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막무가내는 처음이지

올림픽 보면 쓰고 싶어지는 단편 시리즈 (1)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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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팀으로 배드민턴 치는 두 남녀의 관계성




























"네, 우리 혼합 복식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앞서서 들어오고 있는 선수,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박지민 선수죠."

"지난 세계 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고, 올림픽 출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어서 들어오는 김여주 선수도 올림픽 출전이 처음이긴 마찬가지입니다."

*혼합 복식: 남녀 각각 한 명씩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시합하는 경기.


열기가 가득한 체육관. 여러 코트 중에서도 가장 중앙에 있는 곳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상대편의 선수들과 마주 보고 하는 간단한 인사를 마쳤다. 곧바로 각자의 라켓을 챙기는 두 사람이었다.

해설 위원들의 중계는 한창이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지 얼마 정도 됐죠-?"

"지난번 세계 선수권부터 였으니,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하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 실력이 굉장히 출중하던데요."

"그렇습니다. 이번 올림픽, 메달을 노려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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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컨디션 어때."

"괜찮아. 너는."


나도 뭐, 괜찮아. 손목 풀고 있던 여주는, 지민이가 생수병을 내려놓는 걸 확인하고서는 그를 향해 주먹을 말아 쥐었다. 화이팅의 의미에서. 지민 역시 주먹으로 그런 여주의 손을 툭, 치더니 코트 안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이었다.

몇 분 정도 반대편에서 콕을 주고 받으며 몸 푸는 시간을 가지다, 심판의 신호가 보이자 같은 편에 서는 두 사람. 첫 경기 서브의 기회는 상대편에게 갔다.

마침내 셔틀콕이 네트 너머로 넘어오자, 맞받아치며 꽤나 긴 랠리를 이어가는 두 팀. 첫 판부터 두 팀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이 굉장했다.

마침내 지민의 스매싱으로 따낸 1점. 다시금 주먹을 맞부딪힌 두 사람은 순간의 기쁨도 잠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고서 경기를 이어 나갔다.








···








어느덧 두 세트가 끝난 상태. 1세트는 이겼지만, 2세트의 점수는 상대편에게 넘겨주게 된 두 사람. 3세트를 이겨야 하는 상황에, 두 사람은 코트 밖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코치의 말을 듣고 있는 중.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은 상대편에, 예상했던 것보다 큰 에너지를 소모한 건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제 가방에서 홍삼정 스틱 하나 꺼내드는 여주···. 그대로 포장지 뜯더니 쫍쫍 빨아 먹는다. 그럼 옆에서 보고 있던 지민이 한 마디 거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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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거는."

"···없는데. 이거라도?"


급기야 자신이 물고 있던 걸 내미는 여주. 먼저 어이없다는 듯이 웃은 쪽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코치였음을. 아, 왜 웃어요 코치님.

지치는 와중에, 여주 덕에 그래도 제법 활기를 찾은 분위기. 지쳐서 말도 못 하고 있던 지민이는 수건으로 땀 닦아내고 있는데··· 여전히 제 앞에서 이거라도 먹으라며 부추기는 여주에 그대로 고개만 가까이해서 스틱 물었다.

물고서 동그란 눈으로 여주 쳐다보면··· 태연하게 꾹꾹 짜서 지민이가 먹을 수 있도록 해주는 여주였지. ···뭐가 이상한 건지 전혀 모르는 두 사람.







···







그렇게 또 시작된 3세트. 이 판을 이기는 팀이, 32강 진출. 고지는 비록 멀었지만 최선은 다 하자는 마음에서 눈에 불을 켜고 자세를 잡는 두 사람이었다.


시간이 좀 지났을까. 상대팀과 두 사람이 11:5로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 상대편 코치는 소리 지르고 박수 치며 기분 좋음을 표출하는 중. 하지만 이 상황에 두 사람이 생각하지. 끝이 어떻게 될 줄 알고.

괜히 그 코치의 반응에 동기 부여된 두 사람은 급기야 점수를 따라잡았다. 16:16이 되어버린 것. 분위기를 잡은 두 사람은 이 기세를 몰고 결국에는···
21점을 먼저 냈다.

32강 진출 확정.



···



"우리 선수들···! 32강에 진출합니다."

"마지막에 김여주 선수가 큰 활약을 했군요.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해낼 줄 알았어요. 두 선수의 합이 무엇보다도 좋았네요."




···












길게만 느껴졌던 이 경기를 결국에는 끝마친 두 사람. 하지만 마지막에, 서브를 받던 여주가 스매시를 날리며 뛰다가 발목이 삐끗한 모양인지 주저 앉게 됐다. 물론 그로 인해 경기를 이기며 끝이 나긴 했지만, 작은 부상이 생겨버린 것.

경기의 끝을 알리는 심판의 손짓에, 라켓을 코트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지민이 여주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생색은···. 그냥 파스 하나만 붙이면 될 것 같은데."


코치 옆에 서있던 한 사람은 구급 상자로 추정되는 무언가를 들고 여주에게 왔다. 옆에서 따라오던 코치의 몸 사렸어야지, 잔소리는 덤.




"그냥 살짝 삐끗한 건데, 거 참 너무 뭐라 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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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살짝이 아닌데."



여주의 붉게 달아오른 발목을 가만 보던 지민은 제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했다. 한편, 아무 말 없이 부어 오른 발목에 스프레이식 파스를 뿌려주고 있는 외국인. 복장을 보아하니 경기장 밖에서 상시 대기하고 있는 의료진인 듯 했다.


"음... 땡큐."


됐다는 듯이 구급 상자를 들고 일어난 그는 유유히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경기 중인 다른 코트로 가는 듯 했다. 간단하게 만인의 공용어로 감사 인사를 전한 여주는 지민이 내민 손잡고 일어났고.



"걸을 수 있겠어?"

"···나 그렇게 심하게 다친 거 아니라니까."


당연히 걸을 수 있지. 내 다리 멀쩡하다. 지민이 손 놓치고 라켓을 든 여주는 코트 밖으로 가서 제 가방에 넣었다. 식당 가자, 배고프당.








···











저녁 식사까지 끝마친 두 사람. 식당에서 코치로부터 내일 경기 일정에 대해 설명 듣고선 오늘 수고했다는 말까지 듣고 나서야 선수 전용 숙소로 접어들었다. 큰 리조트 식으로 생긴 숙소였는데, 여자 남자 따로 구분되어 있으니까 둘은 갈라져야 되는 상황.


"조심히 들어가. 잘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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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렇게 끝?"


난데없이 이런 말을 하는 지민이에, 숙소에 들어가려다 말고 뒤 돈 여주의 얼굴에는 물음표가 가득. 뭘 더 해야 하나?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름의 변명 시전하려 하면, 그것조차 칼 차단 해버리는 여주. 코치 님 말 못 들었어? 우리 내일 아침 경기니까 빨랑 들어가서 자. 휘휘, 가라는 듯이 손을 휘젓자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지민이었다.

대답은 해놓고, 지민이 막상 발걸음 한 자국도 안 떼니까 여주 의아해서 물어본다. 언제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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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들어가는 건 보고 가야지."



그래, 알았어. 지민을 향해 손 흔들어주며 뒤로 걸어가니까, 그 와중에 여주 또 넘어질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지민. 앞 보고 걸어, 그러다 자빠져.

걱정 하니까 여주는 자긴 안 넘어진다면서 뭐래나. 자긴 가고 있으니까 너나 얼른 가라고 지민을 재촉했다. 

지금은 한창 고요한 분위기. 리조트 입구에서 서성이고 있는 두 사람이다. 식사를 다른 선수들보다 일찍 한 두 사람이라, 다들 식당에 있을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욱이 서로의 목소리가 잘 들렸지.



"야- 너 안 가?"

"네가 아직 안 들어갔잖아."

"들어가고 있는데?"



잔 말 말고 빨리 들어가. 안 들어가면 내가 들어간다. 큰 목소리로 외치니까, 멀찍이 서있던 여주가 내심 궁금한 모양인지 재차 물었다. 어딜? 여기를? 

어차피 못할 거면서. 쿡쿡, 여주가 웃자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 젖혀 덩달아 웃는 지민. 내가 진짜 못할 줄 아나 본데.



"너 여기 들어오면, 다른 선수들한테···"



제법 멀리 서있던 두 사람. 저만치 멀리서 갑작스레 가까워지는 지민이에, 여주가 당황했다. 어라, 설마 여길 진짜 들어온다고? 당황하는 새에 어느덧 여자 숙소 입구에 발을 들인 지민이었다.


"···너 미쳤어?ㅋㅋㅋ"

"아니."

"···미쳤네. 야, 일로 와."


그때 갑자기 들리는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선수들의 목소리에, 여주는 지금 내보냈다간 마주칠지도 모른다 싶었지. 다급하게 지민이 손 잡은 여주는 1층에 있는 제 숙소로 이끌었다.








···







쾅. 문 닫은 여주가 후, 길게 숨 한 번 내쉬었다. 그대로 지민에게 전해지는 잔소리 폭격은 덤. 여길 왜 들어오는데...



"못 들어올 줄 알았지."

"···어."


여주 반응 보더니 막 웃는데··· 여주는 웃지 못한다. 대책이 있긴 있는 거니. 너 어떻게 나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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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여기서 눌어붙을까."

"···아까 셔틀콕에 머리 맞았어? 왜 이래."


절대 안 돼. 조금 있으면 언니들 온다고. 이러니까, 지민이 묻는다. 무슨 언니들? ···당연히 같은 배드민턴 선수 언니들이지.

아쉽다며 침대에 주저앉는데, 세 개의 침대가 있는데 거기가 또 내 침대인 건 어떻게 알고 정말 눌어붙기 시전하는 그.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아있는 상태.



"···나 씻을 거야, 나가."

"아 그래, 나도 씻어야 하는데."


말은 하면서 왜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안 하시는데요... 속으로 대충 욕짓거리를 남발한 여주가 이번에는 실행으로 옮겼다. 다짜고짜 지민에게 다가가 그의 양 팔을 붙들어잡은 것. 그리곤 마구잡이로 잡아 당겼다.


"일어나라···!!"

"맨날천날을 노력해봐라. 그게 되는지."

"그냥 복도 나가서 소리칠까? 웬 사내가 여자 숙소에 있다고."



그래야 일어날래? 칼같은 눈빛으로 지민을 쏘아보던 여주. 어차피 못 할 거면서,라며 푸스스- 바람 빠지듯 웃는 지민의 태도에 한참 동안을 더 지민이만 보다가 결심했다는 듯이 현관 쪽으로 발걸음 옮겼다. 

마침내 현관에 다다라서 문 손잡이를 잡아 내리려는 여주인데···
곧 뒤따라 오는 누군가로 인해 뒤돌게 되고 말았음을.



"···!?"

자기와는 비교도 안 되게 센 힘에, 아무 저항도 못하고 뒤돌아서 현관문을 등지고 기대어 서게 된 여주는 토끼 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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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대로 은퇴하기 싫은데."


비밀로 해줘, 곧 나갈 거니까. 서로가 닿을 만한 코 앞의 거리에서 나지막이 속삭인 지민이는 한동안 여주를 바라봤다. 그러는 동안 둘의 사이에는 전과는 다른 묘한 분위기가 오고 갔다. 여주의 마음도 마찬가지로 전과는 달라지기 시작했고.



































두 사람 관계성 저도 참 궁금한 부분,,,⋆。˚ ☁︎ ˚。⋆。 
네, 이상 올림픽과 방학을 함께 보내는 중인 저의 과몰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