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속의 우리
- 가을
쌀쌀하고 공허한 공기 때문에 느껴지는 외로움이,
내게 불안한 신호를 안겨주었다.
누군가 툭하고 건드리면 울어버릴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이상했다.
정확하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소용돌이 같은 감정.
'집앞으로 나와. 할 얘기 있어.'
눈물로 가려져 흐린 시야에는 백현이의 문자만 보였다.
2주째 조용하던 백현이와의 연락이 다시 틔였다.
제발, 내가 생각하는 그 얘기가 아니길 바라.
우리 그냥 조금 다툰 거잖아. 그치?
그냥... 조금 다퉜고 오늘 만나면 또 화해하고 사랑할 거잖아.
...
가을이어서 그런거라고, 다시 돌아올거라고
나를 내가 달래보아도 달래지지가 않는다.
좀처럼 기분이 괜찮아지지도, 불안이 가시지도 않는다.
집앞으로 나가보니 흐릿한 미소를
띄고 있는 백현이의 모습이 보였다.
가을이라고 코트를 챙겨 입은 모습이
밉지만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 왔네."
하지만 네 눈엔 내가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는건지
오늘은 나를 보자마자 안아주지도,
예쁘게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한번만 봐주라며 애교를 떨지 않는다.
'오늘은.' 이 말이 참 무섭다.
변한 거잖아, 사람이.
"응. 할 얘기가 뭐야?"
태연하게 말을 꺼내도 마음 속에서는
불안함과 슬픔이 깊게도 느껴졌다.
오늘은 정말 다르다, 백현이가.
입술을 몇번이나 깨물며 땅바닥만 보고 있는
백현이는 말을 하기 어려워보였다.
그냥 말해주라, 미안하다고.
그 한마디면 돼. 응?
"그냥 본론만 말할게."
...
"우리 헤어지자."
"뭐라고?"
1초 전까지만 해도 사과를 생각한 내가 참 바보 같다.
'헤어지자.'
백현이의 그 말에는 많은 감정들이 담겨져 있었다.
"헤어지자, 여주야."
불안했던 마음을 내가
달래보아도 달래지지 않은 이유가 다 있었다.
뭔가 다른 오늘의 공기를 모른척 하지 말았어야 했다.
...
몇초 간의 정적이 너무나 길게도 느껴졌다.
그 몇초 간의 정적동안 가슴이 찢어지게도 아파왔다.
입은 열어지지조차 않았다.

"미안해. 여주야."
"미안하다고?"
"생각할 시간도 많이 가져 봤고, 그랬는데."
"그냥... 나만 널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란 말이야.
말이 안 나왔다. 머리만 지끈거릴 뿐.
"
"그냥 항상 나만 너한테 표현하고 너는 아닌 거 같아.
내가 널 좋아하는 만큼 너는 날 좋아하지 않는 거 같아."
"그게... 아니야."
생각해보니 오늘도 2주전 싸웠던 이유로 다투고 있다.
다투고 있다가 맞아? 아니야. 우리 헤어지고 있어.
오해라고, 그냥 너만 그렇게 느끼는 거라고 말을 해야하는데.
말이 안 나왔다. 백현이의 말대로 표현이 안됐다.
"봐, 말이 또 없잖아."
"표현을 안해. 너는."
덤덤해보였던 백현이의 표정은 점점 변했고
잘 보여주지 않았던 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주야, 난 사실 지금도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가끔은 네가 날 사랑하고 있기는 한가 싶다?"
"어쩌면 너는 너까지 속이고 있는 것 같아.
너보고 있으면 슬퍼져 여주야."
"
그게 아닌데, 백현이의 말에는 틀린 말과
오해투성이가 가득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벙어리가 된듯 생각한게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표현하지 못했던것은 또 사실이라 그런지
가슴이 더 쓰라렸고 죄책감과 미안함에 어찌할빠를 모르겠다.
"미안해, 백현아."
"
"헤어지자는거지?"
"네가 원한다면."
네가 진짜 원한다면.
진짜 원한다면 말이야.
"... 갈게. 고마웠어."
나는 '오늘도' 너에게 표현을 못했고,
너는 '오늘은' 나를 사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쌀쌀한 가을, 우리는 달랐다.
우리는 헤어졌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써서
미숙한점 양해 부탁드리고 재밌게 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