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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어지자. ”
“ 뭐 ..? ”
한적한 카페에서 아무런 노래도 들리지 않는 그런 순간에그날 네가 내가 처음으로 건넨 말이었다.
어제 하루는 어땠냐고, 오늘 아침엔 무얼 먹었냐고가 아닌 참 무심하고 슬픈 한 마디였다.
“ 헤어지자고 이제. ”
“ 누가 그거 물어봤어 ? 대뜸 이렇게 .. ”
“ .. 그냥 그런거야. “
” 아니. 난 못 헤어져 “
” 제발 .. 이제 그만해. 여주야 “
” 그만하라고 ..? ”
대체 지금 내가 뭘 그만해야할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널 사랑하는 것 딱 그거 하나인데 ..
널 사랑하는 걸 그만두어야 하는 걸까.
” 하 .. 나 먼저 일어날게. “
그렇게 넌 보란 듯이 날 떠났다. 아직 끝나지 않았단 작은 실 하나 붙잡고 있던 날 무심하게 잘라내고
대체 난 네게 뭐였을까. 이렇게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이유 하나 듣지 못하고 그만두어야 하는 사랑이었던걸까.
아니 애초에 사랑은 맞았을까.
그날 이후로 난 한 달 정도를 매일 밤새 울며 지새웠다. 사람이 참 웃긴 점이 있다. 한 달 내내 우니 더 이상 슬퍼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정말 슬프기만 했다.
그렇게 결국 난 그 놈과 헤어졌고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4년 뒤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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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님 여기 이 부분 수정 한 번만 봐주세요. “
” 아 네 금방 해드릴게요. “
난 그 뒤로 학업에만 집중했고 빠른 나이에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연애는 뭐 .. 할 정신이 없었던 게 맞다.
아무튼 그렇게 일에 집중하다보니 꽤 빠른 속도로 승진도 했다. 지금은 꽤 잘 나가는 방송사의 메인 라디오 PD이다. 물론 처음엔 드라마국을 희망했었지만 ..
그래도 나름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 자 저희 기획회의 들어갈게요. “
” 네 ~ “
그 놈 생각은 .. 뭐 그닥 나지 않을 정도로 엄청 만족하고 있다.
회의실 안,
“ 우선 지금 급한 일이 .. 다음 게스트는 누가 좋을까 ? “
“ 이번주에 세븐틴 컴백이던데 한 번 불러야하지 않을까요 ? ”
“ 그래 ? 흠 .. 그럼 지아님이 세븐틴 섭외 가능한지 컨택 한 번만 해주세요. ”
“ 네 ~ ”
“ 그럼 그 신곡들 저작권 받아와야겠네 .. ”
“ 회사 쪽에 작곡가분 메일 받아놓은 게 있긴 한데 .. ”
“ 그 분 개인적으로 잘 안 받으셔서 늘 회사 쪽에다가 요청했었잖아. ”
“ 근데 일정이 좀 빡빡해서 그건 좀 딜레이가 .. ”
“ .. 어쩔 수 없지. 내가 한 번 메일 넣어볼게요. ”
“ 네 ~ ”
매주 하는 회의이지만 할 때마다 참 기가 빨린다. 왜 이리 비상사태는 자주 일어나는지 이 정도면 적응이 될 만도 한데 .. 역시나 아직 난 초짜다.
그런 초짜인 나는 능숙하게 저작권 관련 메일을 작곡가분께 직접 보냈고 빠른 수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늘 신은 내 편이 아니기에 3일이 지나도 읽음이 뜨지 않았다. 아니 이 인간은 핸드폰이 망가졌나 ?
“ 하 .. 진짜 ”
“ 저희 어떻게 해요 ..? 세븐틴 섭외는 이미 다 됐는데 .. ”
“ .. 어쩔 수 없이 전에 받아둔거로 하던가 해야지. “
그때,
띠링,
“ ..!! 읽었다 !! ”
딸칵,
” 미친 .. 됐어. 됀대 !! “
” 진짜요 ?! “
” 어 .. 근데 “
답장에는 인사치레 같은 말들이 먼저 있었고 다행히도 저작권을 허용해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거기에 별도로 조건이 붙어있었는데 ..
” 직접 한 번 만나자는데 ..? “
” 예 ..? “
메인 PD인 날 직접 한 번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아 뭐 .. 자기 노래를 쓸 사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인가. 진짜 참 유별나네.
그래도 뭐 예술가로써의 존중이라고 생각하며 알겠다는 답장을 다시 남겼다. 날짜는 그쪽에서 맞추라고도
나보다 바쁘거나 낮과 밤이 나랑 다를테니까.
그렇게 약속한 날이 다가왔고 그래도 나름 비지니스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꽤나 힘주어 준비했다. 원래 방송국에는 슬랙스에 흰 반팔티 하나만 입고 가는데 ..
이렇게 꾸민 것도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힘 줘서 꾸민 게 ..
” 아씨 .. 왜 여기서 그 새끼가 나와. “
참 웃기게도 그 놈에게 대차게 까였던 날이었다. 에이씨 .. 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아졌다.
그래도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난 약속장소인 카페로 들어갔다.
” 어디 계시지 ..? “
분명 .. 검은색 머리에 .. 청자켓이라고 ..
스윽,
“ 아 ..! ”
가게 안으로 조금 깊숙히 들어가니 연락 그대로 짧은 검은 머리의 뒷통수와 청자켓을 입은 남자가 보였고 난 숨을 한 번 고른 후 천천히 다가갔다.
터벅,
터벅,
“ 안녕하세요. 연락드렸던 김여주라고 합니 .. “
” 안녕하세요. ”
“..!! ”

“ 정말 오랜만이네요. 한 4년 만인가요 ? “
” 미친놈 .. “
그 놈이다. 우연이라도 다시는 스쳐지나가지도 않았으면 했던 그 놈이다.
그 놈의 얼굴을 보자마자 난 다시 뒤돌아 카페를 나가려했다. 진짜 어쩐지 아침부터 기분이 더럽더라니 ..
그때,
탁,
“ 잠깐만 ..! “
“..!! ”
이지훈의 성격상 먼저 쉽게 누군가를 잡을 사람은 아니었기에 지금 이 행동이 나에게는 굉장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 나한테 .. 잠깐만 시간을 줘. ”
“ .. 이거 놔. ”
“ 정말 잠깐이면 돼. 정말 .. ”
“ 그 잠깐도 넌 안 줬잖아. 그래놓고 나한테 뭘 바래. ”
“ .. 여주야. ”
“..!! ”
날 부르는 그 목소리가 4년 전과 그대로 같았다. 그 말에 담긴 마음도 모두 예전과 같은 그 목소리였다.
내가 4년이란 그 수많은 밤들을 지새우며 미친 듯이 원했던 네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듣자 아무리 슬퍼도 더 이상 나오지 않던 눈물이 다시금 눈가에 맴돌았고 온 몸이 굳어 카페를 나가지도 못했다.
역시나 또 넌 날 그 칠흑 같은 밤으로 끌고 가는구나.
“ 비지니스는 .. 비지니스니까. “
” .. 그래. “
결국 난 자리에 앉았다. 또 다시 멍청하게 말이다.
” .. 왜 보자고 한거야. “
“ 보고싶었으니까. 정말 ”
“…”
“ 메일 속에 네 이름이 네가 정말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어. ”
“ 왜 ? ”
“ .. 그냥. ”
“ 뭐 ..? ”
“ 그냥 정말 보고 싶었어. 네가 ”
나랑 헤어질 때도 이유가 없더니 이제는 대뜸 나타나 4년만에 다시 내가 보고 싶었던 이유 조차 없다. 아니 애초에 내가 그 이유를 들을 위치가 아닌가.
결국 난 입을 열었다.
” .. 있잖아. “
"… "
” 넌 헤어질 때도 이유 하나 말 안해줬던 쓰레기야. “
"… "
” 근데 이제와서 다시 보고 싶어진 이유도 없어 ? “
"… "
” .. 나도 이제 네가 싫은 이유가 없어. “
"… "
” 그냥 네가 싫어. 이제 “
"… "
” .. 그냥 그런거야. 네 말대로 “
난 그대로 다시 일어나 그 카페를 나왔고 진짜 멍청하게 얼마 못 가 주저 앉고 말았다. 자꾸만 눈물이 새어 나와 앞을 가려 도저히 나아갈 수가 없었다.
싫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내가 보고 싶어졌단 말에 일말의 기대가 생겼었다.
하지만 ..
내가 보기에도 그런 내 모습이 우스웠다. 4년 간 매일을 울며 힘들어 해놓고 또 기대하는 꼴이 진짜 우스웠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어쩌면 네가 아니라 널 사랑하는 나일지도 모르겠다. 널 사랑하는 나 자신이 싫은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냥 싫다. 정말로
네가 싫어진 이유는 많고 많지만 그 이유들의 이유는 단 한 가지이다.
내가 아직 널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