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막무가내는 처음이지

헤어지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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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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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파리. 가을




“돌았어?“

“…”

“이 미친 새끼야.”



전정국의 뺨으로 주먹이 꽂혔다. 그리고 그는 두 차례 더 맞기만 했다. 입술이 부르터진 정국의 시선이 향한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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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이었다. 태형에겐 더이상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최이안이 셋을 만나는 줄 알면서도 전정국은 모른 척했다. 계속해서 모른 체했고, 결국은 이 지경에 이르렀다. 태형은 화가 났다. 태어나서 겪어본 적 없는 증오의 감정을 느꼈다. 여태 정국과 함께한 시간이 후회됐다.

그리고 그 옆의 지민은 말 없이 태형을 붙들었다. 저러다간 애 죽어. 말하면서도 그 역시 체념한 얼굴이었다. 


”다시는 보지 말자.”

“…”

“최이안도 너도, 똑같아.”


태형은 지민의 손을 뿌리쳤다. 그 해의 겨울은 유독 추울 것 같았다. 제자리에 있던 지민의 눈빛은 공허했다. 하늘을 보다 정국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바닥에 고꾸라져 벽을 지지대 삼아 앉아있는 정국을 응시했다. 해줄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었다. 그들의 처지가 불쌍할 뿐이었다. 여자 하나로 이렇게 관계가 끝나다니.



“우리한테 말 없이 이곳에 온 이유가,”

“…”

“최이안이었어?”


정국은 셋의 유럽 여행이 끝나고 제일 먼저 이안에게 왔었다. 친구들에게 연락 하나 없이. 지민 역시 그랬으나, 정국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미 이안과 교제 중이었기에. 그리고 태형 역시 정국과 지민에게 언질 하나 없이 유럽에 왔다. 정국은 그마저도 알고 있었다. 

마침내 셋이 모두 파리에 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나름의 핑계로 이안을 말하지 않았다. 정국은 다시 오고 싶었다는 이유로, 지민은 사업 계약, 태형은 출장. 그때만 해도 그들은 몰랐다. 서로가 서로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 걸로 알고 있는데.“

”…“

”미안하다, 지민아.“

”이제 와서.“

“잘 지내라.”




지민은 말없이 돌아서 나왔다. 그리고 그 골목에는 한참동안 정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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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현재.
이안은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이안이 그들에게 커피를 권하기 전까지는 셋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도 없었다. 앞에 잔이 놓일 때, 태형이 입을 열었다.



“왜 안 말했어. 왜.”

“몰랐으면 했어.”

“그걸 말이라고.”



태형아. 우리 이제 헤어졌어. 이안의 한 마디에 태형의 눈이 흔들렸다. 너무나도 단호한 어조에, 태형은 뭐라 더 말할 수 없었다. 


“다들 알겠지만,”

“…”

“난 너희와 끝을 봤어.”

“…”

“더이상 할 이야기는 없,”

“그 끝을 본 이유가, 이거구나.”



이번엔 지민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나 다 알고 있었어. 비밀로 하려 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았어. 이안을 제외한 모두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이안은 세 남자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너희에게 해준 거라곤 뭣도 없는데, 기꺼이 내 마지막에 함께 있어주는구나.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지막까지 신세를 좀 져볼까 했다.



“부탁이 있어.”

“…”

“나 데리고 바다로 가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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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정신 차리고 눈을 뜨니, 이곳은 차 안이었다. 창 너머로는 탁 트인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나는 내 키보다 큰 담요를 덮고 있었다.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래사장에서 불을 피우고 있는 세 남자가 보였다. 작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보니 정말 과거로 돌아간 것 같네. 아무 일도 없었던, 그저 서로가 함께여서 행복했던 4년 전의 그때로.

하나같이 쪼그려 앉아 둥글게 모여 불을 피우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소하지만 기뻤다. 내가 고장내버린 너희의 시간이 다시 흐르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면서도 지금은 다행이었다. 그때 마침 박지민이 일어나더니 차로 오는 듯했다. 서둘러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자는 척을 했다.

덜컥, 문이 열리자 바다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리고 갈매기 소리, 메마른 장작이 불에 닿아 갈라지며 타는 소리가 밀려왔다. 박지민은 무언가를 가지러 온 듯, 한동안 차 안을 뒤적거리더니 이내 담요를 내 턱끝까지 올려준 후에야 차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눈을 떴다. 기어코 나는 마지막에도 너희와 함께하는구나.



해가 완전히 저물었다. 자는 척 하려다가 그만, 다시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보니 고기 냄새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더니 셋이 고기를 굽고 있더라. 일어났어? 놀랍게도 동시에 똑같은 말을 하는 세 남자. 응! 그와중에도 불판 위에 익어가는 고기에 시선 고정.


“셋이 무슨 이야기 했어?”

“이야기 안 했는데.”

거짓말~”

“우리 파리에 있을 때 이야기.”


잘 익은 돼지고기 한 점을 내 접시에 얹어주는 전정국이었다. 이게 얼마만의 고기야… 혼자 살면 거창하게 구워먹을 일도 없고, 더군다나 밖에 나갈 일이 회사 회식 말곤 더더욱 없던 나니까. 이젠 회사까지 그만뒀고, 너네랑 만날 일도 없으니…


“이 옷 기억나?”

“다른 건 몰라도, 추워 보이긴 해.”

“아… 그런 거 말고.”



우리 프랑스에서 바다 갔을 때 입었던 옷이네. 새로 샀다고 자랑했었잖아. 김태형이 말했다. 오 역시~ 예상치 못한 디테일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나 이거 그때 입고 처음 입는 옷이야. 여전히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나의 질문에, 박지민이 대답했다. 어, 예뻐. 근데 이 늦겨울에 입기엔 많이 춥지. 동시에 입고 있던 패딩을 내 어깨에 걸쳐주었다.

내심 춥긴 했다. 어깨 위로 걸쳐진 따뜻한 무게감이 고마웠다. 이렇게 보니까 새삼 이 상황 자체가 너무 고마운 거 있지. 언제 우리가 이렇게 또 같이 있어보나 싶고. 내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계속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었을텐데… 싶고.



“앞으로는 셋이 연락도 좀 하고 지내.”



동시에 다들 젓가락을 내려놓길래, 살짝 쫄았다.




“알아. 개소리라는 거.”

“…”

“너희가 날 미워한다는 것도 알고.”

“…”

“이런 말할 자격 없다는 것도.”

“…”

“그치만, 내가 곧 죽잖아.”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들 내게서 시선을 거두고는, 연이어 술을 입에 털어넣는다. 야, 넌 무슨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 말 하려고 너희랑 같이 여기 온 거야.”



이번 생은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 이기적인 김에 끝까지 염치 없게 살아보고 싶어졌고. 그에 따른 벌은 달게 받고 있나봐. 세 사람의 추억을 망가뜨린 대가이겠지. 내일 아침 당장이라도 난 눈을 뜨지 못하고, 너희를 보지 못할 수 있어. 그래서 너희에게 하는 말이야.

너희와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이별을 하고 싶어.




















안녕하세요  망개망개씌입니다
오랜만이죠?
헤어지자 시리즈는 다음 8화를 끝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틈틈이 생각나고, 써놓았던 소재에요
도덕성이 파탄난… 모쪼록 나쁜 여주를 쓰고 싶었어요
미화하지도, 정당화하고 싶지도 않아요 나쁜 사람이니까!
마지막까지 이안이 결말 잘 지켜봐주시고,
8화를 끝으로 저는 다시 사라집니다~
댓글도 다 확인했어요 늘 감사합니다 잊지 않았어요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에 만나요:)


추신. 순위권에 올랐네요 예전에 같이 활동했던
작가님들 생각이 많이 나서 기뻤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