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탁 분위기는 전날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어색함은 줄었고,
대신 미묘한 선이 생겼다.
누가 누구를 선택했는지는 모르지만
선택을 받았는지, 받지 못했는지는
각자 알고 있으니까.
“오늘 뭐 할까요?”
한태산이 먼저 말을 꺼냈다.
밝은 톤, 부담 없는 웃음.
어제보다 자연스러웠다.
“날씨 좋으니까
밖에 나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좋다.”
여기저기서 동의가 나왔다.
나는 물컵을 내려놓으며
괜히 재현 쪽을 힐끗 봤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눈은 다른 방향.
마주치지 않는다.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오히려 더 티가 났다.
외출 준비를 하며
자연스럽게 둘씩 나뉘었다.
나는 태산과 같은 쪽으로 걷게 됐다.
“어제… 고마웠어요.”
“뭐가요?”
“선택해줘서.”
가볍게 웃는 얼굴.
나는 잠깐 멈칫했다.
“설렜다기보단… 편해서요.”
“그게 더 좋지 않아요?”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편한 사람이 제일 오래 가잖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오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단어는,
아직 나한테 너무 구체적이었다.
▶ 인터뷰룸 – 여주
Q. 태산 씨와 대화, 어땠나요?
편해요.
솔직히, 복잡하지 않아서 좋고요.
X랑은…
뭔가 말 한마디에도 의미가 생기는데
태산 씨는 그런 게 없어요.
지금은 그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숙소로 돌아왔을 때,
거실에 재현이 혼자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에 둘만 남았다.
“잘 다녀왔어요?”
그가 먼저 물었다.
“네.”
짧은 대답.
잠깐의 정적.
재현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태산 씨랑, 잘 맞는 것 같던데.”
말투는 담담했다.
감정은 읽히지 않았다.
“…그냥 편해요.”
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그 한마디.
이상하게 거슬렸다.
‘다행’이라는 말이.
마치 정말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 인터뷰룸 – 명재현
Q. 여주 씨가 태산 씨와 가까워 보이던데요.
…괜찮아요 ㅎㅎ.
저도 여기서 다른 사람 만나려고 온 거니까.
그게 맞는 거죠.
근데,
이상하게 계속 눈에 들어오긴 하네요.
제가 선택 안 했으니까
할 말도 없는데.
저녁이 되고
다시 거실에 모였다.
어제보다 웃음이 많았다.
누군가는 이미 설레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누군가는 일부러 더 밝게 행동했다.
그때, 휴대폰이 동시에 진동했다.
✉️ 오늘 당신을 설레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공기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어제와 달리,
이번엔 조금 더 오래 고민했다.
재현은 오늘도 나를 선택하지 않을 거다.
그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손끝이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나는 다시 한 번 한태산의 이름을 눌렀다.
전송.
잠시 후, 진동.
✉️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숨이 천천히 빠져나왔다.
이번엔 생각보다 덜 아팠다.
대신,
다른 감정이 남았다.
‘그럼 누구를 선택했을까.’
고개를 들자
재현이 소파 끝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다.
그는 먼저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으며 다른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모습이,
괜히 더 신경 쓰였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거리는 어제보다 더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다음 화에 계속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