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오늘은 오빠 언제 오려나"
한국 대학병원1인실에5개월째 내원하고 있다는 서여주.이 병원 안에서는 꽤 유명하다.그럴 만도 한 게 대한민국의 최고의 병원인 한국 대학병원의1인실.절대 만만하지 못한 병원비를5개월 동안이나 감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또,이 사람을 보고 이 사람에게 안 빠진 사람은 없다는
병실 밖 서여주 병실을 담당하는 주치의와 간호사들의 입에 쉴 새 없이 오르내리는 사람‘서여주 보호자'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여주를 찾아보는 저 복도 끝에서부터 활짝 웃으며 양손 가득 맛있는 음식을 들고 오는 저 남자.훤칠한 키와 잘 생긴 얼굴,저 넓은 어깨를 가지고 있으니 길을 지날 때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느껴지는 건 일상이고,여주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맞춰주는 착하디착한 서여주의 오빠

“서여주 오빠 왔다"
“오 나 오늘 족발 땡기는 건 어떻게 알았대?”
"네가 하도 족발 먹고 싶다 텔레파시를 보내는데 어떻게 몰라"
이런 시시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서로서로 의지해가는 둘이다.
족발을 뜯고,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물어본다
“오빠 근데 왜 나 진짜 퇴원이 안 된다는 걸까"
이 질문을 거의 매일 묻는 서여주에 이제는 생각도 안 하고 대답을 줄줄 말해내는 김석진
“혹시 몰라서 그러는 거 아닐까?괜찮아 한 달만 지나면 이제 퇴원하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이렇게 둘은 다 못 먹을 것 같은 음식들을 먹어가며,이야기했다.
“오빠 근데 우리 매일 이야기하는데 할 말이 계속 생기는 게 너무 신기해 그치"
“그러게.근데 더 신기한 건 뭔지 알아?”
“뭔데?”

“난 네 이야기만 들었어.난 아무 말도 안했어ㅋㅋㅋㅋ"
“뭐래ㅋㅋㅋㅋㅋㅋ.아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ㅋㅋ 맞다니까?”
항상 그랬다 김석진은 여주의 이야기를 항상 들어주었다.여주의 이야기가 항상 먼저였고,여주의 슬픔과 고통을 없애주는 게 항상 저보다 우선이었다.그게 김석진이 여주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많던 음식들을 다 먹고는 배 터지겠다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짓고 있는 서여주와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온 김석진 이 둘은 매우 익숙한 듯 딱 달라붙어 침대에 나란히 앉아 과일을 깎아 먹는다.
슬슬 잘 준비를 하고 김석진이 병실 불을 끄자 이불에서 얼굴 반쯤 내놓고 말하는 서여주.
“오빠 근데 나 오늘 촉이 안 좋아"

“왜..또 그 꿈 때문에???
“응.오늘 그 꿈 꿀 것 같은데"
“아냐 내가 옆에 있으니까 일단 자고,힘들면 내가 중간에 깨울게"
여주는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한다.그럴 때마다 항상 석진이는 밤을 새우며 여주를 돌봤고.처음에 병원에서 상담도 받아보고 다 해봤는데 그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하...하아"
여주 얼굴에 식은땀이 흘러내리고,괴로운듯한 여주의 소리.
“가지...마..가지..마"
여주가 손을 뻗어 가지 말아 달라고 애원을 했다. ‘제발 누가 날 좀 살려줘..'하지만 뒤돌아 떠나는 사람은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계속 멀어져만 갔다.애처롭게 뻗은 여주의 손엔 붉은 액체가 흘러내려 아파 보였고,그 아픈 여주에게서 멀어지는 두 남자의 허리에 칼이 차있었다.그리고 그 뒤로 떨어지는 피 묻은 손수건.피비린내가 넘쳐나는 그곳에서 여주는 혼자 버려졌다.
“여주야 괜찮아???”
누군가 여주의 몸을 흔들었고,눈을 떠보니 보이는 건 김석진.여주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주며 걱정한다.
“괜찮아?”
“오빠 근데 나 진짜 칼 맞은 적 없어?”

“무슨 소리야 없다니까..”
“하......”
그렇게 여주는 그날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이런 꿈을
꾸게 된 지 벌써5개월 그 꿈은 꿀 때마다 참혹했다.매번 맡는 비릿한 향과 아파 죽을 것 같은 고통.그리고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그 마음이 여주를 괴롭게 했고.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엄마 어디 가?”
“엄마 여주 좋아하는 비눗방울 사 올게 여기 꼼짝 말고 있어"
그 한마디를 끝으로 엄마는 뛰어갔고,끝내 돌아오지 않았다.이게 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내가 싫어 도망가는 엄마의 모습.난 엄마를 기다렸다.혹시나‘엄마-‘를 부르면 엄마가 올까 봐.엄마가 빨리 오기를 바라며 엄마라는 그 단어를 난 그 자리에서 수백 아니 수천 번을 외쳤다.그 어린애 목소리가 다 갈라져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할 정도로.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내 머리 위에 있던 해는 저 수평선으로 점점 내려갔고,배도 고프고 춥고,졸렸다.얼마나 서있었는지 다리는 부어 움직일 수 없었고 쉴 새 없이 내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목소리도 나오지 않았지만 계속 엄마를 불러댔다.
그런 날 사람들은 빤히 쳐다보았다.아니 쳐다보기만 했다.말을 건다거나,도와주려 하거나 하지 않았다.그냥 구경거리처럼 날 보았다.그리고 내가 쓰러질 즈음에 날 도와준 사람은 김석진.가족과 같이 온 김석진은 서글프게 우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고, ‘잠시만 기다려'라는 말을 하고는 부모님을 데리고 와 날 도와줬다.그의 부모님은 날 거두어 친딸처럼 대해줬고,나도 친부모라고 생각하며 자랐다.그래서 그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너무나 슬펐고,김석진이 얼마나 슬플지 알기에 옆에 꼭 붙어있었다.부모가 떠났을 때 혼자라는 건 정말 상상할 수도 없이 처참하니까…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건 더 아픈 사람이라고 했다.아프지 않은 사람은 아픈 사람을 볼 수 없다.그 사람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지 차마 상상할 수도 없다.반면 더 아픈 사람은 자신이 알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얼마나 아플지 알기 때문에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다.마치 여주가 김석진을 이해하고 곁에 있어준 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