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창회에서 국가대표를 만났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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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나한테만 준 거야?ㅋㅋㅋㅋ"
"응."
"버리면 안 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
웃으며 포스트잇을 지갑 안쪽으로 끼워넣고, 다시 가방 안으로 넣었다. 그러고 나니까··· 다시 할 말은 자연스레 사라지고. 괜히 옛 이야기를 더 꺼내야할 것 같은 마음에, 내가 먼저 입 열려 하는데
"아, 그때"
"연락···"
동시에 말해버려서 둘 다 당황. 서로 너 먼저 말해, 아니 너 먼저. 아니야 난 괜찮아, 너부터 말해.하며 차례를 떠넘기는 중. 그 덕에 공기가 더 어색해져버렸다. 그렇게 끝까지 서로에게 차례를 주다가, 서로 빵 터져서 웃고.

"우리 오늘 안에 말할 수 있긴 해?"
"아... 그러니까...ㅋㅋㅋㅋ"
뜸 들이던 지민은, 조심스레 자신이 먼저 말해보겠다고 했다. 침을 연이어 삼키나 싶더니, 겨우 입 여는데···
"연락 끊기게 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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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입학 당일. 입학식이 예정되어있다던 강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배정받은 1학년 7반. 7을 가리키고 있는 팻말이 꽂힌 줄에 서선, 분주해보이는 친구들을 둘러보는데, 헐 대박. 같은 반에 아는 애 한 명 있는 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 중3때 같은 반이었던... 내 친구. 너무 반가워서 격한 포옹에다가, 하마터면 뽀뽀까지 갈 뻔했다. 입학 첫날부터 이상한 소문 돌면 안 되니까 겨우 자제했고.
무튼 친구와 이것저것 이야기 나누고 있었을까... 시간 조금 지나니까 얼추 맞춰진 남녀 각각의 줄 대형. 교장쌤으로 추정되는 양복차림의 민머리 남성분이 단상 앞에 서자,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겨울방학 때 키가 좀 컸는지 맞췄던 교복이 조금 작아져서, 치마 길이가 조금 거슬리던 참이었는데··· 의자도 없이 맨바닥에 앉으라네.
할 수 없이 교복 마이 벗어서 무릎에 덮었다. 새 학기 맞아서 새로 산 가방을 무릎에 뒀는데, 교과서 다 챙겨와서 그런지 무릎 작살날 뻔했다. 이건 무리다 싶어 그냥 옆자리에 뒀는데, 어라? 같은 가방이 또 있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여자애의 가방에는 홀로그램 재질의 키링이 달렸다는 것. 그 가방의 주인인 친구도 눈치챘는지 내 가방이랑 제 가방을 번갈아 보더니, 내 눈 마주치고선 웃더라. 오··· ··· 웃는게 예쁘더라고. 그 친구랑 친해지고 싶은 욕구가 막막 치솟아오를 때가 그때부터였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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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쌤 훈화 말씀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자장가가 따로 없길래 같은 반에 누구 없나- 하고 둘러 보는데 바로 옆쪽에 남자 대형에···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그··· 중3 졸업 한 달전에, 축구부 있는 고등학교 입학하러 우리 반으로 전학 온. 박지민.

"······."
얼떨결에 눈이 마주쳤길래 그래도 인사는 해야할 것 같아서 손 들었는데, 피곤한 기색으로 매몰차게 고개를 돌리더라. 허공에서 멈춘 내 손은 자연스레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척하며 제자리로 내려왔고.
벌써 나 잊은 건가. 내가 그렇게 잘 챙겨줬는데? 왜인지 모를 서운함이 배로 몰려오면서... 푸우. 나도 모르게 절로 실망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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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우리가 다시 말을 걸기 시작한 건··· 특별한 때가 아니었다. 그냥 단지 수업을 하다보니 옆자리가 되고··· 서로 말을 트게 된 것. 심지어는 내가 먼저 말을 꺼낸 것도 아니고, 박지민이 먼저.

"나 교과서 없는데."
"······어?"
질문도 아니고, 그냥 일방적으로 들으라는 듯한 말투의 화법을 쓰는 경우가 많았다. 운동하는 애라서 성적에는 그닥 신경을 쓰지 않겠거니··· 생각했는데 다른 축구부 애들과는 달리 자기가 맡은 일은 열심히 하는 편이더라고.
과제 주면 나름대로 잘 해오고, 조금 날티나는 편이긴 해도 때로는 모범생 느낌 물씬 나는··· 여자애들이 티는 안 내지만 한 번쯤은 마음에 품어봤을 법한. 그 여자애들 중 내가 한 명이고.
우리는 남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했다. 그저 여사친 남사친 사이. 그냥 그렇게 장난 한 두번 치는 사이로 지내다가··· 이상하게 어느 순간부터인가 매 순간 얘와 함께하며 대화할 때마다 자꾸만 너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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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늦잠을 자버린 터라, 아침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평소에 즐겨먹던 화이트하임 하나 가방에 넣고 학교로 왔는데··· 마침 교실에 아무도 없길래 마음 놓으며 봉투 껍질 깠다. 오예- 달달구리한 거- 이러면서 한입 베어물었는데...

"김여주?"
"···?!"
세상 비밀스럽게 고개를 숙여서 야금야금 먹고 있었는데··· 그 꼴을 들켜버리다니. 와... 김여주 정말이지,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딱히 숨길만한 일이 아니긴 한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쪽팔린 기억으로 남아있다.
날 보더니 성큼성큼 다가와, 내가 무언갈 먹고 있는 걸 봤는지 맛있겠다며 옆자리에 앉은 지민이었다. 조금 부담스러워서 먹고 남은 조각 내려놓는데··· 그러기 무섭게 그냥 과자 낚아채버렸다.
"···뭐하는,"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대로 그 조각 입 안으로 털어넣길래, 그 자리 그대로 얼음. 자기도 배고팠다면서, 고맙다고 말하는데··· 내 하나뿐인 식량 사라진게 억울하면서도, 그때는 막상 머리가 하얘진 기분.
"내가 먹다 만 건데, 괜ㅊ···"

"맛있다. 하나 더 없어?"
네가 다 먹었어. 라고 말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뭐··· 나 김여주 성격에, 절대 못 그런다. 그냥 대답을 회피하고서 볼 발그레- 해져서 화장실로 도피한 게 전부.

사실, 박지민이 전학 오기 전부터 나한텐 골 때리는 녀석 하나가 있었다. 무지막지하게 골 때리는 놈. 박지민과 별 다를 것없이 나와는 친구 사이었던 애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친구로 지내길 원하는 사이.
친해진 후로부터 자꾸만 의도가 보이는 선의를 베푸는가 하면, 심지어는 나를 좋아하는 걸 티 내려고 안달난 사람처럼 은근슬쩍 스킨십을 요구하는 일도 빈번했다. 고1 되고서는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그조차 내 착각이었다. 어김없이 연락이 왔고, 그 연락은 전과는 달랐다.
윤재후
김여주
지금 자?
아직
잘 됐다
나 할 말 있어서.
그
나랑 사귀자
답장 보내고 싶지도 않은 연락이었다. 이쯤이면 내가 저 자신을 싫어한다는 것쯤은 눈치채고도 남았을 텐데. 어쩜 이렇게 매달리는지. 다음날 학교 가면 한 마디 해줄 셈이었다.
그날 밤, 그리고 다음날 아침까지. 혹시나 막무가내로 제 의견을 밀어붙이는 태도로 나오면 어떡할까_라는 걱정이 머리를 휘감았다. 그래도 수업 시간동안만은 잊으려고 노력했고, 마침내 점심시간.
다른 친구들이 다 점심을 먹으러 간 동안, 교실로 직접 찾아온 윤재후는 나를 이끌고 학교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솔직히 고등학교 올라와서는 단둘이 있는게 처음이라 겁나는 건 사실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자기에게 기회를 한 번만 주면 안 되겠냐면서 남자친구로서는 잘 대해줄 자신이 있다며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안아오려는 낌새를 보였다. 진짜 다시 생각해도 미친 새끼네.
어째저째 겨우 그를 밀어내고, 그냥 단지 무서운 마음에 비상계단 문을 열고 나가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던 나였다. 어쩜 하늘은 내 편을 들어줄 생각조차 않는지, 하필 눈물 범벅된 얼굴을 하고 있을 무렵 비상문을 열고 학교 복도로 나가자 보이는 박지민과, 그 옆에 같은 축구부.

"김ㅇ,"
박지민이고 뭐고 얘한테 보이는 모습은 전부 다 그냥 쪽팔렸다. 그래서 걔가 나 붙잡을 틈도 없이 무작정 달렸다. 혹시나 따라오는 건 아닐까 싶어서, 최대한 빨리 달려서 밖으로 향했다.

점심시간 후, 수업. 어김없이 옆자리였던 우리 사이에는, 그 어떠한 대화도 오고가지 않았다. 지민이로서는 물어보기엔 여주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그래도 평소와 달리 애가 고개 떨구고 수업도 제대로 못 듣는 것 같아서, 여주 책에다 대고 끄적였지. '괜찮아?'
그럼 곧이어 서툰 글씨체를 빤히 바라보던 여주는, 머지 않아 고개를 다시 떨구고. 그런 여주 보던 지민이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좀 더 직설적으로 묻기로 한다. '무슨 일인데.'
두 번의 물음을 가만 보고 있던 여주는, 겨우 샤프 손에 쥐고 글씨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가며 써본다. '그냥 좀 이상한 애 상대해 주느라'
당장이라도 이상한 애 누구. 외쳐보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수업 시간이었던지라 마음속으로 가라앉힌 지민이가 그 밑에 이어서 적었다. '누구.'
조금 망설이던 여주는, 안 말해줬다간 저 자신이 큰일(?)이라도 날 것같은 지민의 날선 눈빛에 살짝 겁 먹어서 천천히 이름 세 자를 적었다. '윤재후...라고 있어.'
그러자 들어본 것 같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지민. 걔가 뭔 짓을 했길래 네가 울기까지 하냐면서 마지막으로 질문 던지면, 곧 들려오는 여주 대답에 지민이 결국 터뜨려버린다.

"······미친 새끼네, 그거 완전."
입 밖으로. 결국 내뱉어버린. 국어 선생님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린 모양인지, 그 즉시 교과서 들고 뒤로 보내지는 지민이었다. 그 상황에서 더 놀란 건 여주쪽. 쟨 왜 저렇게 화나 있는데...? 축구 경기가 잘 안 풀리나, 생각한 여주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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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주는 모르겠지만 지민이는 여주 말 듣고나서 윤재후를 찾아갔다는.

"연락 끊기게 된 건···"

"·····미안해. 어쩔 수 없었어."
분명 계속 연락하겠다고 약속한 건 나였는데. 끝내 고개를 떨구며 미안하다는 듯이 내 눈도 못 마주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픽, 나오더라. 그럼 나는 그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활짝 웃었지.
"선수 준비하느라고 바쁠 텐데, 나한테 연락할 시간이 어디 있어-."
나도 그정도 이해할 줄은 아는 사람이거든. 말했는데도 여전히 고개 못 들고 있는 박지민에, 화제를 돌렸다. 아, 내가 말하려던 건 있지.
"그때··· 그냥 좋았었다고."
이놈의 술 기운은 가시지 않은 건지, 다시 생각해보면 이말은 왜 꺼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단지 그때의 너와 내가 겪었던 시간들 속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이 너무 좋았거든. 풋풋함 반, 설렘 반.
어쩌면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법한 기분들을 선물해준 너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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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밤공기가 코 끝을 스치고, 나뭇잎들이 서로 스치며 잔잔한 소리를 만들어낼 때 즈음. 그 말을 뒤로 조금의 침묵이 흐르나 싶었는데··· 갑작스레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네가 입을 열었다.

"좋았어, 나도."
"······어?ㅎ"
좋았다고. 너랑 같이 있을때. 재차 제 말을 강조한 지민은 웃어보였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다시 돌렸다. 제법 쑥스러웠단 걸 그의 붉어진 귀가 설명해 주고 있었지.
그렇게 밤은 좀 더 깊어졌고··· 날도 점차 추워지는 탓에 우린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둘 중 그 누구도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기엔 아쉬웠는지, 같은 마음으로 그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를 걸었다.
이왕 이렇게 시간이 주어진 거, 서로에게 시간을 쓰기로 이미 마음먹은 지 오래인 두 사람이었다.
[망개망개씌 사담]
시험 끝. 홀롤ㄹ로롤!
사실 이거는... 실화가 반영된 소재이구요. 네네. 암튼 그렇습니다. 한여주 나도 남자거든에 나오는 축구부도 제 학교에 축구부가 있어서··· 적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또 풀 썰이 뭐가 있져. 아, 상편에 나온 포스트잇 사건, 그리고 오늘 글에 나온 과거 회상씬은 순도 90%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거라, 막 유치하고 전개성 없고 그럴 수 있습니다!!! 왜냐구여?! 그냥 썰 푼거라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하지만 저것도 어엿 2년 전 일입니다.)
아 그리고 초반부에 여주와 같은 가방을 가진, 웃음이 예쁜 친구는 채융이에요. 채융이. 여러분이 아시는 그 팬플에서 글 잘 쓰시기로 소문난 채융 작가! 같은 반이었던 적이 있습니닿
당연히 과거 회상씬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고, 지민이와 여주가 동창회에서 만난 건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입니다요! 그냥 편하게 봐주시는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다들 좋은 하루 보내십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