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서기까지

무대 위에 서기까지 - 04

나를 비꼬는 말들이 한참동안 오고 갔다. 그 말들을 듣고 있으면 내 자존감과 자신감은 저 밑바닥 까지 떨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배주현이라는 아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냥 쳐다만 볼 뿐이었다. 어떻게만 꼬면 왕따를 당했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에 자신의 이름을 포함하고 싶지 않아서 일까.
나는 배주현을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누가 봐도 이쁘고 어린애라고 하자만 피부도 좋았다. 길거리를 지나다니기만 해도 명함을 열개 이상 받을 것만 같은 이쁘장한 얼굴 말이다.

"아 언니들! 승완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배주현이 말했다. 그러자 다른 멤버들은 당연하다는 듯 왕의 명령을 받아 들이듯 나를 비꼬는 말들을 멈추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눈에는 안 보이는 서열이 있듯 이 데뷔조에도 서열이 존재했다. 이 데뷔조에 권력자는 배주현이라는 걸 방금전의 배주현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행동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똑똑-'

멤버들이 나를 비꼬는 말들이 멈추기를 기다렸다는 듯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데뷔조 멤버들의 표정은 180도 달라졌다.

"들어오세요~"

수지 언니의 목소리 톤도 확연히 높아졌다.
연습실 문이 열리더니 어떤 남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어서와~!"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멤버들은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이 말을 했다. 이 상황에 당황한 사람은 오직 나 뿐인것 같았다.

"뭐야? 여섯명에서 데뷔한다더니 한명 더 늘었네?"

"아.."

소연이 언니가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싱긋 웃으며 '한명 더 늘으면 좋은거 아닌가?'라고 대답을 했다.

"근데 무슨일로 왔어?"

이번엔 수지 언니가 싱긋 싱긋 웃으며 물어보았다.

"아 우리 회사도 연습생이 들어왔거든. 이렇게 된거 우리 서로 자기소개나 할까?"

데뷔조 멤버 한명이 다른 회사 사람들 사이에 가서 앉았다. 쉽게 말하면 남자 2명 사이에 여자 1명이 앉은 패턴이었다.
나는 당황함에 멀뚱멀뚱 서있는데 주현이가 입을 열어 말했다.

"여주 언니도 자리에 와서 앉아요!"

나는 어쩔 수 없이 비어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고 다른 회사에 새로 들어왔다던 남자애도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새로 들어왔다던 남자애가 내 앞에 앉아 있어 힐끗 쳐다보니 익숙한 얼굴이었다. 흔하지는 않지만 익숙한 얼굴. 어디서 봤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자기소개를 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빅히트 엔터테이먼트 소속 연습생 18살 김남준이라고 해."

"아 나는 20살 김석진!"

"19. 민윤기."

"남준이랑 같이 18살! 정호석이라고 해!"

"17살 박지민!"

"박지민이랑 똑같은 나이! 김태형!!"

"ㅈ.. 저는.. 15살... 전정국.. 이라고 합니다.."

빅히트에서 왔다는 그들은 자기소개 하는 방식이 달랐다.
전정국이라는 이름을 듣자 그제서야 그가 왜 익숙한지 기억이 났다. 어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봤던 그 남자애, 어제 명함을 일곱개나 받았던 그 남자애. 순간적으로 머리가 핑 하고 돌았다. 어떻게 이런 인연이 있는지.
솔직히 어젯밤 이 남자애를 다시는 안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를 보고 있는 것 만으로 그와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내 자존감은 금방 저 밑바닥 저 지옥까지 떨어져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직 열일곱이라는 나이에 오디션에 여러번 떨어진 나에겐 이 남자애 때문에 오디션 프로금에서 떨어졌고 명함을 받지 못했다고 핑계를 댈 만큼 핑계로 삼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면서도 한편으론 죄책감 일 수 밖에 없다.

"여주야?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자기소개 해야지."

전정국이라는 남자애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자기소개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아.. 안녕하세요. 17살 이여주라고 합니다."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와!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말 놔도 되지 여주야??"

아무래도 나이가 같아서 일까 김태형이라는 남자애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 그레 친하게 지내자."

나는 그 말을 하면서도 데뷔조 멤버들의 눈치를 봤다. 특히 배주현을 집중적으로 배주현의 한마디면 나는 이들에게까지 욕을 먹고 꼽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주현은 내 생각과 달리 민윤기라는 사람과 떠들고 있었다. 다른 데뷔조 멤버들은 전정국에게 다가가  전정국에게 여러가지 질문들을 하고 있었다.

"있잖아."

내가 말헀다. 그럼 김태형은 '뭔데? 뭔데?'라며 대답을 해 주었다.

"라일락 엔터테이번트하고 빅히트 엔터테이번트랑 친한 사이야..?"

어제 나에게 명함을 건네줄때만 해도 서로의 신경전은 끝나지 않았다.

"아 빅히트랑 라일락이랑 연결 되어 있어. 방시혁이라고 빅히트 대표님인데 라일락도 자기가 대표면 이상할 것 같다고 꼭두각시처럼 다른 사람 세워놓은 거야."

그럼 어제 나에게 명함을 줬던 그 일은 그냥 연기였을 뿐 사실상 하나의 회사가 나에게 명함을 두개를 준 상황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명함 두개나 받았다고 엄마에게 말했다.
순간적으로 무언가 한대 맞은 것만 같았다.

"근데 쟤네들이 너한테 잘 해주냐?"

이번엔 김태형이 나한테 물어보았다.

"아 내가 들어온지 별로 안돼서."

데뷔조 멤버들이 나에게 눈치를 주고 있었다. 말 잘하라고 안 그럼 좀 있다가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대충 얼버무렸다.

"그래도 알 수 있는거 아닌가? 너한테 잘 해주는지 잘 못해주는지."

김태형이 의심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쳐다봤다.

"아 잘 해주시지. 근데 내가 오늘 들어와서."

내 말에 '아 그럼 모를 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김태형이었다.

"근데 우리 정국이도 오늘 들어왔는데 너네 뭐 짠거 아니지? 설마 원래부터 알던 사이라던가?"

알던사이는 아니다. 단지 일방적으로 알고 있는 것 뿐. 전정국은 내가 있는지 없는지 내가 누군지 오늘 알았을 것이다.

"나 오늘 처음 봤는데?"

거짓말을 했다. 나 혼자 알고 있다고 말하면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리고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릴 것이다.

"아 그래? 뭔가 같이 들아오길래 뭔가 있는 줄 알았지!"

김태형은 뭐가 그렇게 재밌고 좋은지 해실해실 웃는다.

"아 맞아 우리 나가서 먹을 것 좀 사오자!"

김태형의 말에 배주현을 제외한 데뷔조 멤버들은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김태형과 데뷔조 멤버들의 눈치를 살폈다.
김태형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김태형과 같이온 남자들에게 무엇을 먹겠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데뷔조 멤버들은 너 가면 좀 있다가 죽어라는 듯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여기선 내가 안 간다고 하면 이상한 애로 찍힐 것 같고 간다고 하면 데뷔조 멤버들에게 단단히 찍힐 것 같았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배주현이 뭐라고 말을 해주길 바라는 수 밖에 없었고 나는 배주현을 쳐다보았다.
배주현은 무언가 재밌는 생각이 났다는 듯 나 밖에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나를 소름돋게 만들기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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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부 해야되는데 하기 싫어서 글쓰고 있는 내 인생 레전드..
시험 2주 남았는데 피포페인팅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머릿속 레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