“그만해.”



“넌 뭔데 자꾸 이 세계를 망가뜨려?”



“먼저 세계를 열어놓은 건 너잖아.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그치?”



“시발-. 영웅심리로 여기까지 와서 저승길을 열어놓는구나?”



“아니, 난 죽지 않아.”



“간땡이가 부었나 봐? 네 발로 이 길을 나섰으니. 전엔 조금만 힘써도 바둥바둥 거리더니, 지금은 좀 컸어? 그래서 개기는거야?”



“왜그래? 너 안 그랬잖아.”



“버러지 같은 년,”



에나벨은 혜진을 풀어주었다. 에나벨은 다음 타겟으로 별에게 다가갔다. 에나벨은 별의 뒷목을 잡고선 작게 속삭였다.



“저 여자, 누구야?”



“알 필요 없잖아.”



“정작 바뀐건 너면서, 왜 나한테 지랄이야? 10년 동안 말이야.”



“먼저 날 돌아선건 너야.”



“끝까지 안 지겠다고? 좋아. 네 결투를 받아줄게.”



에나벨은 검은 불빛이 타오르는 검을 들었다. 별은 경계하며 자신도 흑마법을 쓰려 준비중이었다. 용선은 생소한 광경에 두려움에 빠져있었다. 혜진은 이미 혼수 상태였고, 할수있는 건 계속 이대로 이 상황을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난 십 년 동안 생각했어, 나보다 잘나지도 않으면서, 잘났다고 떵떵 거리면서 사는 네 모습이 너무 싫었어. 왜 나보다 낮은 아이가 나보다 더 커졌는지,”



“미안하지만, 넌 내 상대가 아니야. 너도 알잖아? 그냥.. 예전처럼 돌아가자.”



“아니? 난 오늘 너의 피를 봐야겠어. 내가 열등감에 빠졌다는 것들도, 다 너와 나를 보면서 하던 말이었어. 근데 내가 가만히 놔둘 것 같아? 영원히 이 세계에 갇혀살게 만든다던가, 아니면, 그냥 피를 본다던가. 그건 내가 알아서 해. 너의 마법도 나에겐 역 부족이야.”



“이런 어수선한 곳에 빠져서 왕인 마냥 껄껄 거리면서 사는거 부끄럽지도 않아?”



“아니? 부끄럽다기 보단 후련해. 착해 빠진 것들을 이용할 수 있잖아.”



“뭐? 너 안 그랬잖아. 왜 변한거야?”



“미안하지만 난 영원히 이 세계에 살면서 천천히 현실세계를 갉아 먹어야겠어. 안그러면 나의 힘도 약해지니까.”



“착한 척 하는 병신이었네.”



“착한 척? 현실세계에서 착한 척 하는게 당연한거 아냐? 군중심리에 절은 미친 인간들에게 휘말릴 일 있어?”



“정휘인.”



“하-.. 진짜 미쳤어?”



“에나벨은, 특급 퇴마사를 두려워 한다.”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돌아가지 않아.”



“에나벨을 영원히 봉인함으로서 이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리니-.”



“이런식으로 나온다 이거야?”



에나벨은 별의 심장을 찌르려 했다. 하지만 아랑곳않고 주문을 외우는 별에 나른하고 혼미한 느낌이 들었다.



“그만해..”



“몹시 약한 에나벨을 강력하게 만든 마귀여, 이제 성불하여라.”



“그만.. 그만해...”



“에나벨은 영원히 나의 주문으로 봉인이 될 것이다.”



“안돼.. 안돼-..”



“그리고 그분은 이 세상을 찢어발기시고 악령들이 우리를 저주하게 하실 것입니다.”



“문별이..”



휘인은 맥없이 쓰러지려 했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별은 차갑게 변해 휘인을 봉인 할 마지막 주문을 외웠다.



"당신의 이름으로 저주를 깨뜨리소서."



“살려줘... 별아.. 제발-,”



“아멘.”



휘인은 고통스러운 듯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괴로운 신음을 내었다. 그것은 거의 비명과도 같았다. 더욱 더 숨이 거칠어지고 심장이 둔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공에는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고. 별의 무표정은 나의 숨결을 멎게 하는 것 같았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보였다. 내가 입으로 내뱉고 있는 것은 피인지, 뭔지 모르겠다. 입에서 비릿한 맛이 나는 것 같았다. 더이상 바닥을 짚을 힘도 없어서 그대로 쓰러지듯 누웠다. 항상 나보다 잘난 너, 너가 나를 결국 아프게 하는구나, 휘인은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되었다. 이제는 내가 피를 쏟고 있는건지, 눈물을 쏟고 있는건지도 모르게 끊임없이 나왔다. 이제 내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는, 예쁘지도 않고 팔도 없는 기괴한 아이였다는 걸, 나의 가면 속에서 나의 진짜 모습이 들어나기 시작했다. 얼굴 가죽이 다 뜯겨 사람인지도 모를 것 같았고, 눈알 하나는 나의 뺨 언저리에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이건 나의 모습이 아니야, 휘인은 소리를 지르며 모두를 위협했다.



“내 모습을 본 너네는 어때?”



“…”



“너네는 어떻냐고, 내 아픔을 들춰내는 너네는,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미안해.”



“이제와서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 나는 지금 괴로워 죽을 것 같아.”



“몰랐어.”



“나는 이제.. 더이상 에나벨이 아니야.. 나는 그냥 기괴한 나였을 뿐이야..”



별은 휘인의 기이한 모습을 보며 안쓰러워 했다. 별은 휘인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휘인은 모든게 망가진 자신을 위로하는 별에게 감동하며 더욱 더 목놓아 울었다.



“왜.. 왜그랬어.. 그냥... 나를 내버려 두지 그랬어..”



“그럴수가 없었어. 아니면 세상이 위험해지니까..”



“미안해.. 다 내가 잘못 했어.. 내 모습을... 내 모습을 되돌려 놔줘..”



“그건 좀 힘들어.”



“나.. 무서워. 이게 내 모습이란게 너무 무섭고 섬뜩해..”



별은 휘인을 더욱 더 세게 안아주었고, 별도 붉은 피로 물들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용선과 혜진은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다. 휘인도 더이상 위협을 주지 않았고, 선하게 돌아왔다.



“별아.. 잘못했어..”


“아니야.. 내가 버린게 잘못이야.”



“별아-.. 나 너무 고통스러워.. 지금 마치 몸이 타오르는 느낌이야..”



별은 측은한 눈으로 휘인을 바라보며 볼을 옅게 쓰다듬었다. 그리곤 휘인을 등졌다. 휘인은 별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무언가 느낌이 심상치 않았고, 모든게 끝날 것만 같아서. 간절하게 별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애절하게 울음을 토해냈다. 별은 아까와 다르게 결심에 찬 표정이었다. 별은 조금씩 떨리는 입술을 조금씩 뗐다.



“그렇지만, 너는 이미 많은 짓을 저질렀어.”



“하지만, 하지만.. 나는-..!”



“미안, 못 도와줄 것 같아.”



“내가, 왜 이 세계를 만든 줄 알아?”



“왜..?”



“현실세계 사람들의 잘못을 돌이키게 하려고, 그래서-.. 이 세계를 풀었어. 사람들은 다 자기들이 살려고 남을 살인 하더라고.. 사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어도.. 나는 순순히 떠나가려 했어.”



“…”



“근데, 근데.. 어째서 사람들은 몇년 째 달라지지 않는거야..? 지금은.. 옛날이 아니잖아.. 근데 왜? 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잖아..”



“...그건-.”



“나는.. 그냥 단지 사람들이 돕고 이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지, 그게 궁금했던거야.. 나는.. 알다시피 사람들의 부정을 먹으면서 커왔잖아. 그만큼, 나도 내가 주체할 수 없는거야.”



“미안해. 우리, 이제 그만..”



“미안, 애초에 이렇게 하지 말걸.. 너희한테 이렇게 비참한 내 모습을 보여주다니..”



“이제, 고통스럽지 않을거야. 편히 쉬어.”



“잠깐만..!”



“에나벨.”



휘인은 몸이 녹는 와중에도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을 잃더니, 마치 꿈을 꾼듯 기분이 개운해졌다. 별은 몸을 일으켜,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건, 우리 동네잖아? 별은 생각을 가득 안고선, 무겁게 다시 그 곳으로 통하는 벽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없어.. 별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끝이다. 하는 마음도 있고, 이제 정말 끝인걸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전에 더 잘해줄걸, 휘인의 마지막 모습이 아른거리기만 했다.



-



“문별이!”



“…”



“빨리 안 와?”



“금방, 가.”



별은 멍때리며 용선의 말에 대충 대답하곤, 용선의 뒤를 따랐다. 벌써 용선과 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다니, 되게 신기하네 별은 갑자기 눈이 부신 느낌에 햇빛을 가리곤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여자가 천사의 날개를 달고선 별을 향해 웃어보였다. 따뜻한 미소와 함께 팔을 벌려 별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누구였더라...? 별은 웃음을 지으며 눈부신 여자를 바라보았다. 너무, 나의 예전 애인과 비슷하다.


아니, 똑같을지도. 별은 용선을 데리고 한 가게로 뛰어들었다. 순간, 혜진의 약속을 까먹을 뻔 했다.. 별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전화를 걸으려 했다.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톡톡 쳤다. 뒤를 돌아보니, 굉장히 그리운 얼굴이 보였다. 그 눈부신 여인이 내 앞에 서있었다.















“저기... 혹시, 카페 가려면.. 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