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픽션이며, 현실의 장소나 인물과는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팬필고 8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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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냉동고 마냥 찬바람이 쌩쌩 부는 듯한 집.
그 정적을 깬 건 내 목소리였다. 고개를 살짝 숙여 내 앞에 서 있는 7명의 남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 안녕.” 석진
맏이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물론, 전혀 안녕하지 않으신 표정. 음, 그니까 표정이 썩었다는 게 이런걸까. 진짜 눈부터 입까지 모조리 다 ‘너 마음에 안 든다’라고 쓰여져 있군, 참나.
“자, 애들아 - 여기는 지 연이고, 앞으로 너희 동생이랑 누나가 될 예정이란다. 싸우지 말고, 연이 괴롭히지도 마, 알겠지?”
일곱 명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음 - 분명 속으로는 다 고개를 젓고 있겠지.
부모님들은 맞벌이였다. 그래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집에서 김씨 성을 가진 세 명이 적적할까봐 다른 아이들을 입양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들만 있으니 집에 활기가 없어, 여자를 들이기로 했단다. 하필 그게 나고.
보통 소설 같은 거 보면, 유일한 여자 입양아는 애교도 많고, 친화력도 좋건만. 난 동네 양아치에다가 애교는 질색, 친화력은 개나 준지 오래다.
그때, 그 맏이로 보이는 남자 하나가 입을 열었다.

“… 같이 살게 됐으니 통성명은 해야겠지.” 석진
“반갑다. 23살, 김석진이야.”
그의 입에는 어색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 21살, 민윤기.”

“22살 김남준이야.”

“21살 정호석.”

“….. 20살 박지민이야. 반가워.”

“20살 김태형이다. 반가워, 누나.”

“…..”
마지막 남자애. 고딩인가.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나만 가만히 응시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거겠지.
“정국아, 대화는 안 하더라도 통성명은 해야지.” 석진
석진이라는 사람이 그 애를 타이르며, 겨우겨우 인사를 시킨다.
“19살 전정국이야. 내 방은 출입금지.”
어이가 없네.
들어가고 싶어도 안 들어가.

“지 연입니다. 22살이고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정말, 그저 예의상이였다. 대충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이어 말했다.
“전 어디서 자면 될까요.”
그러자, 석진이 날 말없이 2층으로 데리고 갔고, 그곳에서 은은한 분위기의 방을 마주할 수 있었다. 확실히 보육원과는 다른 느낌이구나, 집이라는 곳은.
저 일곱 명 때문에 신경이 거슬리긴 하겠지만, 적어도 혼자 생각할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대충 구경하고 내려와. 물어볼 거랑 알려줄 거기 몇 개 있으니까.” 석진
귀찮다.
그래도 고개는 끄덕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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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분 후 ]
… 아까랑 별로 다르지 않은 거실. 2층에서 내려오자마자 이곳이 알래스카인지 대한민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 정도로 째려볼 필요는 없잖아..
“.. 그래서.” 석진
“우리 집에 오기 전에는 보육원에서 지낸거지?”
아, 이제 알겠다. 여기서 주도권은 이 사람인가.
“네.”

“보육원에서는 뭐하고 지냈는데?” 석진
“…”
“굳이 알아야 해요?”
“이미 알고 있어.” 남준
“동네에서 양아치짓 하고 다녔다며.”
“할 게 그거밖에 없어서 양아치짓을 하고 다니냐.”
이 사람들은 나에 대해 모른다.
내가 할 짓이 없어서 그랬겠냐, 멍청한 사람들.
“앞으로는 사람 패고 다니지 마.” 남준
“경고야.”
“…. 허.”
어차피 보육원 나가면서 다 그만둔 건데. 뭐하러…
라고 생각하지만 그 말을 했다가는 이 집이 얼어버릴 것 같으니, 그만두기로 한다.
생각보다 입양아로 사는 인생 -
힘들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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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 집의 유일한 규칙.” 정국
“각자 개인의 공간은 침범하지 않는다. 너, 특히 내 방은 절대 들어오지 마.”
“.. 알겠는데, 너 자꾸 나한테 반말한다.”
“내가 굳이 존댓말을 할 필요성을 못 느껴서.” 정국
허. 어이가 없어서 정말.
이 제멋대로인 사춘기 고딩을 굳이 내가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그냥 나는, 이 집에서 쥐 죽은 듯이 살면 된다.
신이시여, 제발 저 인간들이 나한테 관심 끄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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