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좀 진정이 됐어? ”
“ .. 네 ”
“ 하씨 그냥 더 강하게 막을 걸.. 미안해 내 잘못이야 ”
“ 아니에요. 바보 같이 제가.. 진짜 바보 같이.. ”
“ .. 권대위님은 어떻게 하려고 ”
“ … “
” 아니 진짜 잊은 것 같았는데 “
” .. 진짜 웃기게 제 이름을 부르는 그 자식 목소리가.. “
” ..? ”
” 그때 너무 듣고 싶었던 그 목소리인거에요. ”
” .. 여주야 “
“ 선배.. 나 진짜 어떻게 해요.. “
권대위님을 볼 자신도 없었다. 이런 이도저도 아닌 마음으로 대해도 되는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아니까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마음으로 대해야하는 사람이란 걸 아니까
그만큼 예쁜 사람인데.. 내가 상처를 주게 되는 건 아닌지
그때,
똑똑,
“ 네 누구세요? “
” 저 부중대장입니다. 안에 김여주 선생님 계십니까? “
” .. 이 상사님..? “
” ..? “
문을 두드린 것은 다름 아닌 이 상사님이셨고 최 쌤은 내 어깨를 두 번 토닥여주시곤 나가셨다. 하 진짜 나 이 상사님도 뵐 면목이 없는데..
“ 저는 왜.. ”

“ 어제 여기 오고나서 김 선생님을 한 번도 못 뵌게 좀 그래서 한 번 들러봤습니다. 아 이건 선물입니다 “
스윽,
“ .. 감사합니다 ”
“ 혹시 우셨..습니까? ”
“ .. 그게 ”
“ 누군지는 몰라도 울린 장본인은 중대장님께 박살날 것 같습니다 ”
” … “
“ .. 아니면 그 장본인이 혹시 중대장님이십니까? ”
“ 그냥.. 잘 모르겠어서요 ”
“ 뭘 말입니까? ”
“ 제가 권대위님을 좋아하는 건지.. 아님 ”
“ … ”
“ 윤정한 그 자식을 아직 좋아하는 건지.. ”
“ 윤정한이라면.. 새로 온 그 의사 분 아니십니까? “
“ 맞아요. 근데 권대위님은 이런 마음으로 다가가도 되는 분 아니잖아요. 그걸 아니까.. “
” .. 새로 오신 그 의사분은 언제부터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끼신겁니까? “
” 사실 옛날에 만났던 놈인데 제가 까였어요. 좀 악질적으로 “
” … “
과거,
헤어짐을 통보 받던 그날은 나와 그 자식의 전문의 시험 결과가 발표되던 날이었다. 둘 다 쌍코피 흘려가며 준비했던 시험인지라 긴장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난 탈락, 윤정한은 합격이었다. 그래도 뭐 괜찮았다 그냥 윤정한이라도 붙은 게 아니, 윤정한이 붙은 게 더 기분이 좋았다.
둘 다 붙지 못한다면 내가 아니라 윤정한이 붙었으면 했으니까
그만큼 그 자식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진정으로 그 빛을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 뭐..? ”
“ 헤어지자고. ”
“ 아니 대체 왜..? 제대로 된 이유라도 말을 해주던가 ”
” 니가 싫어졌어. 이유가 더 필요해? “
” 그걸 말이라고 해?! “
“ … ”
“ 다른 이유 있잖아. 너한테 그게 이유일리 없어 ”

“ .. 그만하자. 제발 “
가뜩이나 불합격 받아 정신 나갈 것 같을때 내게 위로를 해주리라 확신했던 사람에게서 온 것은 따뜻한 위로가 아닌 차가운 이별이었다.
나중에서야 알게되었다. 윤정한의 그 잘난 백이신 이사장님께서 우리 과 교수님에게 나를 불합격시키고 윤정한을 합격시키라는 압박을 넣었다는 것을
그래놓고 아주 보기 좋게 교수님 옆에서 탁 붙어 대답을 하는 꼴이 참 웃기더라
이렇게 그 녀석이 꼴보기 싫어졌다고 느꼈음에도 매일 밤 난 그 빛을 다시 찾았다. 끝 없는 어둠 속에서 그 빛이 다시 한 번 날 찾아주기를 바랬다.
“ 정한아.. 흐 윤정한.. ”
“ 여주 선배..! ”
매일 술을 마셔가며 애써 잠에 들었고 매일 밤을 눈물로 지새웠다. 이제는 기억 저 편에 묻혀진 그 목소리를 찾아 헤매며 매일 밤을 그렇게 보냈다.
그런데 정말 신의 장난처럼 이곳에 와 다시 들은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좋게 느껴져서, 정말로 나를 다시 사랑해주고 있는 듯 느껴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다시 현재,
“ 진짜 바보 같이 .. 아직 못 잊은 것 같아요 ”
“ 왜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
“ .. 그 인간이 다시 날 ‘여주야’ 라고 부르는데 ”
“ … ”
“ 밀어낼 수가 없었어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왠지 모르게 아무것도 못하겠는거에요 “
“ … ”
“ 그리웠던건지 뭔지 그렇더라고요. “
“ … “
“ 뭘 어떻게 해야하나 싶어요.. 지금 ”
“ .. 권대위님으로부터 도망가보는 건 어떻습니까? “
” 네? “
“ 윤 선생님과 떨어져있었던만큼 권대위님과도 떨어져보는겁니다 그럼.. “
“ … ”

“ 누구랑 떨어지는 게 더 슬프고 힘든지 알게 될겁니다. 아주 뼈저리게 ”
“ … ”
“ 지금 이런 뒤숭숭한 마음으로 만났다 헤어지는 것보다 아예 확실히 안 만나는 게 덜 최악 아닙니까? “
” .. 그렇겠죠 “
“ 물론 권대위님으로부터 도망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
“ ..? ”
“ OOOO O OOO OOO OOOO OO OOO “
“ .. 그런가요 ”
스윽,
“ 아..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점호 준비 때문에 “
“ 조언.. 감사합니다. 정말로 ”
“ .. 조언보다는 ”
“ … ”
“ 그냥 흔한 제 경험담입니다. ”
그 말을 뒤로 이 상사님은 메디큐브를 나가셨고 온전히 나 혼자 남게 되었다. 경험담이라면.. 군의관님과의 이야기겠지?
난 밤새도록 메디큐브에서 곰곰히 생각했다. 권대위님으로부터 도망가는 방법 그리고 도망갈 그 용기를 어떻게 얻어야할지까지
그렇게 1주일이 지났고 어떻게서든 권대위님은 피해다녔다.
“ 하.. 피곤해 죽겠네 진짜 ”
손을 다쳐 사용할 수 없음과 더불어 요새 계속 밤을 새 피곤이 아주 내 몸을 지배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응급실에서도 이런 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오전 회진이랑 차트 정리만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탁,
“ 아.. ”
정리하던 중 차트를 넣어두는 박스가 엎어졌고 정말 나를 도와주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바닥에 쪼그려 쏟아진 차트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스윽,
” .. 손도 아프면서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
“ 아 선배.. ”
“ 과로로 쓰러지지 마라. 수액 부족해 “
” .. 네 “
” 김 선생 “
” 네? “
스윽,

” .. 우리 귀국 날짜 잡혔다 “
” ..!! “
“ 이제는 진짜 정해야 해. ”
“ … “
왜 이렇게 선택의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지 알 수 없었다.
이제는 정말 정해야 했다. 어떤 빛을 선택할건지
나의 세계를 아름답게 빛내줄 하나의 빛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