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남은 한빛은 차에 타서 가방 안의 서류들을 꺼낸 뒤, 정리를 시작했다.
그때 한빛의 전화기가 울렸고 발신자는 자신의 동료 후배였다.
“여보세요.”
“누나, 도대체 요즘 어디서 뭘 하시는 거예요?”
“내가 선배라고 부르라 했어. 안 했어?”
“지금 그게 중요해요?”
“그래, 나한테는 이게 중요하다.”
한마디도 안 지는 걸 보니, 한빛은 보통 내기가 아닌가 보다.

“아, 누나 어디 있냐고요.”
“선배라고 안 부르면 전화 끊는다.”
“하나, 둘, 세...”
“아, 알았어요. 선배, 지금 어디에요?”
어디냐고 물어본 게 몇번째인 건지, 이 답 하나 들으려고 고생하는 한빛의 후배다.
“법원이야.”
“법원이요? 누나 무슨 사고 쳤어요?”
해맑게 사고를 쳤냐고 물어오는 후배에 뒷목이 당겨온 한빛이지만, 꾹 참았다.
“그런 거 아니니까, 조용히 해라.
그리고 누나 아니고 선배.”

“선배. 지금 선배가 필요하다고요.”
가장 실력 있는 기자인 만큼 한빛의 역활은 언제나 필요했다. 하지만 한빛은 모든 일의 자신이 책임을 지는 걸 싫어했고 그래서 자신의 원하는 기사 거리를 찾아서 헤매었다. 가수 서울을 찾겠다고 한 것도 모두 본인의 의지였다.
“나 없어도 잘하는 사람 많잖아.”

“이번에는 진짜로 선배 없으면 안 되는 일이라니깐요?”
”암튼 나 바쁘니까, 전화 하지 마. 전정국”
“선ㅂ...”
정국이가 자신의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린 한빛. 일이 터질 때마다 자신을 찾는 회사가 지겹고 이제는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다.
“이 놈의 회사 확 때려쳐 버릴까.”
솔직히 때려쳐 버린다는 말은 빈말이였다. 이렇게 돈을 많이 주는 곳이 흔한 것도 아니고 이 회사를 때려치면 다른 회사로 옮기면 그곳에서 스파이라고 안 받아줄게 뻔하니, 그만두면 손해를 보는 건 장본인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짜증나고, 지겹고, 진절머리가 나도 회사를 때려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정국의 말이 자꾸 떠올라서 한빛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만약에 이대로 회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날 불러내진 못한 정국에게 불똥이 튈 것이다.
그 타이밍에 한빛의 전화기로 오는 문자 한통. 다름이 아니라 후배 정국에게서 온 문자였다.
발신자 후배 정국
지금 부장님이 눈이 쌍심지를 켜고는 저를 노려보고 있어요. 선배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
“하아... 진짜 사람 귀찮게 만드네.”
정말로 어쩔 수 없이 회사로 돌아 가기로 한 한빛은 법원으로 들어간 태형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그때 태형에게서 문자가 왔다.
발신자 탐정님
한빛 씨, 지금 여기 일이 많아서 음성 확인 검사가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오래 기다리게 될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어요?
한빛은 바로 태형에게 답장을 보냈다.
받는 사람 탐정님
그래요? 저도 회사에서 급한 일이 생겼다고 연락이 와서 회사로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한빛은 태형에게 답장을 보내자 바로 답장이 왔다.
발신자 탐정님
그럼 어서 들어가 봐요. 전 음성 확인 검사 결과 기다렸다가 바로 연락 드릴게요.
태형에게서 답장을 받은 한빛은 차에 시동을 걸어 회사로 향했다. 또 무슨 일이 생겼길래 자신을 애타게 부르는 건지 궁금했다.
“지겨워, 맨날 자신들이 해결 못하는 문제를
나한테 떠 넘기는 이 지긋지긋한 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