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입니다. 앞으로 우리 잘 해봐요."
순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내가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계속 불합격만 해서 일까 합격이라는 말에 내 귀를 의심했고 저 사람의 말을 의심했고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부정했다.
"계약서 쓰로 갈까요?"
5명중 가운데 앉은 나에게 명함을 준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계약서라는 말이 정신을 차릴 수 있게 해주었다.
가운데 앉은 사람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기쁘지 않아요? 합격한게."
기뻤다. 너무너무 기뻤다. 하지만 이게 나한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의심을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매사가 부정적이게 바뀐 나로서는.
"기뻐요.. 너무너무.."
"아 연습생 생활은 짧게 할거에요. 지금 데뷔조에 올라간 애들이 있는데 그 애들하고 같이 데뷔조에 넣을거니까요."
데뷔조에 넣는다는 건 내가 완전 친한 친구들 사이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 말은 그들의 입장에선 내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얻는것, 나는 그 팀에서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일 수 없다는 것이다.
"아 여주라고 했죠?"
나는 조용히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여주양까지 포함해서 총 일곱명이에요."
일곱명이라..
둘둘씩 짝을 짓게 되면 혼자가 되는 쪽은 분명히 나일 것이다.
"데뷔 일은 아직 안 정해졌지만 한 3~4개월 뒤에 데뷔할 예정이에요. 아, 그러고 보니 여주양 춤 실력을 제가 모르네요."
"아하하하..."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괜찮아요. 3~4개월 안에 잘 출수 있게 될 거니까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 잠깐 전화 통화좀 할게요."
또 다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 수지양 데뷔조 멤버들 대리고 제 방으로 10분 뒤에 오세요."
대표님의 전화 통화를 들었을 때 수지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이 데뷔조의 리더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통화를 마치고 나니 어떤 방 앞에 서있었다.
"여기가 제 방이에요. 들어와요 여주양."
대표님이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자 나는 대표님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대표님은 책상 서랍에서 무슨 종이를 꺼내 들고는 쇼파에 앉으셨다.
"여주양도 앉으세요."
대표님의 말에 쇼파에 가서 앉았다.
"계약서에요. 한 번 잘 읽어보고 마음에 안 드는 조건이 있으면 말해요. 같이 한번 타협점을 찾아보죠."
대표님은 핸드폰을 집어 들어 핸드폰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종이를 첫장부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목적 및 정의, 계약기간, 기획업자의 권한 및 의무, 연습생의 권한 및 의무, 훈련활동 비용 관리. 계약내용의 변경,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개약해제·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의 청구 등,
전속계약 체결 등, 비밀유지, 확인 및 보증, 분쟁해결, 부속 합위
물론 저 항목 하나하나에도 자세하게 써져있었다.
"다 읽었니?"
"네."
대표님은 나에게 볼팬을 건내주었다. 아마 계약하고 싶으면 싸인하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그 볼팬을 받아 들었고 싸인을 하기 시작했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린 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예쁘장하게 생기고 상당히 마른 사람들이 들어왔다.
"어 수지 왔구나! 인사해라 지금부터 너네 데뷔조에 들어가게 될 이여주라고 한다. 그리고 여주양 여기 있는 애들은 여주양과 함께 데뷔하게 된 애들이에요."
데뷔조 멤버들은 상당히 당황한듯한 티를 냈다. 대표님이 멤버들에게 말을 안 해준게 틀림 없었다.
"
짧은 침묵이 흘렀다.
"어서와요. 우리 라일락 엔터테이먼트에."
데뷔조 멤버들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여자가 침묵을 깨고 말했다. 약간 나를 경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나에게 눈치를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방에서 나가는 순간 나는 무차별 적으로 얻어 맞을 것만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나의 목표는 오로지 무대 위에 서는 것이니까.
.
.
.
데뷔조 멤버들과 연습실로 왔다. 다행이 대표님 방에서 나와 연습실에 올 때까지 아무런 해코지도 안 들었으니 내가 생각한 것 보다는 착한 애들인 것 같다.
"나이가.."
내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그러자 멤버들은 어이없다는 웃음을 내뱉었다.
"여기 들어오려고 했으면 이름하고 나이정도는 외워서 들어오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
"네?"
저 말을 다 들었다. 다 들었지만 애써 부정하며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아~ 아무말도 안 했어요. 저는 19살 배수지."
"저도 19살 전소연."
"16살 손승완."
"16살 배주현"
"아 저는 이여주 17살입니다."
"누가 물어 봤나."
또다시 들려오는 나를 무시하는 듯한 말이었다. 화를 내고 싶었지만 화를 낼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멤버여서 화를 냈다가는 일이 크게 벌어질 지도 모른다.
"와 근데 언니 왜이렇게 날씬-해요?"
승완이라는 아이는 말과는 다르게 배가 나왔다는 듯한 제스쳐를 지었다.
"여주한테 왜 그래~~"
소연이라는 언니가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어머! 여주야 너 왜이렇게 말랐어?"
소연언니는 나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여기서 내가 잘 버틸 수 있을지 불안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
이정도면 여주 얘기 아닌가 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