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2화. 선택은 다른 사람이었다

아침 공기가 생각보다 차분했다.

 

 

어젯밤 메시지 이후,

거실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누가 누구를 선택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선택을 받았는지 받지 못했는지는 각자 알고 있다.

 

 

그 차이만으로도

사람들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다.

 

 

나는 부엌으로 내려가다가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재현을 먼저 발견했다.

 

 

혼자였다.

 

 

 

 

휴대폰을 보고 있는 척하면서도

뭔가 생각에 잠긴 얼굴.

 

 

나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려 했다.

 

 

“잘 잤어요?”

그가 먼저 말했다.

 

 

짧고, 담백한 인사.

“…네. 재현 씨는요?”

 

 

“그럭저럭.”

 

 

대화는 그게 끝이었다.

그는 더 말을 잇지 않았고,

나도 굳이 이어 붙이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 침묵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은 다르다.

 

 

지금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굴어야 하니까.

 

 

▶ 인터뷰룸 – 여주

Q. 재현 씨와 아침에 마주쳤는데, 어땠나요?

 

 

 

 

솔직히요?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서 더 이상했어요.

 

 

저 사람이 저렇게 담담할 수 있나 싶었고.

어제 선택도… 아마 저 아닐 것 같고요.

그래서 저도 그냥,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려고요.

 

 

-

 

 

거실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어제 내가 선택했던 남자가

먼저 다가왔다.

 

 

 

 

“어제 잘 들어갔어요?”

 

 

“네. 태산 씨도요?”

 

 

어색하지만 부드러운 대화.

그는 편안했다.

적어도, 나를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그때였다.

 

 

“오늘 저녁, 다 같이 요리해서 먹는 거 어때요?”

다른 여자 출연자가 제안했다.

 

 

순간, 거실이 조금 밝아졌다.

자연스럽게 팀이 나뉘었다.

 

 

나는 어제 선택했던 남자와 같은 팀이 됐고,

재현은 다른 여자 출연자와 함께였다.

 

 

불 앞에 선 재현은

차분하게 채소를 썰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들려도

굳이 끼어들지 않는 태도.

 

 

‘원래 저랬지.’

마음속에서 오래된 기억이 올라왔다.

 

 

자기가 감정을 숨길 때는

더 조용해지는 사람.

 

 

그런데도

이상하게 시선이 자꾸 느껴졌다.

고개를 들면

그는 이미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 인터뷰룸 – 명재현

Q. 오늘 여주 씨가 다른 분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 어땠나요?

 

 

 

 

…괜찮았어요.

괜찮아야 하니까요.

여기 온 이유가

다시 시작하자고 매달리려고 온 건 아니잖아요.

 

 

근데…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진 않네요.

 

 

-

 

 

저녁 식사가 끝나고

다 같이 거실에 모였다.

웃고 떠들다 보니

어제보다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았다.

 

 

그런데 웃음이 잦아들 즈음,

제작진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오늘도,

당신을 설레게 한 사람을 선택해 주세요.”

 

 

공기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휴대폰을 쥔 채

잠시 망설였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복잡했다.

 

 

재현은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었고,

나는 그게 신경 쓰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를 누를 수는 없었다.

 

 

나는 어제와 같은 이름을 눌렀다.

 

 

이번에도,

설렘보다는 안전한 선택.

 

 

전송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진동이 울렸다.

 

 

 

 

✉️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어젯밤과 같은 문장.

이번엔 예상했는데도

이상하게 조금 더 쓰렸다.

 

 

고개를 들자

멀리서 재현이 휴대폰을 내려놓는 게 보였다.

표정은 읽히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아무렇지 않은 말투.

 

 

그가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게 더 편하다고 믿으면서도,

이상하게 마음은 계속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저 사람도.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