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暴君) , 독을 품다

12화 이변

(본 이야기는 11화와 이어집니다.)




"...뭐?"


렌은 살면서 절대 못 들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말이,
그것도 심지어 백호의 입에서 나오자
황당함 그 자체였다.


"미안, 그렇다고 평생 숨길 수는 없잖아."


"너 복수할 거라며? 주인님이랑 유모는 잊은 거야?"


렌은 황당함에 이어서 밀려오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그래.. 복수. 그렇긴 하지.
근데, 지금 나한테는 그분들보다 황제가 더 소중해."


"왜 그렇게까지 황제를,"


"황제가 내 아이를 낳았어.
그리고 따지고 보면 선황제가 잘못한 거지,
지금 황제는 잘못이 없,"


백호는 렌을 설득하려 했지만,
점점 싸늘해지는 렌의 표정을 보고 그만두었다.


"...."


"...미안해, 렌아."


"아니, 미안해할 필요 없어.
복수는 나 혼자라도 할 거니까.
네가 선황제 잘못이랬지? 선황제는 죽었으니
그 딸인 지금 황제가 죗값을 치러야지."


렌은 웃으며 말했지만 백호는 그 웃음이
좋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럼, 우린 이제 적이 되겠구나.
넌 황제를 좋아하지만 난 죽을 만큼 싫거든."


"우리, 계속 친구할 수 있을까?"


"친구.. 그럴 순 없을걸,
다음에 왔을 때는 적이야.
난 떠날 거거든."


"떠난다니, 어디로?"


"저 멀리 있는 다른 제국으로 가서
힘을 키운 다음, 복수해야지.
어디 한번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황제, 지켜봐."


백호는 오랜 친구와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와중에 황제의 얼굴이 떠올라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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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그렇게 친구로서의 마지막 인사를 한 뒤
각기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


"왜 이렇게 늦었어-"


황제가 환하게 웃으며 백호를 반겼다.


"아, 친구 좀 만나고 오느라.
황자는 잘 있었어?"


요람에 누운 채 옹알거리는 아기 황자를 보니
백호는 절로 흐뭇해져 웃음이 났다.


"응, 궁의가 너무 건강해서 탈이래!"


"다행이네, 우리 황자."


한창 좋은 분위기 속에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데,
처소 밖에서 작지만 뚜렷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황자님 얼굴 봤어?"


"아니, 보면 재상님한테 목숨이 달아날걸?"


두 하녀들의 대화였다. 
예의 없이 황제의 방 앞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당연히 백호는 평소처럼 칼부림을 하려 했으나
황제가 쩔쩔매며 말리는 바람에 관뒀다.

하지만 진짜 무례한 부분은 여기부터다.


"황자님 있잖아, 황태자님을 하나도 안 닮았대.
오히려 재상님이랑 판박이라던데."


"그럼 재상님 자식이라는 거야?
황제 완전 의외다, 앞에서 순진한 척 하더니
 뒤에서 할 건 다,"


푸욱-

백호가 허리춤의 진검을 꺼내들어
한 하녀의 등을 찔렀다.


"배, 백호야. 황자도 보는데 그만,"


"나와있어, 화도 안 나?
한심한 모습 좀 버려."


백호는 차갑게 황제를 한 번 흘겨본 뒤
나머지 하녀도 찌르기 시작하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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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건 그쪽이겠지."


민현이 다가와 황제의 눈을 가려주었다.


"태어난 지 1년도 채 안 된 황자 앞에서 칼부림이라니,
그것도 한 나라의 군주 되시는 분도 계시는데."


"그러는 누구는 자식에 대한 관심도 없나봐?
이상한 말을 듣고도 까딱도 안 하고."


날이 선 분위기 속에 정적을 깬 건 황제였다.


"네 친구를 궁의에게 데려가 보거라, 
허나 이 일에 대한 죄는 나중에 묻겠다."


"예, 예에.."


"폐하, 황자를 보려고 왔는데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어서 민현이 물었다.


"황자님을 먼저 보러 온 건 나일 텐데."


"둘 다 그만하고, 황태자는 들어와요.
재상은 칼부림해서 피곤할 텐데 이만 돌아가시고요."


"예, 폐하."


-


"아까 일로 많이 놀라셨겠군요."


민현이 황자를 들어올리며 황제에게 말을 건넸다.


"뭐, 괜찮아요. 황태자.
백호는 연차가 어릴 때부터 저랬는걸요. 익숙해요."


황제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도 저보다 재상을 사랑하십니까?"


황제가 그 질문을 듣는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물론 백호를 사랑한다, 사랑하기는 하지만
옆에 있을 때마다 힘들고 지친다.

반면 민현은 백호보다 마음이 덜 가지만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편안해진다.

민현의 질문에 대한 응답을 쉽게 내릴 수가 없었다.


"...대답이 없으시니, 확인해 봐도 되겠습니까?"


민현은 황자를 다시 요람에 눕히고
황제에게 바짝 다가왔다.


"싫으시면 피하십시오."


그렇게 둘의 입술이 가까워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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