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분명히 지도 상에는 여기가 맞는데? 아닐리가 없는데..이쪽으로 꺾어서.. 여기로 들어가면.. 예술회관이 나와야 되는데.
발만 동동거리며 얼타고 있는 사이 누군가 빠른 발걸음으로 내 앞을 지나갔다. 엄청 강한 코튼 향이 내 코 끝을 스치면서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저 사람 안 잡으면 나 진짜 늦겠다.
"저기요!!!"
"..네?"
"저 죄송한데 여기 예술회관이,"

"아!..진짜 진짜 실례하지만 제가 정말 귀찮아서 알려주기 싫은게 아니라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요. 예술회관이면 잠시만요 아는 사람 불러드릴게요"
..거절을 이렇게까지 정성스럽게 하는 사람은 처음 봤네.
그 남자가 다급하게 두리번 거리더니 어떤 사람을 불렀다. 범규야!! 거의 눈을 반쯤 감고 걷던 예쁜 남자가 눈을 힐끔 뜨더니 머리를 벅벅 긁었다.
혹시 저 사람이 범규라는 사람인가?

"나 두시간 잤다.. 아침부터 괴롭히지 마라.."
"야 야 범규야 이 분이랑 같이 예술회관 좀 가줘"
"..엉?"
"전화 할게!"
"잠시만 형 이분이 누구!"
신데....
순식간에 예쁜 남자랑 단둘이 남겨졌다. 안녕하세요!.. 딱 보아하니 선배님 같아서 냅다 인사부터 박았다.
"신입생이에요?"
"네!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 김여주라고 합니다"
"헤엑- 미쳤나봐 어디가서 그렇게 소개하고 다니지마요"
"그,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냥 존재를 알리지마요"
"넵"
.
.
.
굉장히 당황스럽다. 초면에 만났던 예쁜 남자가 해줬던 조언
"존재를 알리지마요"
나름 가슴 깊숙히 새기고 있었는데

"조교님!!!!실음과 귀요미 범규 출석했슴니다!!"
"어 그래 범규 왔니? 너가 신입생들 인솔 좀 해줘-"
뭐야 저 사람.. 같은 실음과였던건 둘째 치고
조용히 사는게 좋다고 했으면서 문 열자마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 시켜 버렸잖아;;
입학식이 시작되고 지정된 자리에 앉아 꾸벅 졸았다.
관심 없고 그냥.. 그냥 졸리네요.. 기력이 딸리네요
그렇게 정신없이 졸다가 아까 본 키 큰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
"..! (안녕하세요)"
하씨, 나 침 흘렸나? 아니겠지?
입 모양으로 인사하자 미소를 지어주시긴 했다.
근데 왜 자꾸 쳐다보시는거지. 슬슬 부담스러운데. 나 뭐 잘못했나
점점 많은 생각이 들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을 즈음 입학식이 끝났다는 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나가려는 그 때
나보다 그 분이 더 빨랐다.

"아 잠시만!.."
"네?!"
"아까는 너무 죄송했어요.. 제가 아침부터 교수님 호출이 있어서요"
"아뇨! 범규 선배님이 저랑 같은 과라서 오히려 더 도움 됐어요"
"범규요? 어 설마 실음과에요?"
"네 덕분에 안 늦었어요"
"어 그럼 다행이다- 오늘 오티 끝나고 뭐해요?"
뭐야? 이 다음엔 약속 잡을 것 같은 자연스러운 질문은?
결국 2초 고민하다 아무것도 안 한다고 대답 해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