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쪽으로 걸어가는 동안에 나는 명함을 한개도 받지 못 했다. 다들 노래를 부르느라 정신이 없고 명함을 건내주러 온 다른 회사 사람들은 다음 대기자의 노래를 들으려고 노력중이었지만 그들이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노래 실력이 문제가 아니라 얼굴과 몸매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크흠 크흠..!"
헛기침 하는 듯한 소리였다. 이것도 분명 빨리 나가라고 눈치를 주는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빨리 걷기 시작했다.
"저기..!"
벌써 내 다음번 번호가 끝났나 보다. 그는 노래를 잘 부르나 보다. 역시 나 같은건 여기에 오는 것이 아니었고 여기에 올만한 실력도 안 되었고 얼굴도 몸매도 안 됬었나 보다.
"아이 저기 학생!"
누군가 나의 팔목을 붙잡았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동글동글하게 생긴 한 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정말 행복하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자 학생도 받아가! 생각 있으면 이쪽으로 찾아 오던가 전화해줘."
내 실력을 인정받아 명함을 받아서 기쁘고 행복하기 보다는 학생도라는 말에 꽃혀 버렸다. 학생도라는 말은 내 앞에 그 남자도 이 명함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학생도라니.."
궁금한걸 못 참는 나로서는 물어보았다.
"아~ 그 학생 전 순서에 들어갔던 남자애한테도 줬거든. 근데 그 남자애는 우리 회사쪽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아. 명함을 일곱장이나 받았다니까?"
'그럼 나는 당신의 회사에 들어갈 것만 같나요?'라는 말을 목 뒤로 꿀꺽 삼켰다. 비교당하는 말일 수도 아니 말이겠지만 지금 내가 받은 명함이라곤 꼴랑 이 사람이 준 한장 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갑자기 누군가 나를 부르듯 나의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자 동글동글한 남자와는 달리 마르지도 동글동글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딱 봤을때 보기 좋은 몸을 가진 남자가 서있었다.
"우리 쪽도 받아줘요. 학생 음색과 노래실력 다 맘에 들었는데 상당히 우울해 보여서 말을 못 걸었어요."
"아..아... 감사합니다.."
이로써 명함을 두장 얻게 되었다.
"근데 면접 보는 사람들은 보는 눈이 없네, 이렇게 실력 좋은 참가자가 두명씩이나 있었는데 두명이나 탈락시키고 말이야-"
"
나는 두번쨰로 명함을 준 남자의 말에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게요'라고 대답해 버리면 내가 뻔뻔해지는 느낌이 들을것만 같아서 말이다.
"아 저희 회사 들어오실 생각 있으시면 바로 연락 주세요. 저희는 누구처럼 다시 오디션 보지 않고 합격이니까요."
바로 합격이라고 말하지 않은 회사는 오디션을 또 봐야 되는 것이고 오디션을 또 보게되면 탈락할 가능성도 있는 것 이니까 가수 또는 아이돌이 간절한 사람에게 바로 합격이라고 말을 하면 그 바로 합격이라고 말한 회사로 들어갈 수 밖에 없게된다.
동글동글한 사람은 나에게 두번째로 명함을 준 사람을 째려봤다. 마치 같은 업계 사람드리끼리 바로 합격이라는 말이 금지어인줄 모르냐는 듯한 눈빛이었다.
"아 학생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빨리 가봐요."
동글동글한 사람이 말했다.
"아.. 안녕히계세요."
나는 그 사람의 말대로 출구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 그 둘은 싸웠는지 안 싸웠는지는 거기에 있는 사람들만 아는 일이었다.
.
.
.
"오디션은 잘 봤어?"
엄마가 말했다.
"아니.. 망했어.."
"그래 니가 그러면 그렇지 뭐-. 언제 한번 오디션 붙은 곳이 있기나 해? 그냥 포기하고 공부나 해. 그럼 엄마가 공부하는데 지원해주고 동생은 자기가 하고싶은 꿈 찾아서 열심히 노력하는데 너는 정말... 돈이나 낭비하고 있고..."
엄마는 동생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그 말들은 나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아무말도 안 들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엄마의 잔소리는 서서히 끝이 난다.
"그래도 나 명함 두개나 받았어."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받았던 명함을 엄마에게 보여주었다.
"빅히트, 라일락..?"
"와 뭐야 완전 듣보잡 엔터테이먼트잖아?"
이여진의 말 하나로 나의 표정은 싹 굳어졌다.
"정말 언니는 꿈 포기하고 공부하나 하는건 어때? 아 언니 돌머리여서 아이돌 한다고 한거지?"
이여진이 꼽을 주며 비웃었다.
"그래 여진이도 저렇게 생각하잖니."
"...."
엄마는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말릴줄 알았는데 말리지도 않았다. 화가났다. 부모님이면 저렇게 말하는 동생을 말려야 되는거 아닌가? 저렇게 오냐오냐 키우니까 이여진이 버릇이 없어진거다.
"......"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침묵 뿐이었다. 엄마와 이여진은 내 앞에서 내 욕을 하며 자기들끼리 깔깔 웃으며 떠들었다.
.
.
.
어젯밤 라일락 엔터테이먼트에 전화를 했고 오늘 한번 얼굴을 보자고 했다. 와이셔츠를 입고 갈까 고민했지만 불편한 옷은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맨투맨을 입고 라일락 엔터테이먼트에 도착했다.
"아 우리가 바로 합격이라고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희 다른 직원들이 노래 실력을 모르니까 자신 있는 곡 하나만 불러 주세요."
속았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둔 채 마음을 가다듬었다.
"후..."
어떤 날에든 저녁 하늘은
못 올려보는 습관이 있어
온 세상이 날 떠나는 듯한
이상한 그 기분이 싫어
멀리 떨어지는 저 해는 내일 다시 올 텐데
나를 비춰줬던 햇살은 아닐 것 같아
네가 가도 사랑은 다시 오고
소란스런 이별을 겪어봐도
이렇게 너는 너는 너는 자꾸 맘에 걸려
가끔씩은 좋아서 웃긴 하고
더 가끔씩은 행복의 맛을 봐도
아직도 너는 너는 너는 Deep in me
또 다시 들려오는 정적이었다. 이 정적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정적일까 아님 나를 또다시 슬프게 만들 행복일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은 이 침묵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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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래 = 에일리의 저녁 하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