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제는 선택해야한다. 귀국날짜는 바로 3일 후였고 오늘부터 슬슬 정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진짜 가는구나.. 나
애초에 내가 그 둘을 선택할 정도의 사람이 되나 내가 뭐라고 그 정도로 날 좋아해주는지
아니 애초에 한 사람은 그렇게 미워하고 죽어라 증오했었는데 왜..
” 진짜 그냥 확 둘 다 제끼고 도망이라도 갈까.. “
그때,
톡톡,
“ ..? 너는 “
“ 이거.. 선물 ”
“ 아.. ”
나의 어깨를 두드린 사람은 다름아닌 전에 권대위님과 마을 회진을 돌 때 만났던 아이였다.
과거,
“ 흠.. 열이 있고 수포도 생겼네 ”
“ 수두입니까? “
“ 네 그런 것 같아요. ”
그때 그 아이는 아픈건지 안 아픈건지도 모르게 그냥 자리에 앉아 그림만 그리고 있었다. 뭘 저렇게 열심히 그리나 했었는데..
그때,
“ um.. “
“ 아.. 어머니한테도 주의를 드리긴 해야하는데.. “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 오기 전에 살짝 말이라도 배워서 올 걸..
“ 하.. 어떻게 하지 ”
” .. 혹시 통역 필요하십니까? “
“ 네? 아 여기 말 할 줄 아시죠..?! “
” 조금..? “
그렇게 난 권대위님의 통역 덕에 어머님께 설명을 드릴 수 있었고 어머니는 땡큐를 연신 외치시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셨다. 그에 따라 나도 계속해서 머리를 숙였고 권대위님은 그런 나를 보며 웃었다.
잠시 차에 볼 일이 있다며 권대위님은 밖으로 나가셨고 난 그 아이 옆에 앉아 그림을 구경했다.
” 뭐 그리는 거야? “
” 음.. “
말은 못 알아들을게 분명하니 바디랭귀지도 함께했다. 나의 그런 행동에 아이는 잠깐 피식 웃더니 무언가를 고민하듯 망설여했고 곧이어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며 비밀이라는 것을 표현했다.
다시 현재,
” 그때 그 그림..? “
“ ..((끄덕)) ”
“ … ”
난 아이에게 받은 선물의 포장지를 조심히 하나 둘씩 찢었다. 조금씩 그림의 모습이 보였고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스윽,
“ ..!! 이거 설마.. ”
“ ..((끄덕끄덕)) “
” .. 진짜 “
아이가 그린 그림은 나와 권대위님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던 장면이었고 참 애석하게도 나와 그 둘 다 참 행복하게 웃고있었다.
“ .. 고마워 정말로 ”
나의 말을 듣자 아이는 쑥쓰러운 듯 어디론가 도망갔고 난 가만히 앉아 그 그림을 살펴보았다.
” 진짜.. 행복해보이네 “
그 그림 속 내가 참 행복해보였다.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내가 그 어느때보다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이렇게 날 환히 웃게 하는 사람, 그게 바로 그 사람인데 왜 내가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 걸까
그때,
“ .. 드디어 만났네 “
“ ..!! ”
스윽,

“ 참 못 찾을 곳에만 계십니다 “
” .. 그게 “
” 귀국 날짜 정해졌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
” … “
” 그래서 난 이렇게 조급한데.. ”
“ … ”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하게 되면 정말 그때는 당신을 놓게되는거니까. 절대 말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내 입으로.. 그래
그때,
“ .. 이 상사한테 다 들었습니다 ”
“ ..!! ”
“ .. 그래도 난 김 선생님이 먼저 나한테 말해주기를 바랬습니다 “
” … “
주르륵,
갑자기 고장난 내 눈물샘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이상하게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너무 미안해서
날 이렇게나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게 너무 미안해서
” 미안합니다.. “
” 아니 난.. “
” 미안합니다.. 흐 정말.. 너무 미안합니다.. “
나에게 다시 한 번 그 아름다운 빛을 선물해준 당신에게 너무나도 아플 상처를 입혀 정말 미안합니다. 그리고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해 더 미안합니다.
“ 정말.. 미안해요 ”
그때,
” .. 하 진짜 “
꼬옥,
“ ..!! ”
“ 내가 언제 나 무조건 좋아하라고 말한 적 있습니까? ”
“ … “
“ 잠시 한 눈 팔아도 괜찮고 아예 도망가버려도 괜찮습니다 ”
“ … ”
“ .. 당신이 어떤 마음인지 그건 아무 상관 없어 “
“ … ”

” 당신이 날 좋아하지 않아도 그냥 난 당신이 좋습니다. “
” ..!! “
” 계속 이렇게 오래 좋아해볼 생각이고 “
” … “
그래.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다. 내가 그렇게 밀어내고 못되게 굴어도 변함없이 더더 큰 마음을 주던 그런 사람이었다.
스윽,
“ 진심입니다. 정말로 ”
“ … ”
“ .. 그럼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
“ … ”
권순영씨는 그렇게 어디론가 걸어가셨고 난 또 홀로 남았다. 그리고 내 마음 안엔 작은 확신이 생겼다. 나의 선택에 대한 아주 작은 확신
작가 시점,
순영은 애써 여주에게 담담히 말했지만 사실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정말로 여주가 자신이 아닌 그 사람을 선택할까봐
” 하.. “
그때,

“ 왜 거기서 오십니까? ”
” .. 대답할 의무 없습니다 “
” .. 왜 없습니까. 거기에 여주가 있었을텐데 “
” ..!! “
정한도 더 이상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진심으로 여주를 그리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에게도 가능성이 있음을 모르고 있을 정한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 늘 이런 식이었습니까, 김여주씨한테 “
“ 그게 무슨.. “
” 사람 마음 갖고 놀았냐는 뜻입니다. 제 말이 어렵습니까 ”
“ … ”
순영 또한 그렇다는 것을 알기에 순순히 물러날 생각은 하나도 없었다. 그저 여주가 선택하기 전까지 최대한 자신의 적과 싸우는 것
그것이 순영의 선택이었다.
여주 시점,
그날 밤 난 숙소로 돌아가 편지를 썼다. 차마 얼굴을 마주보고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아 그 둘에게 나의 생각을 담아 편지를 썼다.
그렇게 3일이 지났고 귀국을 하는 날이 되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처럼 함께 헬기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하였고 그 전에 각자 뭐 마무리할 시간이 주어졌다. 난 이곳에 처음 왔을 때처럼 이곳 저곳 둘러보러 다녔다.
식당부터 메디큐브, 부대시설 등등을 돌아보니 이곳에 처음 왔을 때부터의 기억들이 천천히 되살아 나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그 사이사이엔 권대위님이 녹아있었고,
그렇게 여러 곳을 돌아다닌 후 마지막으로 그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날 밤새 쓴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똑똑,
“ 예 들어오십쇼 ”
“ 후.. ”
드르륵,

” 김 선생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
“ 그 권 대위님께 드릴 게 있어서요. 안에 계세요? ”
“ 아.. 권 대위님은 헬기 이용 문제로 현재 본진에 가셨지 말입니다 ”
“ 진짜요..? ”
이런 기껏 열심히 썼더니 전해줄 수 없다니.. 난 괜스레 속상한 마음에 들고 있던 편지만 꽉 쥐었다. 진짜 어떻게든 꼭 말해주고 싶었던 게 있는데..
그때,
“ ..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
“ 네..? ”
“ 손에 든 거, 중대장님께 꼭 전하고 싶은 것 아닙니까? ”
“ .. 이 상사님 ”
“ 김 선생님의 마음이라면 어떤 마음이던 그 분은 기쁘게 받으실겁니다 “
“ .. 정말 감사합니다 ”
그렇게 이 상사님의 사무실을 지나쳐 권 대위님 사무실로 향하였고 혹시나 싶어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역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의 사무실에 들어갔다.
“ .. 깔끔하다 ”
전에 한 번 들어온 적이 있긴 하지만 역시 매번 봐도 놀라운 깔끔함이다. 일만 하는 곳이라 그런가..
책상에는 여러 서류들과 이곳에서 찍은 듯한 사진 몇 장들이 작은 액자에 들어있었다.
조용히 더 구경하다 내 편지를 그 책상 중앙에 고이 올려두고 나왔다. 부디 나의 마음이 당신에게 모두 전해지길
난 바로 숙소로 가 짐을 마저 정리하였고 마지막으로 의료팀 단체 사진을 찍는다고 하여 밖으로 나갔다.

“ 자.. 이제 봉사 끝이다 !! ”
” 진짜 최 쌤이 제일 잘 적응했어 “
” 이게 은근 내 체질인가봐 “
“ 자자 다들 두 줄로 서보시고요 ~ ”
“ … ”
“ 하나 둘.. 셋 !! ”
찰칵,
사진도 찍은 후 우린 헬기에 차례대로 올라탔고 난 마지막 팀이라 헬기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 어라? 근데 오늘 권 대위님은 안 나오셨어요? “
” 네..? “
” 여주쌤 가는 날인데 나와보지도 않으시고.. 혹시 “
” ..? “
” 싸우셨어요? 아님 결별..? “
” ㄱ..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바쁘시겠죠..! 뭐 ”
그때,
“ 자 다들 탑승 준비해주십시오 !! ”
“ .. 진짜로 안 오는 건가 ”
“ 네? ”
“ 아.. 아니에요 ”
정말 바쁜건가 아님.. 그냥 생각하지 말자. 안되면 그냥 안될 사람이었던거야 그래.. 그런거야
그렇게 한 명씩 헬기에 탔고 부 쌤까지 타고 나니 헬기의 문은 닫혔고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함께 가는 군인 분까지 타고 그 운전을 하시는 분께서 주의 사항을 몇 가지 말씀하셨다.
마지막 주의 사항이 끝나자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고 우리 팀은 다들 신나하며 웃었다. 나도 웃고 싶다.. 웃고 싶어
그때,
“ 어? 군대 지프차 아니에요? ”
“ ..? ”
익숙한 차 한 대가 헬기장 앞에 멈췄고 곧이어 그 사람이 내렸다.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바로 그 사람이,
그와 동시에 헬기는 하늘 높이 떠올랐고 난 애꿎은 마음에 창문을 통해 계속 빤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인사라도 할 걸, 얼굴 보고 잘 지내라라는 말 한 번이라도 하고 올 걸
뭐가 두려워 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금 이러고 있는 걸까
그때,
흔들흔들,
“ ..!! ”
권 대위님은 팔을 높이 들어 무언가를 좌우로 흔드셨고 무엇인가 자세히 보니 그건 바로 내가 쓴 편지였다.
그리곤,

살며시 웃었다. 그리고 그 미소의 의미는 마치 잘 지내라는 듯 했다.
그렇게 난 한국으로 돌아갔고 우린 아주 짧은 이별일지 아님 기나긴 기다림일지 모르는 그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