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 전해지는 날.
그날, 여주가 나에게 돌아섰다고 해서 절대 포기하진 않았다.
네가 한 번은 내려다 봐주지 않을까, 매일 밤 1시간은 너의 집 아래서 그네에 앉아있었다.
너와 이상한 사이가 된지 일주일 하고 이틀째 되던 날.
네가 학교를 오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었다. 그 말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듣는 순간 앞뒤 생각 없이 교실 밖을 뛰쳐나가 곧바로 너의 집으로 향했다.
멀지 않던 너의 집. 아마 너의 부모님은 출근을 하시고 안 계실 것이다.
그럼 내가 있어야 해. 너의 곁에. 항상 그랬으니까.
너의 잡 문 앞에 서서 문 손잡이를 잡지 못하고 고민했다.
강의건, 너 고민도 없이 여기까지 왔잖아. 바보같이 멈추지 마.
여주가 그랬다. 너는 참 앞뒤 생각 없이 지르고 모는 게 문제라고.
그래. 지르고 볼 거야. 나답게 말이야.
머릿속을 비우고 너의 집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리고는 고민하지 않고, 너의 방으로 갔다. 문 손잡이를 잡아 문을 열면, 침대에 누워 잠이 든 네가 보였다.
심장이 쿵쿵쿵하고 요동쳤다.
아픈 네 옆에 내가 없다는 게 말이나 돼..?
눈앞이 흐려질 정도로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울지 않으려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의.. 거나..."
그리고 들리는 잠긴 너의 목소리.
너는 얼마나 울었을까, 안 그래도 김여주, 울본데..
너에게 더 다가가 너의 옆에 앉았다.
이마에 손을 살포시 올려보면, 꽤나 뜨거운 이마였다.
"하..."
그래 내가 나쁜 놈이야. 내가 다 잘못했어.
너의 손을 조심히 잡았다.
"아프지 마..."
매년 한 번은 꼭 심하게 아프고 넘어가던 너였기에, 그게 하필 이 타이밍이었기에.. 걱정이 안될 수 없었다.
너의 손을 잡고, 아픈 너를 보다가 너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 들을 닦을 수건을 가지러 가려던 찰나,
탁-
"가지 마..."
네가 나의 손을 잡았다.
"가지 마.. 강의건.."
네가 깨있었단 사실을 알지 못했기에, 갑자기 잡는 너의 손에 깜짝 놀랐다.
"언제 깼어...?"
"너 올 때부터.."
너의 말에, 나는 다음 말을 잊지 못했다.
알잖아, 나 저지르고 보는 거...
"학교는...?"
".... 아...."
"역시.. 바보야..."
한껏 잠긴 목소리와,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눈. 나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뭐 해줄까..?"
"앉아줘.."
너의 말대로 너의 옆에 다시 앉았다.
눈을 지그시 감은 널 보며, 나는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
"미안해.. 여주야.."
"...강의건 너 미워.."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로 내가 밉다고 했다.
그 말에 심장이 찢어질 듯 아팠다.
"정말 미안해.. 널.. 널 좋아해서 그랬어."
짝사랑.
혼자 하는 사랑.
혼자만 잘 숨기다, 잘 잊으면 되는. 간단하면서도 가장 아픈 사랑.
짝사랑을 고백하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다.
더 이상 편한 사이는 될 수 없다는 것.
그런 의미였다.
짝사랑은, 혼자 사랑하고, 전해서는 안되는 마음.
너를 짝사랑하면서 내가 내린 정의였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여주야.. 그냥.. 네가 좋았어.. 그래서.."
"바보.."
너의 말에 내 말문이 막혀버렸다.
"넌 바보야.. 내가 널 그렇게 좋아했는데.. 그것도 모르고 말이야..."
너의 말에 한 번 더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너는 그 말을 남긴 채 다시 잠들었지만 말이다.
너의 이마 위에 시원한 수건을 올려 주고는,
"다행이야. 짝사랑이 아니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