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막무가내는 처음이지

·꿈의 연인 04 [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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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연인 04


🍈Day 1 - HONNE


















"하하...네?"

유죄는 유죄인 거고, 반칙은 반칙인 거고. 무튼 내가 예상했던 반응과는... 거리가 먼 이 남자의 리액션에 흠칫했다. 계속해서 헛웃음을 남발하고 있으면, 이때 마침 나오는 음식들. 코스 요리를 시킨 건지, 끝도 없이 탁자 위에 진열되는 접시들에 이제는 더 이상 헛웃음이 아닌 진실된 웃음이 나오고.


"ㅇ, 우와! 맛있겠네요. 잘 먹겠습니다-."

다른 말 들려오기 전에, 내가 먼저 말했다. 수저도 먼저 들고. 그 이후로 괜히 얼굴 화끈거려서 애꿎은 앞접시만 붙잡은 채 고개 떨군 채로 있는데, 이 남자 시선 다 느껴지는 거 있지...

응... 웃으면서 나 보고 있는 것 같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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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를 저녁 식사가 꽤 일찍 마무리되었을까. 건물 밖으로 나온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 있다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아, 오늘..."

"괜찮으면,"

하필이면 동시에. 아... 뭐야, 더 어색해지려 그래.

"먼저... 말씀하세여..."

먼저 말하라는 듯한 손짓도 동시해 해버렸지만, 내가 말은 먼저 했기에_ 우물쭈물하다 결국 입을 여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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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처 바에서 술 한 잔 어때요."



네? 어익쿠. 입 밖으로 나가버린 소리.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란 걸 알았다는 듯 여유롭게 웃으며 티켓···같이 보이는 종이 두 장을 보여주는 그.


"코스 요리 주문하니까 이걸 주더라고."

작게 쓰여진 알파벳 글씨를 대충 해석해보면... 대충 요 근처의 바 이용권인 듯 했다. 그래. 이유 없이 이렇게 물어볼 리가 없지.


"어···."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도 돼요."

아니, 이렇게 제안이 왔는데 거절을 어떻게 해요. 정말. 제가 원래 바쁜 사람이지만, 당신이니까 그 제안 받아드리죠. 속으로 혼자서 좋아하며 그의 손에 쥐여진 티켓 하나를 조심스레 빼들었다.

"여기는··· 이 근처에요?"

언제 당황한 태도였냐는 듯, 태연하게 티켓 하나 들고서 앞장서라는 여주 모습에 지민이 퍽 웃기지. 어제오늘 사이에 되게 많은 부분을 알아가는 걸 자기도 느끼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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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안 걸려요. 걸어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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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로 통하는 허름한 비탈진 계단이 눈앞에 펼쳐졌다. 오... 여길 내려갔다간, 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할 것만 같았는데 이 와중에 앞장서서 내 손 잡아주는 매너남.

"어... 감사합니다."

그렇게 조심스레 계단 한 칸 한 칸을 딛자 마침내 보이는 빈티지한 회색빛 철문. 어... 그냥 내가 아는 술집치고는 무서운 기운이 스멀스멀 느껴지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앞에서 문을 열어주는 그에 하는 수 없이 발을 들였다.





"어…?"

생각한 내부와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달랐다. 내가 생각한 이곳은... 허름하고, 낡은 천장과 벽, 그리고 마치 곰팡이 냄새가 풍겨올 법 했는데. 레스토랑과 마찬가지로 중세 시대의 궁전을 보는 듯한 인테리어에 충격(좋은 의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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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는 어디가 좋아요?"

곰팡이는 무슨. 먼지 한 톨조차 찾아보기 힘든 곳이잖아? 주변에 보이는 사람들 마저도 귀티 좔좔 흐르며 우아하게 술 한 잔 하시는 중.

"어... 아무데나 괜찮아요."


고개 한 번 끄덕인 이 남자는 나를 이끌고 창가쪽 자리로 향했다. 의자 빼주는 것까지 잊지 않은 그는, 나를 앉힌 후에야 제 자리에 앉았고. 직원을 부르는가 싶더니 주문도 알아서 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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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기 혹시,"

"택시··· 잡혀요?"


"택시? 타고 가려고?"

"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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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굳이. 내가 데려다줄게요."


···으응. 이 남자 은근 나한테 들이대는 것 같다니까. 응 뭐 나쁘진 않네. 좋아여.그렇게 속으로 안도 아닌 안도하고 있으면... 머지 않아 테이블에 놓이는 두 잔의 푸른 빛 칵테일. 파워에이드 생각 나는 비주얼. 습관적으로 코 먼저 갖다대자, 알싸하게 풍겨오는 알코올 향에 절로 미소지었다. 프랑스에서의 첫 술이라니.

처음보는 생소한 비주얼에 내가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는 도중에, 이미 한 모금 마신 그가 잔을 다시 내려놓는다.

"어때요? 맛 괜찮아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인 그에 한 번 마셔볼까 싶어 입을 가져다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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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네.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맛이냐면... 과일 소주? 그래, 약간 달달한 향이 오묘하게 담겨있는 데다가... 또 칵테일 특유의 적당한 순한 도수. 취하는 줄 모르면서 취할 것 같다. 엥, 잠깐만.

"그쪽 술 마시면 나 못 데려다주잖아요."

"그래서 한 모금만 마신 건데."

"아, 그럼 이제 안 마셔요?"

"마셔야 되나?"

어허. 절 데려다주기로 한 분이 그러시면 안 되죠. 음주운전으로 나까지 경찰서 끌려갈 일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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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내가 한 잔을 거의 비워갈 때 즈음,

"이거 이름... 뭐예요?"

"왜요. 사 마시려고?"

"네에-"

사람 정신 못 차릴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조금은... 아닌 취기가 적당히 올라온 지금. 사람 기분만 좋을 정도로 마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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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마시려고."

"그야... 당연히 나 혼자서!"



"내가 있는데 왜 혼자 마셔요."

여기서 마실 때는 나 불러요. 턱을 괴며 고개를 가까이 하더니 말 덧붙인 그. 뭔데! 나한테 왜 자꾸 이래! 나 괜히 혼자서 이상한 생각한다고!

"뭐야... 그럼 이 칵테일 이름은 안 가르쳐줘요···?"

푸우... 빈 잔만 손가락으로 가볍게 툭툭 치고 있으면, 이거 마시고 싶을 때는 자기 부르랜다. 치이, 어떻게 매번 불러. 나 여기 맨날 올 수도 있는데. 지인짜 귀찮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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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 몽롱해져가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들고, 아 이제는 가야겠다 싶어 일어나자고 말하려는데... 글쎄, 먼저 말을 걸어오는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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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네에?"

갑자기...? 에이, 내가 마음에 든 거면 그냥 직설적으로 마음에 들었다고 하던가. 은근슬쩍 간 보는 거야 뭐야...

"그럴 리가여... 전 어제 그쪽 처음 ㅂ..."

안 그래도 멀진 않던 거리에 있던 우리 둘인데, 이때 싶어 나에게 얼굴을 더 가까이 한 그가 내 턱 끝에 제 손을 받친다.

"···!?"

덕분에 술 다 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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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본 것 같은데.를 작게 중얼거리던 그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한다. 과장 안 보태고 진짜 내 얼굴 뚫릴 정도로. 그래, 나도 어제 그쪽 봤을 때 낯이 익긴 했어, 했는데...


"기억 났다."

능글맞은 미소 띤 그가, 여전히 손은 내 턱을 받친 채로 제 자신에게 나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무슨 손가락 힘이 이렇게 센지, 속수무책.

그래, 어디 한 번 말해봐요. 나도 궁금하다. 우리 어디서 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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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나 좋다고 졸졸 따라다녔었던가. 10년 전에."




지금 기억해낸 이 상황에 만족한다는 듯, 살풋 미소 지어보인 지민은 당장이라도 여주한테 빠져들 기세. 여주도 지민을 한 번쯤 봤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지금은 눈만 꿈뻑거릴 뿐이다.










[망개망개씌 사담]

분량이 짧다 망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