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픽션이며, 현실과는 관계 없습니다.
팬필고 8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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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부모님이 외출을 한 뒤에 나는 내 방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 했다. 벽에 걸린 시계가 저녁 시간을 향해 바쁘게 달려가고 있었고, 아래층에서 무언가를 굽는 냄새가 났다.
배고프긴 하지만, 나가긴 싫은데…
자존심이 허락하지 못 한다. 그냥, 전에 살던 동네나 가보려는 마음에, 유행 다 지난 핸드폰을 주머니에 꽂고, 검은 모자를 덮어 쓴 채 방을 나왔다.
끼익 -
탁 _
_ 내가 방 안에서 나와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단 한 명, 정호석이라는 애가 돌아봤다.
뭘 봐.
내 얼굴에 적혀있었을 것이다.
정호석은 이내 시선을 거뒀고, 나 역시 관심을 거두고 현관문을 나섰다. 저녁식사 따위 필요 없었다.
“하, 시원해. 저긴 너무 답답하단 말이지.”
물론 - 집이 생겨 좋았다. 문제는 저 인간들 때문에 신경이 거슬린다는 것 뿐.
주머니에 꼬겨넣은 몇 장의 지폐를 가지고, 편의점 도시락이라도 사 먹을 생각으로 편의점에 들어갔다.
_ 딸랑 딸랑
“어서오세요 _”
고개를 까딱, 약간 숙인 후에, 도시락 코너로 발 빠르게 옮겨갔다. 오랜만에 주먹밥 세트나 먹을까.
굳이 살을 찌울 생각은 없었기에, 샐러리와 주먹밥이 들어간 도시락을 들고 계산을 한 뒤, 편의점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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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을 막 들고 먹으려 했을까.

“이게 누구야 - 연이잖아 -?”
아, 젠장.
익숙한 얼굴. 익숙한 음성.
날 보육원에 있을 때부터 끝도 없이 날 괴롭혔던 장본인. 진절머리가 난다. 진짜 저걸 어떡하지.
“야, 왜 그래 - 우리 사이에 섭섭하게.”
“웃기시네. 우리 사이는 무슨, 그거 죽 쒀서 개나 줘.”
“우리 연이, 안 본 사이에 많이 컸다?”
강하늘. 나보다 먼저 입양 간 아이. 보육원에서 어릴 적부터 날 쫒아다니며 괴롭혔다. 단순한 장난을 넘은 폭행까지. 내가 싸움을 잘하게 된 건 얘 때문인가…
“꺼져, 너 상대할 시간 없으니까.”
“입양 갔다며?”
“……..”
따로 뒷조사를 이미 한 건가?
“니 부모들 대기업 대표랑 전무더라. 우리 아빠 재력이면 그 정도 기업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겠지?”
“… 부모님은 건들이지 마, X끼야.”
“그 사람들 건들였다가는 내가 널 정말로 죽일지도 모르니까.”
진심이였다. 난 건들여도 된다 하더라도.. 엄마랑 아빠는 안된다. 강하늘을 패고 싶었다. 하지만 내 뇌리에 스쳐간 한마디.
“ 앞으로는 사람 패고 다니지 마. 경고야. “
… 약속은 약속이였다.

“.. 하, 이 x이, 깝치네.”
퍽 -
_ 퍽
아팠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맞아본 적이 없건만, 난 지금 강하늘에게 맞고 있었다.
하지만 난 강하늘을 역으로 팰 수는 없었다. 김남준이였던가. 그 애가 하지 말라고 했었다. …내가 약속을 안 지킬 정도로 나쁜 사람은 되기 싫었다.
그것도 입양 간 새로운 가족들이 말한 거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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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맞았을까.
흥미가 떨어진 강하늘은 날 골목길에 대충 던져놓고는 달아나버렸다. 시야가 흐릿했지만,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안되는 일.
겨우 벽을 짚고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띡
띡
띡
띠로릭 _
시끌시끌한 부엌 쪽. 곁눈질로 슬쩍 보니, 일곱 명이 왁자지껄하게 저녁을 먹고 있었다.
이제보니, 도시락도 제대로 못 먹었네.
그 순간, 내가 들어오는 소리에, 일곱명은 일제히 현관문을 바라보았고, 결국 눈이 마주쳤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정적이 이어졌다. 맞고 온 거 들키기는 싫었는데.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던 그들은, 이내 꽤나 놀란 표정으로 바뀐다.

“뭐야, 너 왜 그래?” 정국

“…. 굴렀냐?” 호석
김석진은 미간을 좁혔고, 민윤기는 놀란 건지 무감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쪽을 멍하니 보고 있었고, 김남준은 눈알이 땡그랜진 채로 나를 보고 있었다.
김태형은 놀란 듯 달려왔다가, 그럴 사이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는 한 발 물러섰고, 박지민도 그러했다.
이내 석진이 다가와 물었다.

“…. 맞았어?” 석진
“네.”
“… 넌 그냥 그걸 맞고만 있었고?” 석진
“네.”
“너 바보야? 그걸 왜 맞고만 있어!!” 석진
“상대방이 때렸으면 똑같이 패주던가 -!”
무관심한 석진이였지만, 어쨌든 애가 맞고 왔으니 화는 날 거 아닌가. 왜 맞고만 있었냐느니, 왜 안 때렸냐느니… 계속해서 화를 냈다.
“…..”
“김남준이 그랬잖아요. 사람 패고 다니지만 말라고.”
“… 그래서 안 팼어요. 그 약속 지키려고.”
“내가 그런 거 하나 안 지킬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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