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세계

_World 19화

“ … ”

“ … ”


이상하게 먼저 입이 떼어지지 않았다. 그건 저 사람도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그렇게 시끄럽던 사람이 아까부터 시킨 음료만 마시고 있으니까

안 어울리게 그것도 휘핑 올린 딸기라떼를.

결국 억지로 먼저 내가 입을 떼었다.


“ .. 맛있어요? 그거? ”

“ 네..? ”

“ … ”


실패했다. 나름 괜찮은 첫 마디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것 같다. 하이씨..

결국 또 다시 우리 사이엔 공백이 생기고 말았다. 역시 그 떨어져있던 시간은 무시를 못 하는 것 같았다.


” …. “

“ … ”


그때,


“ .. 아까 낮에 했던 질문인데 답을 못 받아서 혹시 다시 물어봐도 됩니까? ”

“ ..? 네. ”

“ .. 그게 ”

“..?”


뭘 물어보려고 저렇게 뜸을 들여..?



Gravatar

“ 그동안 잘 지냈습니까..? “

“ .. ㅎ 진짜 “

“ ..? 왜 그래요..? ”

“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


간단해보이고 가벼워보이는 저 질문이 어쩌면 현재 우리의 마음을 가장 잘 나타내주고 있는 것 같다. 우린 지금 정말 서로가 그동안 잘 지냈는지가 가장 궁금하니까

힘들었던 일은 없었는지, 또 가슴 터질 듯 기뻤던 일은 없었는지 등등

좋은 일부터 아주 나쁜 일까지.


“ 우선 보이는 것처럼 그 거지같던 병원은 때려쳤고요. ”

“ … ”

“ 여기로 내려와서 교수직을 땄고 ”

“ … ”

“ 자취방도 꽤 좋은 곳으로 얻었고 ”

“ … ”

“ 근데 여기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에 개같은 노동을 원한다고 써서 현재 응급실 땜빵을 포함한 이 병원의 일을 거의  다 제가 하고 있어요. “

” .. ㅎ 그렇구나 “

” 그리고.. “

"..?"

” 보고싶었어요. 권순영씨, 당신이 “

” … “


진심이었다. 병원을 때려쳤던 그날도, 교수직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던 날들도, 그리고 현재까지 이상하리만큼 저 사람이 보고 싶었다.

왜 그때 선뜻 저 사람을 고르지 못했을까 의문이 생길만큼

멀리 떨어져있으니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 .. 제가 생각보다 ”

“..?”

“ 당신을 더 사랑하고 있더라고요 “

” … “


내가 저 사람을 현재 얼마나 사랑하고 있고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는지.


“ 뭐.. 제 그동안은 이랬습니다. 권 대위님은요? ”

“ 저는.. ”

“ … ”


과거,

작가시점,


여주를 보낸 그날 순영은 지프차에 다시 타 한참을 생각했다. 한 손엔 여주가 썼던 편지를 쥐고

순영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정말 그 여자에게 다시 한 번 매달려봐도 괜찮을까 어쩌면 승산 없는 전투에 맨몸 부딪히기를 하는 수준이 아닐까

결국 순영은 그대로 차를 돌려 자신의 조력자, 지훈을 찾아갔다.

똑똑,


” 이 상사. 바쁩니까? “

” .. 들어오십시오 “


끼익,


” 서류.. 작업 중이었습니까? “



Gravatar

” 맞는데, 원래는 노크 안 하시고 막 들어오시는 분이 웬일로 노크를 하시길래 중요한 일인가 싶어 들어오시라고 했습니다. “

“ … ”


저 말은 언뜻 듣기에 순영을 배려한 말 같지만 그 속의 뜻은 절대 그렇지 않았다. 중요한 일인가 싶어 들어오라고 했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면 내쫒겠다는 의미였다.


“ .. 김 선생님 관한 일인데 ”

“ .. 그 얘기는 길어질 것 같으니 그럼 잠깐 여기 앉으십시오. ”

” 이 상사.. “

” 중대장님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김 선생님을 위함이 더 가까우니 감동은 받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 .. 쳇 ”


잠시 후,


“ 네. 이제 말씀 하십쇼. 무슨 일입니까? ”

“ .. 김 선생님이 편지를 주고 갔는데 ”

“ … ”

“ 그냥 제가 여자한테 다시 매달려봐도 괜찮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너무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라 “

“ 연애는 직진이 답이라고 말씀하셨던 분은 아까 같이 헬기 타고 한국 가셨나봅니다. “

”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까 “

“ 진짜 김 선생님을 좋아하고 계시면.. ”

“..?”

“ 김 선생님을 위해 중대장님이 진짜 못하시는 걸 한 번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

“ 제가 못하는 거 말입니까..? “

“ 기다리라는 의미입니다. 김 선생님을 믿고 ”

“ … ”

“ 이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중대장님이 이렇게 매달릴만큼 그 분이 얼마나 좋은 분인지를 “

” … “

” 그러니 그런 분 한 번 제대로 믿고 기다려주라는 말입니다. “

” … “

” 뭐 워낙 좋아하시니 어떤 선택을 해도 좋아하실 것 같긴 합니다 ”


다시 현재,

여주 시점,


“ 그렇게 오늘까지 쭉 기다렸습니다. ”

“ … ”

“ 내가 좋아하는 당신을 믿고 ”

“ .. 내가 당신 말고 그 사람을 택했으면.. “

” 그럼 난 그 선택을 좋아하려 했겠죠 “

” 진짜.. “


참 대책 하나 없는 것 같은데 난 지금 저 말이 왜 이렇게 좋을까


”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다림의 보답은 아까 들은 것 같고요 “

“ 치.. ㅎ 마음에 드는 보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 아까부터 좋아서 날아갈 것 같았지 말입니다 “

“ ㅎ.. 나 참 ”

“ 그럼 이제 정말 우리 맘 편히 좋아하기만 하면 되는겁니까? ”

“ .. 그래요. ”


그렇게 우린 카페가 마감할 때까지 수다를 떨었고 난 내 자취방으로, 권순영씨는 이 상사님 보호를 위해 다시 우리 병원으로 향하셨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닥쳐올 위기는 까맣게도 모른 채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 뭐라고요..? ”


Gravatar

“ 그만하자는 내 말, 어려웠습니까 ”



폭풍이 오기 전이 가장 고요하며,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충분히 당신이 날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 .. 우리는 왜 이렇게 ”

“ … ”

“ 힘든 사랑만 해요.. 대체 왜.. “