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5화. 두 번이면 충분했다

아침이 오자마자

나는 어젯밤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이면 우연일 수 있다.

두 번이면 의도다.

 

 

재현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묘하게 정리감을 줬다.

이곳에 온 이유가 뭔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거실로 내려가자

재현이 먼저 앉아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잘 잤어요?”

그가 먼저 말했다.

 

 

“네.”

 

 

짧은 대화.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그게 더 마음에 걸렸다.

 

 

한태산이 부엌에서 나를 불렀다.

“여주 씨, 이거 맛 좀 봐요.”

 

 

그는 국자를 내밀었다.

자연스럽고, 가볍고, 망설임이 없다.

“어때요?”

 

 

“괜찮은데요.”

 

 

“그럼 오늘 저녁은 제 담당.”

그의 웃음은 분명했다.

 

 

어제 받은 익명 문자.

✉️ 오늘 장 보러 같이 가서 좋았어요.

 

 

그건 아마 태산이었을 거다.

말투가 그랬다.

직접적이지 않지만 숨기지도 않는 사람.

 

 

▶ 인터뷰룸 – 여주

Q. 재현 씨가 또 선택하지 않았는데, 어떤 기분이었어요?

 

 

 

 

이제는 예상됐어요.

그래서 덜 아팠고요.

 

 

여기선 선택이 제일 솔직하잖아요.

그 사람이 어떤 마음인지,

굳이 말 안 해도 알 수 있는.

 

 

그래서 저도… 조금씩 마음 정리하려고요.

 

 

점심 이후,

제작진이 조용히 문자를 보냈다.

 

 

✉️ 오늘 오후,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세요.

 

 

특별한 미션은 없었다.

자유 시간.

 

 

태산이 먼저 말을 꺼냈다.

“산책할래요?”

“네.”

 

 

이번엔 몰래가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나가는 시간.

다른 출연자들도 흩어졌다.

 

 

강변을 걷는 동안

태산은 나를 보며 말했다.

 

 

 

 

“X 때문이에요?”

 

 

“뭐가요?”

 

 

“계속 멈칫하는 거.”

 

 

나는 웃어 넘기려 했지만

생각보다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죠.”

태산은 담담하게 말했다.

“근데 전 괜찮아요.”

 

 

“왜요?”

 

 

“여기선 누가 먼저 확신 갖느냐가 중요하잖아요.”

그는 멈춰 섰다.

 

 

“전 확신 있어요.”

 

 

직진.

흔들림 없다.

그게 묘하게 안심이 됐다.

 

 

숙소로 돌아오자

재현이 혼자 소파에 앉아 있었다.

 

 

태산이 먼저 인사했다.

“다녀왔어요.”

“어.”

 

 

 

 

재현의 시선이 잠깐 나를 스쳤다.

그리고 물었다.

“재밌었어요?”

 

 

“네. 괜찮았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또 그 말이었다.

 

 

다행.

마치 정말로,

내가 다른 사람과 잘 되는 게 괜찮다는 사람처럼.

 

 

그런데 그가 손에 쥔 휴대폰이

괜히 더 꽉 쥐어져 있었다.

 

 

▶ 인터뷰룸 – 명재현

Q. 여주 씨가 태산 씨와 가까워 보였어요.

 

 

 

 

…제가 선택 안 했잖아요.

그럼 할 말 없는 거죠.

 

 

근데 이상하게,

계속 신경 쓰이긴 해요.

제가 왜 이러는지도 모르겠고.

여기 나올 때는 정리된 줄 알았는데.

 

 

-

 

 

밤.

 

 

진동.

✉️ 오늘 당신을 설레게 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번엔 망설임이 거의 없었다.

한태산.

전송.

 

 

잠시 후.

 

 

 

✉️ 당신의 X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담담하다.

이제는 정말로.

 

 

그리고 이어진 또 하나의 진동.

✉️ 오늘 웃는 모습, 보기 좋았어요.

 

 

짧고 분명한 문장.

이건 고민할 필요도 없다.

태산이다.

 

 

 

 

그리고 그때,

거실에서 재현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른 여자 출연자와 대화하는 목소리.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그 모습이,

이상하게 더 신경 쓰였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