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친구..

"그럼 우리가 뭔데? 친구가 아니면 도대체 뭐냐고.. 우리 사이.."

쉽게 대답하지 못하던 너였다.

나는.. 나는 너를 좋아했어. 친구아닌 연인 관계로 말이야. 근데 친구라고 계속 선그어 준건 너였어.

조금씩 우리 사이가 헷갈릴 때면,

'우리 친구아이가~'

하고 장난스레 하던 너의 말이, 나에겐 넘지 못할 선이었다고..

그 선을 넘으면 안되겠다 생각하고, 내가 얼마나 아팠는데..

네가 혹시나 내 마음을 알고 저러는 걸까.. 고백도 못하고 차이는 걸까.. 아님 우린 이 관계가 맞는 걸까..

하루에도 수없이 생각하고 고민했는데..

지금 네가 하는 말.. 뭐야...?

사실 다른 애들이 너에게 하는 고백을 거절할 때, 나와 사귀는 중이라 거절한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우린 친군데, 좀 특별히 친한 친구일 뿐인데. 그렇다면 그건 거짓말이잖아.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싫은 것도 맞지만, 남의 시선에서 우리가 잘어울리는 한 쌍의 연인으로 보일 때, 그 묘한 기분이 좀 간질간질 해서.. 그 느낌이 마냥 싫지 않아서..

네가 그렇게 말하는 걸 말리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런데 너.. 지금 뭐야...? 너 뭐하는 거야..? 난 뭐가 되는 거야..?

그 때 네가 조심히 물었다.

"우리 진짜 친구가..?"

네가 미웠다. 너랑 함께한 순간을 통틀어 오늘이 가장 미웠다.

"친구지. 그럼 뭐야?"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억울했거든. 도대체 우리의 사이를 알 수가 없어서. 친구인지.. 뭔지..

촉촉해진 눈을 하고 너를 바라보는게 얼마만인지.

항상 너를 보며 최대한 밝게 웃으려던 내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어 힘없은 웃음을 지었다.

내 말에 대답이 없는 너를 두고 나는 자리를 떠났다. 어디든, 네가 없는 곳으로.

우리 사이..

초등학교 시절.

내가 축구를 하다 넘어지고, 네가 나에게 오다 넘어진 바보같던 그날.

너는 살이 까진 자기 무릎은 보이질 않는지 내 다리에서 피가난다고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다.

우리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네가 발등에 멍이 들어 울고있는 걸 내가 위로해 줬던 그 때.

이제는 네가 나를 위해, 나의 아픔에 우는 구나, 라는 생각에 가슴이 간질거렸다.

그날 내가 너를 보건실까지 업어다 주면서 내가 느낀 이 감정이 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인정해 버렸다.

내가 이 울보를 좋아하구나. 내가 김여주를 좋아하 구나.

그때부터 너는 더이상 내게 '친구'는 아니었다.

'친구지. 그럼 뭐야?'

너는 그말을 남긴 채 가버렸다. 나만 두고..

김여주..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해..?

내가 괜히 재환이에게 유치한 짓하고, 나에게 고백하는 여자애들은 쳐다봐 주지도 않고.

그러는걸 가장 가까이서 본 너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던거야..?

"역시 김여주... 바보야.."

온몸의 힘이 다 빠지는 듯 했다. 나는 내 나름대로 너에게 짐심을 다했는데, 네가 몰라주고 있었다니..

게다가 너는 우리의 사이를 '친구' 라는 선으로 딱잘라 말해버렸다.

진심이겠지..? 아까 그 말..

쉬는 시간이 끝나고 교실에서 김여주를 봤다. 자리가 떨어져 있어 너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너는 어떤 감정일까 지금..

수업시간이 끝나도록 난 너만 봤다.

너의 속마음이 혹여나 보일까, 너의 속마음이 궁금했으니까.

수업이 끝나고, 청소시간이 될 때까지 너는 나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너와 둘이서 하는 특별실 청소.

우리 둘뿐인 공간에서.. 나도, 너도 한마디도 꺼내지 못했다.

한심해.. 강의건 한심해..

정적 속에서의 청소가 끝나고 교실로 가는 데도 우린 따로 걸었다.

처음으로 너와 걸음을 맞추지 않았다.

종례를 마지고, 집으로 갈 때.

이제는 말을 걸려고 내가 너에게로 걸음을 돌렸지만, 너는 나를 봐주지도 않은 채 가버렸다.

나만 남은 교실. 네가 나를 외면하고 가버린 후.

처음 겪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

그 때 오는 문자 한 통.

-오늘은 혼자 갈게..

그 문자 한통이 끝이었다. 그리고 너와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멀어져만 갔고,

내 용기도 작아져만 갔다.

마음 속으로 수십번은 너에게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혹시나 나도 모르게 너의 감정을 이해해주지 못한 적이 있었을까.

내가 너를 너무 다 안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그 모든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우리의 사이를 괴롭혔다.

친구라도 좋으니, 나 혼자 좋아하고 너를 바라보며 그저 너의 옆에 있을 수만 있어도 좋으니,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멀리도 아닌, 그냥 어제 정도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