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
"자 다들 빨리 차례지켜서 버스 타라!"
나는 후다닥 버스에 타 내가 매일 앉던 선생님 옆자리에 앉았다
"야 뭐하냐?"
기분좋게 이어폰을 끼려던 순간 김태형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가?"
"그 다연인가 다정인가 걘?"
"아.. 아파서 늦게 온대.."
"앗싸.."
"뭐?"

"아냐 이리와"
"어..!"
김태형은 내 손목을 잡고 맨 뒤의 앞자리에 앉았다
항상 어디든 그렇듯 맨 뒷자리 다섯 좌석에는 일진들이 타고 있기에 두려운건 어쩔 수 없었다
"아.. 왜 여기야.."
"왜? 난 여기가 좋던데"
"나 멀미나서 좀 잘게"
김태형은 그리 말하고 내 어께에 기대어 잤다
"..뭐, 잘 땐 봐줄만 하네"
"뭐?"
"아냐"
"싱겁긴."
이미 들었으면서 또 물어보긴, 악질이네
..진짜 자나?
김태형의 감긴 두 눈 앞에 아무리 손을 흔들어봐도 의식이 없는게 분명했다
난 그제서야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틀었다
한창 음악을 듣고 있는데
뒤에서 톡톡치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
"친구야~ 우리가 자리가 없어서 그런데 도착할때까지만 이것좀 너 자리에 나둬줘라~"
길고 두꺼운 아이라인, 백지마냥 하얗게 뜬 피부, 쥐라도 잡아먹었는지 새빨간 입술,
좆됐다
그 아이는 내게 검은색 백팩을 하나 건넸다
뭐, 이런건 해줄 수 있지 하고 받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감지되었다
"알았어, 맡겨줄게"
"이 검은 가방 도착해서 주면 되는거지?"
"응~ 고마워"
앞을 다시 본 나는 다시 음악을 재생했다
"아 미친ㅋㅋㅋ 개호군데?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지"
"오늘도 한명의 피해자가 갑니닼ㅋㅋㅋ"
나는 그저 피식 웃었다
모자란것들
"자 애들아 거의 다왔으니까 빨리 가방검사 좀 할게"
"네"
제일 앞쪽부터 서서히 내쪽으로 오고 계셨다
그리고 내차례
내 흰가방을 수색하시곤 옆에 있는 검은 가방을 가리키셨다
"넌 왜 가방이 두개야?"
난 아무말 없었다
가방을 여시고는 내게 놀란 눈으로 호통을 치셨다
"너 이자식 얌전한줄 알았더니 감히 술을 들고와??"
"넌 벌점이야!! 아니지 그거가지고도 부족해"
"선생님, 그거 제 뒤에 있는 친구들이 맡긴 건데요"
"네? 무슨 소리야 수현아.. 저희 그런적 없어요.. 왜 몰아가.."
내 이름 아네. 근데 왜 친구냐 이 빙그레 썅년들
"하아.."
시끄러운 소리에 김태형이 깬 모양이다

"뭐야?"
"흑흑.. 태형아..수현이가 술을 가져와놓고 우리한테 몰잖아..ㅠㅠ"
나는 가만히 김태형의 행동을 지켜봤다
"뭐래 처음엔 저거 검은색 없었는데?"
"태형아 정확하니? 수현이에게 협박 받거나 그런 거 아니야?"
"제가요?"
그때 나는 들고 있던 것을 켰다
치직.. 칙 지직 .."알았어, 맡겨줄게"
"이 검은 가방 도착해서 주면 되는거지?"
"응~ 고마워"
"이게.. 무슨"
"아 미친ㅋㅋㅋ 개호군데?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지"
"오늘도 한명의 피해자가 갑니닼ㅋㅋㅋ"
"이정도면 증거가 될까요?"
역시 나다
현란한 말빨..은 아니여도 머리 돌림이 빠르달까
다행이다. 사실 다영이가 퍼레이드 유명한 잘생긴 아저씨 목소리 녹음해 달래서 들고 온 녹음기인데
"너희 둘, 따라나와 화장도 진하게 했네? 죽었다 니네"
"아,아 쌤 잠만여 아.. 아씨!! 강수현 너 가만안둬!!"
그 둘은 질질 끌려갔다
그리고 난 다시 이어폰을 끼고 볼륨을 높였다

"와.. 개멋져"
그리고 10분 쯤 지났나, 버스가 정차했다
"우와.. 놀이공원 진짜 크다.."
"아, 귀여워"
"뭐..?"
"뭐? 내가 뭐라고? 미쳤지 미친거야 미친게 분명해"
"왜저래.."
"있잖아, 수현아"
김태형이 나의 이름을 부른 것은 처음이였다
"왜?"

"내가 만약 평범한 인간이 되면, 널 좋아해도 되지 않을까?"
"..그게 무슨"
사실 우린 처음부터 서로에게 끌렸던건 아닐까
암묵적으로 호감을 표하고 있던건 아닐까
날 죽이러 온 너에게, 이중적인 마음이 든다
"애들아!! 나 왔어~~"
"헐!! 다영아 왔어??"
"응! 제주도에서 바로 왔지롱"
"아, 그건 그렇고 너네 놀이기구는 좀 탔어?"
"음.. 저기 토하고 있는 김태형 빼고?"
"뭐야 쟤, 은근 보기와 다르게 약골이네?"
"다 들린다"
"워메 무서버라"
"아 진짜 저 쪼꼬만한게"
".."
갑자기 마음이 쓸쓸해진다
이런게 질투심이라는걸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 척 해본다
"야 강수현! 뭐하냐 저거타러 가자"
"회..전목마?"
"ㅎㅎ 재밌겠다"
"...ㅎ"
"그래..."
우리 셋은 회전목마를 탔다
"빙글빙글 회전목마 출발합니다~"
"막상 타니까 기대되네.."
옆에서 김태형이 나를 빤히 처다봤다
"뭐...왜?"

"아니.. 너무 예뻐서, 이 순간을 눈에 좀 담으려고"
"아, 진짜 왜그러냐 이상한 마음들게.."
작은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들린듯 김태형의 얼굴이 벌게졌다
하지만 잠시 뒤에 김태형은 무언갈 보고 놀라더니 회전목마에서 뛰어내려 달려갔다
"어? 김태형.."
회전목마는 10초 정도 시간이 멈춘듯 멈춰있었고 다시 움직이자 김태형이 없다는게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나는 그를 따라 나섰다
"어? 저기 여성분..! 뛰어내리시면 위험해요!!"
"네!!"
"수현아 어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