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3화. 신경 쓰이는 건 선택이 아니라 거리였다

아침 식탁 분위기는 전날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어색함은 줄었고,

대신 미묘한 선이 생겼다.

 

 

누가 누구를 선택했는지는 모르지만

선택을 받았는지, 받지 못했는지는

각자 알고 있으니까.

 

 

 

 

“오늘 뭐 할까요?”

한태산이 먼저 말을 꺼냈다.

 

 

밝은 톤, 부담 없는 웃음.

어제보다 자연스러웠다.

 

 

“날씨 좋으니까

밖에 나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좋다.”

여기저기서 동의가 나왔다.

 

 

나는 물컵을 내려놓으며

괜히 재현 쪽을 힐끗 봤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눈은 다른 방향.

마주치지 않는다.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게

오히려 더 티가 났다.

 

 

외출 준비를 하며

자연스럽게 둘씩 나뉘었다.

 

 

나는 태산과 같은 쪽으로 걷게 됐다.

“어제… 고마웠어요.”

 

 

“뭐가요?”

 

 

“선택해줘서.”

가볍게 웃는 얼굴.

 

 

 

 

나는 잠깐 멈칫했다.

“설렜다기보단… 편해서요.”

 

 

“그게 더 좋지 않아요?”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편한 사람이 제일 오래 가잖아요.”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오래.’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단어는,

아직 나한테 너무 구체적이었다.

 

 

▶ 인터뷰룸 – 여주

Q. 태산 씨와 대화, 어땠나요?

 

 

 

 

편해요.

솔직히, 복잡하지 않아서 좋고요.

 

 

X랑은…

뭔가 말 한마디에도 의미가 생기는데

태산 씨는 그런 게 없어요.

지금은 그게 더 나은 것 같아요.

 

 

숙소로 돌아왔을 때,

거실에 재현이 혼자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

 

 

어쩔 수 없이

같은 공간에 둘만 남았다.

 

 

“잘 다녀왔어요?”

그가 먼저 물었다.

 

 

“네.”

짧은 대답.

잠깐의 정적.

 

 

재현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태산 씨랑, 잘 맞는 것 같던데.”

 

 

말투는 담담했다.

감정은 읽히지 않았다.

 

 

“…그냥 편해요.”

나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그 한마디.

이상하게 거슬렸다.

 

 

‘다행’이라는 말이.

마치 정말 아무 감정도 없는 사람처럼.

 

 

▶ 인터뷰룸 – 명재현

Q. 여주 씨가 태산 씨와 가까워 보이던데요.

 

 

 

 

…괜찮아요 ㅎㅎ.

저도 여기서 다른 사람 만나려고 온 거니까.

 

 

그게 맞는 거죠.

근데,

이상하게 계속 눈에 들어오긴 하네요.

 

 

제가 선택 안 했으니까

할 말도 없는데.

 

 

저녁이 되고

다시 거실에 모였다.

어제보다 웃음이 많았다.

 

 

누군가는 이미 설레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누군가는 일부러 더 밝게 행동했다.

 

 

그때, 휴대폰이 동시에 진동했다.

✉️ 오늘 당신을 설레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공기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화면을 내려다봤다.

 

 

어제와 달리,

이번엔 조금 더 오래 고민했다.

 

 

재현은 오늘도 나를 선택하지 않을 거다.

그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손끝이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나는 다시 한 번 한태산의 이름을 눌렀다.

 

 

전송.

 

 

잠시 후, 진동.

 

 

 

 

✉️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숨이 천천히 빠져나왔다.

이번엔 생각보다 덜 아팠다.

 

 

대신,

다른 감정이 남았다.

‘그럼 누구를 선택했을까.’

 

 

고개를 들자

재현이 소파 끝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을 내려놓는 순간,

 

 

아주 잠깐—

눈이 마주쳤다.

 

 

그는 먼저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으며 다른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모습이,

괜히 더 신경 쓰였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거리는 어제보다 더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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