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흔히 가수, 배우,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씩 해봤을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떨어진다면 나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부모님,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은 나를 욕하고 놀릴지도 모른다.
"B - 71번 들어오세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잘 부르겠다며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고 그 노랫소리 사이로 다음 차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방 문 앞에 놓여져 있는 의자에서 일어난 남자아이는 나보다 어려보였고 잔뜩 긴장한 듯한 얼굴과 몸짓으로 오다션을 보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 남자아이의 다음 차례였고 자연스럽게 그 남자아이가 앉아있던 의자로 걸어가서 앉았다.
시끄러운 곳인데도 불구하고 그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정국이고요. 15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정국이라는 남자아이는 나보다 2살 더 어렸다. 순간 내가 너무 늦게 이 길로 뛰어들은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나도 15살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녔었다. 유명한 곳은 당현이 나를 떨어뜨릴 것만 같은 두려움 때문에 유명하지 않는 소속사를 찾아 오디션을 보았었다. 하지만 나는 그 소속사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며 많이 떨어졌었다.
"줄 수 있는 게 이 노래 밖에 없다."
그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맑고 아름다운 음색을 가지고 있었다. 백퍼 붙을게 뻔했다. 나 였으면 저 아이를 붙잡았을 것이다.
더이상 그의 노랫소리가 들려 오지 않는 걸로 보아 끝났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방 문을 열고 나온 그의 표정은 상당히 우울해 보였다. 떨어졌나보다. 하지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소속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그에게 명함을 건내주었다. 그가 받은 명함의 수는 7장이었다. 떨어져도 자기를 원하는 회사들이 있는 것이 정말 부러웠다.
"B -72번 들어오세요."
내 차례가 다가왔다. 나는 내 손에 꼭 쥐고 있는 내 개인정보를 쓴 종이를 건내주었고 발 표시가 되어 있는 곳에 맞춰서 섰다. 의자에 앉아있는 심사위원들이 모두 나를 쳐다봤을 때 나는 입을 열어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여주라고 합니다. 나이는 17살이고 잘 부탁드립니다."
그들의 표정을 한번 쓱 훑어 보았다. 별로 내키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나는 이번에도 떨어질 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저 사람들은 방금 전에 전정국이라는 사람을 뽑을래 나를 뽑을래? 하면 한치의 고민도 없이 전정국을 뽑을 것이라는 걸 너무 잘 알았다.
보여줄개 완전히 달라진 나
보여줄게 훨씬더 예뻐진나
바보처럼 사랑때문에 떠난
너 때문에 울지 않을래
더 멋진 남잘 만나 꼭 보여줄게
너보다 행복한 나
너 없이도 슬프지 않아
무너지지않아
얘야, 조심해야 해.
노래를 부르고 나니 아무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은 애매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노래 선곡을 잘못 한건가? 역시 나는 뽑아줄 이유가 없는건가?등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가 쓴 평가 종이를 가운데로 보냈고 가운데에 앉은 사람이 입을 열어 말했다.
"아 잘 들었습니다. 죄송하지만.."
그 뒷말은 안 들어도 됬다. 이미 예상 가는 말이었으니까. 많이 듣기는 했지만 아무리 들어도 적응이 안되는 말이었다.
"저희랑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예상했던 반응인데 예상했던 말인데도 저 말은 '너는 실력도 안 되는데 어떤 자신감으로 오디션을 보는 거니?'라는 뜻 같았다. 처음부터 이렇게 해석하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그냥 말 그대로 저쪽 회사와는 안 맞는 줄 알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저 말을 듣고 오디션에서 떨어지다 보니 부정적으로 해석되었다.
"아.. 감사합니다.."
솔직히 뭐가 감사한지도 모르겠다. 내 노래를 들어줘서? 나한테 기회를 줘서..? 예의상...? 셋다 아니다. 그냥 남들이 감사하다고 말하니까 나도 따라한 것 뿐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오디션 방 문을 열고 나갔다. 나가면서 나도 명함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앞에 남자애 처럼 일곱개는 안 되도 한두개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의 끈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