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사람들의 감정은 단순했다.
계절은 사람들의 감정을 단순하게 만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은 짧디 짧은 1년을 감정이라는 단순한 도구를 사랑에 덧댄다.
수줍은 만남과 같은 설레는 공기의 흐름은 봄,
그 누구보다 뜨겁게, 열렬히 서로를 사랑할 때는 여름,
익숙해진 존재에 점차 마음이 식어갈 때는 가을,
차가운 잿빛의 하늘과 공기 그리고 시들어진 나무의 잎사귀 같은 마음이 가득할 때는겨울.
이렇듯 감정은 단순히 계절로 가늠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러니까,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차이라고나 할까.
태형은 이사를 가게 됐다. 아주 먼 동네라 했다.
수줍은 만남이라 정정하던 봄이라는 계절은 태형의 존재 이외의 것에서 철저히 빛나고 있었다.
곧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태형에게 열렬함이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감정에 무뎠다. 예외, 감정과 계절의 깊은 연관에 대한 예외다.
허나, 하나 확실한 건 태형의 감정에게 계절은 항상 겨울이였다.
항상 같은, 그러니까 지친 표정으로 변해가는 계절을 바라보니까.
새집은 굉장히 넓었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간 태형의 방은
태형이 그동안 지내왔던 모든 자신의 방보다 훨씬 컸다.

맞지 않은 신발을 신은 듯 불편했다.
방은 무척이나 컸지만 태형이 느끼는 답답함은 태형의 새 방보다, 새집보다 더더욱 컸다.
당장 내일이 새로운 학교에서의 첫날이다.
아마도 아버지는 오늘 밤 태형을 불러
항상 그래왔듯이 첫 단추에 대한 긴 설교를 늘어놓으실거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
다음날 아침 태형은 어렵게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갑작스레 바뀐 방의 풍경에 잠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곤
곧바로 일어나 화장실로 처벅처벅 걸어간다.
교복 차림의 태형이 넥타이를 느슨히 맨 채로 화장실에서 빠져나왔다.
머리를 벅벅 긁으며 식탁 앞에 앉자 가정부가 차려준 음식이 화려했다.
가정부는 아버지는 이미 집을 나가셨다며 전했다.
태형은 한참을 멍하니 가정부만 바라보다 하이얀 웃음을 지어보이며 인상을 폈다.
" 아부지가 원래 그렇죠, 뭐 "
" 학생은 참 착하기도 하지. 나도 학생같은 아들 있음 참 좋겠다 그래."
태형은 대답 대신 웃음을 짓곤 밥을 한 술 떴다.
*
기사 아저씨가 태워준 차를 타고 학교를 향하던 참이였다.
태형의 눈에 새 학교는 무척 근사했다. 운동장에선 경비원이 빗자루로 흩어진 꽃잎들을 그러모으는 모습과,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학생들의 웃음소리에 내심 기대를 하긴 했었다.
"학교 다 왔어요, 학생."
"태워주셔서 감사드려요."

기사 아저씨께 웃음을 짓고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오늘 처음 만난 기사 아저씨와의 관계에서 첫 단추는 잘 꿰어진 것 같았다. 어디까지나 태형의 생각이였지만 나름 만족감이 들었다.
학교 내부의 공기는 굉장히 어수선했다.
학기 초가 아니었기에 이미 무리지어 다니는 학생들이 많았고,
그 무엇도 신경쓰지 않은 채 공부에만 열중하는 학생들도 여럿이였다.
태형이 교무실에 들어가기 전, 바로 옆 반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 야! 오늘 뭐 전학생 비슷한거 온다드라. "
" 전학생 비슷한건 뭐여. "
" 몰라 걍 남자애 한명 온댄다. "
" 그럼 전학생 맞잖아 씨발럼아ㅋㅋㅋㅋ "
" 잘생겼대냐? "
" 몰라 개새끼야. "
문득 고개를 올리자 1-7이라 적인 선명한 글씨가 눈에 띄었다.
어렴풋이 선생님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반을 기억해내니
1-7. 7반이라고 들었던 것 같다.
피식 하며 웃음이 입의 틈으로 빠져나갔다. 아이들이 참 밝기도 하네.
태형은 교무실을 들릴까 하다 곧바로 반 안으로 들어갔다.

" 여기 7반 맞죠? "
.
.
태형의 말을 끝으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맞는가보네. "
태형의 발소리를 제외하곤 여전히 미세한 소리조차 없었다.
태형이 비어있던 맨 뒷자리에 앉았다. 그와 동시에 주변은 작게 소곤거리는 소리로 가득찼다.
한참 뒤 태형이 앉아서 졸고 있을 때쯤 한 여학생이 태형의 곁으로 다가갔다.
" 안녕~ 전학생 맞아? "
아까 전 분명 해맑은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좋게 다지자며 결심했던 것과 달리 첫 표정은 웃음관 거리가 멀었다.
갑자기 방해받은 혼자만의 시간이 꽤나 불폈했을 뿐더러 한참 졸고 있던 태형을 깨워버린 그 아이에게 잠시 시선이 맺혔다.

"..어."
전학생이 맞냐는 질문에 짧게 대답을 마친 뒤 다시 허공으로 시선을 옮겼다.
" 사실 오늘 너 처음 보고 되게 놀랐잖아, 나. "
" ..아. "
" .. 왜 놀랐는지 안 물어봐? "
궁금하지가 않거든요.
" 아..미안 좀 졸아서. 정신이 몽롱하네. "
" 흠.. 그럼 넌 이름이 뭐야?? 중학교는? 어디서 왔어? 전학오기 전 학교는 어디였어? "
여전히 시선은 허공에 맺혀있었다.
별 반응이 없자 흥미를 빼앗겼는지 그 아이는 조용히 자리만을 지켰다.
사실, 남몰래 한숨을 내쉰 태형이였다.
문득 생각난 아버지의 당부에, 어젯밤의 결심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그 아이에게 눈을 맞추었다. 한참동안 태형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여자아이는 화들짝 놀라며 보고 있지 않았다는 듯, 다른 곳을 향해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에 다시금 결심을 하게 된 태형이였다.
"우선.."
"내 이름은 김태형이야."
*
아침부터 학교는 떠들썩했다.
한참을 돌고돌아 지민의 귀에 머문 소문은 오늘 새로운 남자 아이가 이 학교로 전학을 온다는 사실이였다.

" 뭐야. 그런 것 때문에 아침부터 시끄러웠던 거였어? "
" 지민아. 그런 것 때문이라니. 너는 뭐, 기대되지 않니♡ "
" 난 또 뭐라고. 어차피 남자애 아니야? 뭘 또 그리 기대해? "
" 어?? 박지민 여자라면 기대했다 이말이냐?? "
" 아니ㅋㅋㅋㅋㅋ "
친구들에게 항상 살가워 인기가 많은 지민은 전학생에 대한 짧은 대화를 뒤로 한 채 자세를 고쳐잡았다. 남자애라 했지. 관심이 없진 않았지만 그 아이에 대해 기대한 건 아니였다. 그 아이를 상상하며 수업 내용을 필기하던 무렵에 앞문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 7반 맞죠? "
.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아이를 보자마자 지민마저 잡고 있던 볼펜을 내려놓은 채 잠시 그 아이에게 집중했다. 눈매가 가늘고 큰 눈이 안경 사이로 비쳤다.
" 맞는가 보네. "
한 번 싱긋 웃음을 보이곤 천천히 교실을 가로질러 비어있던 맨 뒷자리, 그러니까 지민의 옆자리에 털썩 하곤 앉았다. 휘청거리던 책상이 잦아들자 그 아이는 가방을 내려놓고 느슨히 앉으며 책상에 엎드렸다.
문득 궁금해졌다. 얘는 무슨 생각으로 오자마자 졸기 시작할까.
어찌됐든 첫 인상으로 따지자면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니까..그러니까
조심하는게 낫겠다, 싶었던 거다.
너무나도 형식적인 대화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그 남자아이, 우리들 사이에서.
" 나는 @@고등학교에서 전학왔어."
" 내 이름은 김태형이야. "
" ..잘 부탁할게 얘들아.^ㅁ^ "

발음을 흐리며 웅얼웅얼 자기 소개를 끝내고
아주 약간 바보같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마치 만화에서 본 듯한 짧은 인사를 마쳤다.
" 태형이는 선천적으로 몸이 좀 약해 얘들아. 너무 무리한 장난 치지 말고, 웬만해선 태형이 몸 쓰는 일 만들지 말고. 이곳은 처음이니까 잘 대해주렴. "
그렇게 다시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지민의 곁으로 돌아왔다.
꾸벅, 허리를 숙이며 선생님께 인사한 뒤 자리에 앉는 태형이였다.
분명 첫 인상은 반에 한명 쯤은 꼭 존재하는 신비로운 날라리. 그래서 지민의 경계대상 1호로서 자리잡은 그런 아이였는데
인사를 나누는 표정과 해맑은 웃음은 그저 태형을 쓸데없이 잘 웃고 다니는 친구, 마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믿는것처럼 여기저기 칠칠맞게 웃음이나 흘리고 다니는 그런 아이의 이미지로 한순간 변하도록 만들었다. 물론 가끔 보이는 웃음들이 어이없을 정도로 가식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지민은 약간 서운한 것도 같았다. 그럴거면 아까 나한테도 저렇게 인사해주지. 싱거운 생각들로 한참동안 머리를 채우던 참에 옆에서 꽤 큰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태형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 안녕!! "
" 으으에?? 안녕!! "
" ㅇ..어? "
뭐야? 나한테 한 인사인가?
지민은 태형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 ㅇㅓ!! 맞아 너. 너말야 너. "
또 웃는다. 얼굴 가득 웃음을 띄운 채로 지민에게 말을 건다.
" 만나서 반가워!!! 이름이 뭐야?? "
만나서 반갑다는 말은 거짓말 같은데.. 가끔씩 태형의 얼굴에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가 궁금하긴 했지만 궁금증을 다 해소할만큼의 여유는 없을 만큼 태형의 질문은 계속해서 지민에게 투척되었다.
점점 그 질문들이 익숙해질때쯤 지민도 점차 그에 대해 순응했다.
" 내 이름은..들었겠지만!! 김태형이라구 해!! "
" 잘 지내보자 지민아!! "

" ...어.. "
뭐지? 갑작스럽게 가슴이 뛰었다. 이성이 아닌 동성인 사람에게 가슴이 뛴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지민에게 네모난 웃음을 짓고 있는 이 남자아이가 지민을 두근거리게 했다는 거다.
아니야. 설마. 내가 얘한테서 왜?
친해지고 싶은가보지. 그냥 친해지고 싶어서 말걸었나보지. 박지민. 나 왜 이러냐. 평소처럼 하자. 평소처럼.
.
.
아닌가?
사실..좀 귀엽긴 하다.
친구로서 귀여운거지..그치? 맞지?
..나 지금 뭐하냐..
이야 어렵게 완성한 거의 첫 화네요.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고! 제대로 연재하게 되는 경험은 없었어서
잘 모르지만 그냥 이정도면 잘..한걸까요?
다음부턴 미리미리 써놓고 여유있게 작성해야겠어요.. 뒤로 갈수록 빨리 글 올리고 싶다!! 이 생각밖게 안들어서 또다시 허겁지겁 작성했는..데..흠..
많이 부족한 필력에 헷갈리는 부분들 많이 생기더라도 잘 봐주세여♡
*이 글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 태형, 지민 이렇게 이름으로 설명이 되지만, 가끔가다 바로 위에 지민의 심정을 혼잣말로 나타낸것처럼 표현이 될 수 있어영 꼭 기억해쥬세영
이해 안되거나 부족한 부분 있음 꼭 말해주셔야 합니다!! 그럼 다음 화에 더 많은 설명을 추가해서 쉽게 풀어나갈게요!
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ㅇㄹ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