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세계

_World 18화

“ .. 여기에 있다는 건 잘 지냈다는 건가 ”

“ … “

” 그동안 어떻게 지냈..ㅇ “

” 환자분. 지금 제가 좀 바빠서요. 응급 치료는 다른 분께서 해주실거에요 “

” … “

” .. 잠깐만요 “


난 급하게 응급실에 있는 분들 중 한 분을 불렀고 권 대위님은 그 분을 따라 어디론가 가셨다. 그래.. 우선 이 상사님 부터 아니 이거 진짜 왜 이 산골짜기에서 총상이..


” 상사님, 제 목소리 들리세요..?! “

” … “


의식 불명, 아무래도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쇼크가 온 듯 싶었다. 제세동기는 이미 다른 베드에서 쓰고 있었고 어떻게 응급실에 제세동기가 한 두대 뿐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게 지금 내 세계의 현실이다.

결국 난 심폐소생술을 하기 시작했고 제발 다시 의식이 돌아오기를 바랬다. 제발.. 제발


“ 제발.. 제발요 ”


쿵쿵,


” 제발.. 이 상사님.. 제발 “


쿵쿵,


“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진짜 ”


쿵쿵,


최대한 일정한 속도로, 일정한 힘으로 압박했다. 어떻게 내가 이 사람을 사망선고를 할 수 있겠어 그런 일은 절대로 안된다.

수술실이라도 들여보내야 한다. 무조건


“ 제발.. 제발 일어나.. ”


쿵쿵,


어쩌면 내 사람을 눈 앞에서 놓칠 수 있는 그런 세계였다. 나의 세계는

내가 잠시 그 먼 곳에서 잊고 살았을 뿐,

내 세계는 뻔히 이런 곳이었다.


“ 제발.. 안돼.. ”


그때,

삐 - 삐 - 삐 -


“ 맥박 돌아왔습니다..! ”

“ 하.. ”


다행히 맥박이 다시 돌아왔고 난 급하게 이 상사님을 불렀다. 이번엔 의식이 돌아와야 한다.


“ 이 상사님..! 이 상사님..!! ”


스윽,


“ 정신이 드세요..?! “

“ 여기..가 어디.. “

” 하.. 병원이에요.. 병원 “


다행히 제대로 의식이 돌아온 것 같았고 난 빠르게 수술방부터 예약했다. 물론 수술은 내가 하지 않지만 그래도 곧 있으면 꽉찰 것 같단 말이야..

그렇게 이 상사님은 수술방으로 올라가셨고 응급실도 그제서야 조금씩 정리가 되는 듯 했다. 하.. 전쟁이었어 전쟁

정신 없는 틈에 생각이 났다. 아.. 권 대위님


“ .. 치료는 잘 받으셨나 ”


난 궁금한 마음에 응급실을 이리 저리 돌아다녔다. 뭐야 분명 내가 최 쌤한테 맡겼었는데.. 어디로 간거야

아무리 이 베드, 저 베드 찾아보아도 권 대위님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치료를 안 받은 건 아니겠지..?

그때,

톡톡,


“ 선배.. ”

“ 어? 최 쌤! 아까 그 환자는? ”

“ .. 저기요 ”

“..?”


최 쌤이 가리킨 곳에는 권 대위님이 계셨고 왜 그러냐고 최 쌤에게 묻자 나에게 치료를 받아야 된다며 내가 이 상사님을 보는 내내 둘이 실랑이를 벌였다고 했다.

나는 터져나오는 한숨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 진짜 결국 최 쌤에겐 다른 환자분들을 봐달라고 한 뒤 권 대위님에게 다가갔다.


“ .. 환자분 “

” 이제 끝나신겁니까? 이 상사는요? 괜찮습니까? ”

“ 하.. 한 가지씩 천천히 물어요 ”

“ .. 이 상사 괜찮습니까? ”

“ .. 우선 목숨은 붙여놨는데 워낙 총상이 많아서 수술해봐야죠 ”

“ .. 그렇군요 ”

“ .. 그쪽은요 ”


분명 본인도 총 맞은 것 같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바로 이 상사님을..


” 아 저는 별거 아닙니다. 그냥.. “


꾸욱,


” 아..!! “

” 이렇게 소리를 치면서. “

” .. 지금 나 걱정해주는겁니까? “

“ 의사로써 드는 연민입니다 “

” 저는 그거라도 좋습니다. 엄청 “


또 웃는다. 뭐가 좋은지 자꾸만 웃는다. 내가 아무리 나쁘고 모질게 굴어도 그냥 내가 본인을 위해 한다면 그게 무엇이든 좋아하고 웃는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거야..

 
“ 왜 자꾸.. ”

“ 네? ”

“ .. 팔이나 이리 줘봐요. 이거 감염되면 어쩌려고.. ”

“ ㅎ.. ”


그렇게 권 대위님 팔까지 치료를 마치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어두워져 있었다. 난 곧바로 내 방으로 돌아와 서류 작업을 마쳤고 그냥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끝냈다. 왜냐 오늘은 칼퇴가 목표이기 때문이다. 진짜로

이 상사님의 수술은 아까 성공적으로 끝났다 들었고 퇴근 하기 전 한 번 병실에 들릴 생각이다.

오늘은 집에 들어갈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해 진짜로

숙직실에서 짐을 다 챙기고 난 이 상사님이 계실 1122호로 향했다.

똑똑,


“ 네~ 들어오세요 ”


드르륵,


” 괜찮으세요? “

” 예. 덕분입니다 “

” 에이.. 제가 수술한 것도 아닌데요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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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요. 충분히 여주씨 덕분입니다 “

” .. ㅎ 아 저.. 이 상사님 “

” 예 왜 그러십니까? “

” .. 왜 총을 맞으신 건지는.. 당연히 기밀이겠죠? “

” .. 예.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

” .. 그렇죠. 그래야죠 “


그래. 자기들 신상정보도 기밀인데 총 맞은 이유를 알려줄 리가 있나 누가봐도 작전하다가 맞았는데


” 권 대위는.. 보셨습니까? “

“ 봤죠. 당연히 ”

“ .. 그럼 결정 하셨습니까? ”

“ .. 했죠. 그것도 당연히 “

” .. 긍정적인 결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 .. 걱정 말아요. 사실은.. “

"..?"

“ 그곳에서 떠날 때부터 내 선택은 이미 그 사람이었으니까. “

” .. 그렇군요 “

” 그냥 조금 더 멋있어져서 만나고 싶었고 이 만남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이라서, 그래서 그래요 “

” 뭐 원래 운명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

” .. 그런가요 “

” 권 대위님도 예상 못하셨을 겁니다. 첫 눈에 반한 이가 자신에게 키..ㅅ “

” ㅇ..아니 그건 이제 더 이상 꺼내지 말아요… “

” .. 아무튼 두 분은 참 여러모로 운명 같습니다 “

” … “


운명이라 그래. 이 지독한 만남의 연속이 운명이 아니면 뭘까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좋아하고 싶지 않아도 자꾸만 더 좋아지는 이 관계가

운명이 아니라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

그때,

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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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상사 몸은 좀 어떻습..ㄴ ”

“ ..!! ”

“ 참 여러모로 운명 같다니까 ”


권 대위님은 놀라 땡그래진 눈으로 나와 이 상사님을 번갈아 보더니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된 것인지 급하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려 했다.


“ 아.. 같이 있었.. 아니 나는 일부러 그런게.. ”

“ 팔은요, 이제 어때요? “


난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 아까 치료해주었던 팔에 대해 물었다. 나도 당황한 티를 내면 진짜 총체적 난국일 것 같아서


” ㅍ..팔이요? 아 괜찮습니다..! 아무렇지도 않.. “


꾸욱,


” 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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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ㅋㅋㅋㅋㅋㅋㅋ 왜 거짓말 치십니까 권 대위님 “

” 참.. 꾀병보다 더 심각한 병이야 이거 “

” .. 자꾸 막 누르니까.. ”

“ 뭐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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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ㅇ..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

“ .. ㅎ 진짜 ”


이렇게 매번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그것도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웃게 만든다. 이것도 참 하나의 재주 같단 말이지


“ 전 이제 피곤하니 두 분은 나가서, 마저 말씀 나누시지 말입니다 ”

“ 뭐 그러죠, 권순영씨 뭐 먹고 싶은거라도 있어요? ”


참 이상하게도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다. 정말 이 사람이랑 있으면 신기한 일이 많이 벌어진단 말이야


“ ㅇ..에? 저 말입니까..? ”

“ 뭐야.. 나랑 할 얘기 없어요? 없으면 그냥 각자 집으..ㄹ ”


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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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지 말입니다. 정말로 “

” 푸흐.. 좋아요. 그래서 뭐 먹고 싶은데요? “

“ 음.. 저녁 시간은 많이 지났으니까 카페 어떻습니까? ”

“ 좋아요. 여긴 제가 더 잘 아니까 제가 이끌어드리죠 ”


그렇게 나와 권순영씨는 함께 카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