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너와 함께


우리의 연애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무난히 이어졌다.

서로 돌고돈 만큼이나 애틋했고, 다정했고, 행복했다.

그리고, 같은 대학에 붙었을 때,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야야야! 우리 붙었어 붙었어!!"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함께였다.

우리와 같이 연애를 시작한 애들이 몇번이고, 깨졌다 만날 때, 우리 여전히 서로를 너무 좋아했고, 의건이는 항상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아, 김여주. 진짜 너무 좋다"

너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올때마다 나도 덩달아 웃게되었다.

모두가 부러워하던 우리의 연애.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

의건이는 유명한 철벽남이었다.

한마디로, 최고의 남자친구였다는 소리다.

근데, 나는 철벽남이라는 소리를 듣는게 못마땅했다. 나와 나 사이에 철벽을 쳐야할 방해꾼이 아예 없기를 바랬거든.

우린 대학을 다니기 시작하며, 대학과도, 서로와도 가까운 자취방을 얻어 자취를 했다.

그렇기에 항상 등교도 같이했고, 집에 갈 때도 함께였다.

대학만큼은 편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처럼, 방해꾼없이 오로지 너와의 연애를 즐기고 싶었다.

그마저도 큰 바램이었는지, 대학마저, 너의 인기는 여전했다. 그게 항상 불만이었지.

"넌 좀 덜 잘생겼어야 했어! 짜증나!"

"푸흐, 우리 여주 이제 보니 질투가 장난 아니네~

이 오빠 못 믿나?"

오빠는 무슨...

널 못 믿는게 아니라, 네 주위 여자들을 못믿는 거야 바보야..

매번 나만 아슬아슬 했던 나의 연애는, 대학에서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리고, 우리와 고등학교를 같이 나온 성우와 우진이도 같은 학교에 붙어, 요즘은 같이 다니고 있다.

오늘은 신입생 환영회가 있는 날.

어김없이 우리 넷은 한 테이블에 앉았고, 어김없이 우리를 향하는 시선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가 못 살아..

"의건아. 넌 이제 마스크 쓰고 다녀."

"뭐?ㅋㅋㅋ"

곧이어, 우리 테이블 주변도 점점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의건이는 주량이 소주 5병이나 된다.

가끔은 5병을 넘겨 먹어도 멀쩡할 때도 있다.

그에 비해 내 주량은 소주... 한...잔..?..

그러니, 소주 앞에만 서면 조금씩 긴장이 되곤 한다.

"여주야.. 걱정 마.. 이 오빠 허리 나갈 준비 됐다.."

아니 왜 오늘따라 자꾸 오빠 타령이래..

그래도, 의건이가 있기에 내가 여기도 올 수 있던거다.

"하... 솔로는 서러워 살겠나.."

우리가 친구같은 연인처럼 보여도, 달달하긴 했다.

어쩌면, 그렇기에 이렇게 오래 함께인게 가능한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까부터 옆자리에 앉은 남자 두세명이 계속 키득대는게 느껴졌다. 뭐지 이 상황..

그러더니 그 중 한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녕, 신입생? 난 2학년 황민현이라고 해. 이름이 뭐야?"

의건이 주위에 여자들이 득실댈 거라고 여자들만 주시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내게 누군가 말을 거니, 당황스러웠다.

"김여주예요.."

나의 말에 의건이가 술을 마시다 말고 내 쪽을 봤다.

"누구세요?"

그리고 내가 본 의건이의 얼굴은 엄청 화난 얼굴이었다. 내 남친이 원래 저렇게 무섭게 생겼었나..?

"아, 혹시 남자친..구..?"

그에 당황한 2학년 선배는 남자친구냐 물었고,

"네."

너는 또박하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2학년 선배는 미안하다고 대답했고, 의건이는 술잔에 술을 한입에 털어넣었으며, 나는 이상하게도 계속 미소가 지어졌다.

"화났어?"

"아니."

"화났는데?"

"아니라니까.."

혼자 화난얼굴을 하고서 자기는 화 안났다는 너.

아깐 자기 못 믿냐고 난리더니.. 자기는 왜 화내?ㅋㅋ

이대로 두면 또 삐질까봐, 의건이 귀에다 대고

"사랑해"

한마디만 해주면 금세 입꼬리를 히죽인다.

귀여워..

그날, 정말 소주 한잔 마시고 잠든 나를 업고 내 자취방까지 간 의건이였다.

"으거나아..."

"의건이라니까."

"으거니 으거니...히..."

"아, 흔들지 마. 무거워."

자주 업혀본 너의 등이지만 매번 너무 좋은 너의 등이다.

쪽-

나를 업느라 손이 없는 너의 볼에 입도 맞추고,

너를 꽉 안을 수도 있거든.

나는 우리의 이런 생활이 영원할거라, 내일도 모레도 그대로 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던 우리 사이에 좀 큰 벽이 드러섰던건,

의건이가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한 후였다.

의건이랑 성우랑 우진이가 단체로 군대에 가고, 남은 나는 대학에 와서 사귄 소현이와 다녔다.

의건이와 떨어져 지낸게 처음이었던 나는 몇달은 그 시간들이 참 힘들었다.

"아니 소주 한잔에 취하는 애가 어딨냐고..."

때마다 소현이도 힘들어 했지만..

몇 달이 지나고 나서는 나도 점차 적응하기 시작했다.

소현이는 나와 같은 관광경영학과였기에 연극영화과 였던 의건이보다 같이 다니는 게 편했다.

게다가 좋은 선배도 몇 분 만나서 잘지내는것도 같다.

그중 대표적인 분이...

의건이가 그토록 싫어하던 민현 선배인 것은 비밀이다.

이 선배는 심심할 쯤이면 전화해 과제를 도와주시기도, 궁금한 것을 가르쳐 주시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그 선배에게 전혀 이성적인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는 의건이가 없대도, 여전히 의건이를 좋아했으니까.

시간이 되는 날이면 면회도 자주갔고, 그럴 때마다 의건이의 마음이 여전히 나를 향한다는 것도 많이 느끼고 와, 그 몇 일은 하루종일 기분이 업되어 있곤 했다.

그리고, 네가 복학을 했다.

군대를 갔다고 해서 오랫동안 못만난 건 아니었다.

나도 면회를 자주 갔고, 의건이도 휴가를 나올 때마다 우리 집에 오곤 했으니까.

그래도 만나면 반가운 의건이였다.

"여주야아~!"

대형 사모예드 한 마리가 나를 향해 뛰어오면, 부럽게 쳐다보는 여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네가 오늘따라 너무 귀여워보여서 꽈악 한번 안아주면, 그 부러움의 눈빛들이 질투와 시기로 가득해지기도 하지만 말이다.

"나 보고싶었징!??"

거기다가 자주 부리지도 않는 애교 한방이면 다시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뀌곤 한다.

모두의 시선을받는 연애라도 행복했다.

그때는 우리에게도 권태기라는게 찾아올 거란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마냥 행복하다가, 각자의 꿈을 이루고, 그 뒤로도 우린 함께일거라 생각했다.

네가 복학한 뒤의 학교 생활.

기대했는데, 자꾸만 나타나는 방해꾼으로 인해, 산산히 무너지고 있었다.

"오빠! 저랑 점심 먹어요~!"

“미안한데.. 나 여자친구 있어. 밥은 다른 사람이랑 먹어.”

의건이를 쫒아다니는 한 신입생 때문에 말이다.

이름만 들어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 손민지를 이어, 또 다른 방해꾼.

우리에게 다가올 앞으로의 일들로 인해,

우리의 사이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