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暴君) , 독을 품다

8화 국혼일

(본 이야기는 7화와 이어집니다.
백호의 과거 회상은 끝이므로
다시 작가의 시점입니다.)




photo

"그래, 주인님과 유모의 복수를 위해 힘내자."


렌은 끔찍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듯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내일이 황녀, 아니 황제와
남서제국 황태자의 국혼일이지?"


렌은 애써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응, 그렇지."


백호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계획, 잘 진행될 거야."


-


곳곳에 걸린 화려한 장식품들,
웅장한 황궁 전통 음악,
하나같이 기뻐 보이는 사람들.

오늘이 바로 국혼일이다.


"황제, 일어나."


백호의 달콤하디 달콤한 목소리에
황제는 기뻐하며 잠에서 깨었다.


"백호야, 일어났구나! 다행이다-
잘 잤어?"


"그건 둘째치고, 오늘 국혼일이잖아.
잘 하라고."


"아, 국혼일! 걱정 마-"


"황태자가 밖에서 기다리니까 빨리 준비하고 나와."


"알았어!"


황제는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제국 최고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
거기에 걸맞는 번쩍거리는 왕관.

제국 최고로 아름다워 보였다.
황제가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황태자 민현이 보였다.


photo

"왜 이제 나오셨어요, 폐하!"


민현이 다정하게 웃어보이며 손에 든 꽃을 건넸다.


"이건 선물이에요! 잘 해 보자고요-"


"예, 황태자."


"와, 오늘 너무 아름다우시네요-"


황제는 백호와는 다른, 황제 자신밖에 모르는 듯한
민현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와 미소를 지었다.

억지로 꾸며낸 웃음이 아닌,
진심에서 나오는 웃음을 지어준 사람은
 선황제와 백호 다음으로 처음이었다.


"자, 갑시다!"


민현은 싱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황제가 손을 덥석 잡자 그의 얼굴빛이 붉어지는 건,
기분 탓이겠지?


-


"남서제국의 황태자, 민현. 
그리고 북동제국의 황제. 이 두 사람은
부부가 될 것입니다."


본의 아니게 주례를 맡게 된 재상 백호는
긴장되는 마음을 감추며 말을 이었다.


"혹, 이 결혼에 이의 있는 자 있습니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함성과 휘파람 소리.
모두가 이 결혼에 찬성하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음을 알립니다.
제국의 황태자, 황제로서 모범이 되길 바랍니다."


언제나 백성들을 위하던 황태자,
마음이 여려 아랫것들을 사형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말렸던 황제. 둘 다 백성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았기에, 모두의 축복 아래 결혼식을 치뤘다.

민현은 눈꼬리가 휘도록 활짝 웃으며 황제에게 말을 건넸다.


"우리 이제 부부네요!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되겠습니다, 폐하."


민현은 자세를 낮추어 황제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황제 또한 기쁜 마음에 활짝 웃어주었다.


모두의 축복 아래, 조금 불편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복수를 위해 이 결혼을 계획한 재상, 백호였다.


-


분명, 이게 맞는 계획인데.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는데.
대체 왜 가슴이 아플까.

분명, 황제를 사랑하지 않는데,
단 한 순간도 진심이었던 적이 없는데.
대체 왜 기쁘지 않을까.

황제가 황태자와 행복해 보이면
대체 왜 마음이 아플까.


어제까지는 분명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이럴까.

백호 팬이 많이 읽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